스타벅스, 나이키, 룰루레몬이 판매하는 것은 취향과 경험
경험 경제란, 기술의 발달로 제품에 대한 경쟁력의 차이가 없어진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차별화된 경험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에 가치를 두기 시작했다는 경제 개념입니다. 제품과 서비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기업은 소비자에게서 미래를 찾을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이를 두고 덴마크 출신 미래학자인 롤프 옌센(Rolf Jensen)은 “고객의 구매 결정은 이성적 이유보다는 감성적 요인에 따라 이루어지며 사람들은 상품에 담겨있는 감성·가치·이야기를 구매한다. 따라서 기업은 제품 자체의 기술적 우수성이나 편리함보다는 이야기와 신화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이제 기업은 어떤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지에 대한 고민을 넘어 고객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새로운 시대에 단순히 재화를 팔고 고객들과 일시적인 거래를 하는 브랜드로 기억될 것인지, 고객이 원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거래(Transaction)가 아닌 관계(Relationship), 재화(Goods)가 아닌 경험(Experience)으로 선택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경험 소비를 이끄는 것은 소비의 중심이 되고 있는 MZ세대입니다. MZ세대는 과거 세대보다는 풍요로움 속에서 성장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 손 잡고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다른 환경을 경험했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와 브랜드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성장한 세대입니다.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측면에서 과거 세대보다 높은 포용력을 갖고 있습니다. 인종이나 국적, 성수소자와 같은 사회적 이슈뿐만 아니라 개인의 사소한 취향에 대해서도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부모 세대의 뒷받침 아래 집중된 교육을 받고 성장한 MZ세대는 '인류 역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라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치·사회적 이슈는 물론 상품 서비스에 대해서도 자기 의견이 뚜렷하고 표출하는데도 당당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임에도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세대'입니다. 사회에서 정해준 방식대로 치열하게 성장해왔는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평생직장'이나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은 이들에게는 먼 이야기일 뿐입니다. '우리보다 나'를 위한 소비자 증가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함 때문이기도 합니다. ‘복잡한 세상을 편하게 살자’는 줄임말인 ‘복세편살’, '소소하지만 내가 확실하게 얻을 수 있는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이 MZ세대의 가치관으로 설명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MZ세대를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 세대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어렸을 적부터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서 언제나 연결된 환경에서 성장해왔습니다.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를 내 몸의 일부처럼 여기며 살아온 세대입니다. 다양한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를 통해 스스로 정보를 검색하며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와 소통하는 법을 배워왔습니다. 이전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정보와 마주하면서 자라온 것입니다.
브랜드가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사례로 스타벅스의 경험 확장판 버전이 ‘리저브’ 매장을 들 수 있습니다. 리저브 매장에서는 바리스타가 선호하는 취향을 묻기도 하고, 그날그날의 상황에 따라 맛있는 커피를 추천하기도 합니다. 리저브 바에서 바리스타와 눈높이를 맞추고 대화를 하면서 나만의 전담 바리스타를 둔 느낌을 경험하게 됩니다.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도 있고, 불만족스러운 부분을 이야기하면 바로바로 대응해줍니다. 예를 들어 초콜릿 맛이 느껴지는 커피를 바리스타가 추천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커피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은 초콜릿 맛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바리스타에게 이야기하면 시음용으로 내려놓은 다른 맛을 커피를 제공해줍니다. 두 개의 커피를 비교하면서 맛과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바리스타에게 말을 거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신뢰하지 못하면 좋은 경험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 리저브 매장은 커피 주문부터 제조에 이르기까지 고객 관여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커피에 대한 전문성과 열정이 높은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리저브 바에서 근무하는 커피 마스터들은 추출 기구별로 스타벅스 글로벌 인증 평가를 통과한 최고의 커피 전문가입니다. 원두 선별부터 추출 방식 선택까지 한 잔의 리저브 커피가 제조되는 과정을 설명해 주는 것뿐 아니라 고객이 편안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리저브 매장이 커피 마스터의 개인역량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닙니다. 리저브 매장의 신뢰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매장 구성이 대표적입니다. 리저브 매장의 바와 의자 높이는 바리스타를 올려다보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고객의 시선을 바리스타보다 낮게 설정하여 신뢰감을 주는 것입니다. 또한 매장의 메인 컬러는 검은색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검은색은 프리미엄과 신뢰를 표현하는 색상입니다. 리저브 매장의 컵과 로고, 바리스타의 유니폼 등을 검은색으로 구성하여 리저브 매장을 커피 전문매장으로 인식하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리저브 테이블 위에 있는 '카드'는 리저브 원두의 특징을 기록한 작은 종미모양의 카드입니다. 카드를 통해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 커피의 맛과 향을 시각화해주는 것입니다. 원두를 선택하기 어렵다면, 먼저 이 카드를 보고 원두의 자세한 내용도 알아보고 상상으로 맛을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마시고 싶은 커피가 명확하지 않으면 바리스타와의 대화를 통해 커피에 대한 취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고객이 원두를 선택하면 원두를 분쇄하여 커피를 내리기 전에 원두를 시향 해주는 것도 특징입니다. 분쇄된 원두의 향은 완성된 커피의 향보다 강렬하기 때문에 초심자들도 '여기 커피는 다루구나'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향을 하게 되면 기대감이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향기는 인간의 기억 속에 강하게 남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스타벅스는 커피맛과 향을 방해하는 메뉴를 출시하지 않는 것입니다.
고객 경험 사례로 빼놓을 수 없는 곳으로 나이키를 들 수 있습니다. 나이키(Nike)는 즐거운 러닝 경험을 선사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러닝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휴먼 레이스(Human Race)’를 비롯해 ‘위 런 서울(We Run Seoul)’, ‘우먼스 하프 마라톤’ 등 해마다 최고 수준의 러닝 이벤트를 개최해오고 있는데요.
이들의 노력은 단순히 단발성 스포츠 이벤트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전문 트레이너 및 참가자들과 함께 훈련할 수 있는 ‘나이키 런 클럽(Nike Run Club)’이 대표적입니다. 이 서비스는 다양한 수준의 러너들에게 거리, 속도, 레벨 등 실력에 따른 맞춤형 러닝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달리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할 수 있고, 서울 주요 매장에 집합해 그룹별 달리기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나이키 브랜드의 슬로건인 'JUST DO IT'이라는 고객 경험을 완성하기 위해 탄생한 결과물이 '나이키 런 클럽 (Nike Run Club)'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이키 런 클럽은 조깅을 더욱 재미있게 해주는 요소들로 가득합니다. 달리는 동안 얼마나 빠른 속도로 뛰고 있는지, 어느 정도 뛰었는지를 이어폰을 통해서 알려줍니다. 혼자 달리는 것이 싫은 날은 '러닝 가이드'를 이용하면 됩니다. 처음 입문한 사람들은 'First Run'을 통해 23분가량의 운동 가이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마치 전문 코치가 옆에서 오디오로 가이드해주는 경험을 느낄 수 있습니다.
러닝이 끝나면 그날 조깅한 코스를 지도로 보여주고 평균 페이스와 칼로리 소모량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기록은 나이키 런 클럽을 통해 차곡차곡 저장이 되고, 나이키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기능을 통해서 인스타그램 등에 올릴 수도 있습니다. 나이키는 '나이키 런 클럽'을 통해 운동화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운동을 통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이키의 고객 경험은 D2C 전략을 통해 확장 중에 있습니다. 나이키는 D2C 전략을 통해 고객 경험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객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구매 행동 대부분이 자사몰에서 발생하므로 구매 시간, 구매 주기, 웹사이트 방문 빈도 등의 다양한 고객 데이터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나이키는 모바일 앱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제품을 중심으로 구성한 체험형 직매장 ‘나이키 라이브’를 운영하며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 브랜드 가치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수집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 경험을 개선해가는 것입니다.
요가계의 샤넬, 프리미엄 요가복 브랜드인 룰루레몬은 체험 마케팅의 선두주자로 꼽힙니다. 1998년 캐나다에서 설립된 이 브랜드는 ‘생활에 변화를 주는 제품과 체험을 통해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건강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경영철학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일상복처럼 입는 스포츠 의류 브랜드인 룰루레몬(Lululemon)은 명상, 필라테스, 아이스 요가, 건강한 식단 짜는 법, 명상 및 호흡법, 선물 포장 등의 다양한 무료강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룰루레몬의 체험 프로그램은 요가복 판매와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닙니다. 요가, 아쉬탕가(Ashtanga), 브로가(broga, 남성들끼리 하는 요가)와 같이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것들 외에도 꽃꽂이, 선물포장법, 건강한 식단 짜기, 복싱 등 국가와 지역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수업을 진행됩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커뮤니티'입니다.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브랜드의 팬이 되도록 하려면 커뮤니티가 필요합니다.
외부 사람들이 커뮤니티에 들어오고 싶도록 만들면 제품은 자연스럽게 판매되기 마련입니다. 이에 룰루레몬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지원하고, 그 과정에서 낳은 스토리를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합니다. 외부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서 커뮤니티화하고, 그 속에서 끊임없이 가치 있는 경험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룰루레몬에는 전 세계 약 4,000명 이상의 브랜드 엠베서더(Ambassador)가 있습니다. 앰버서더는 기업이나 국가, 사회단체 등이 유명인, 전문가 등 각계각층 인사를 선정해 다양한 홍보 활동을 펼치는 방식을 말합니다. 현직 운동선수나 강사로 활동 중인 룰루레몬의 엠베서더들은 커뮤니티 클래스를 이끌기도 하고, 제품 개발과 테스트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룰루레몬 입장에서는 강력한 사용자 중심 데이터를 확보하는 셈입니다. 룰루레몬은 기존 제품 및 신제품 카테고리를 확장하여 남성복 매출을 확장하는 한편, 온·오프라인 판매채널, 이벤트 등을 통해 고객 경험 확산(omni guest experience) 전략을 실행 중에 있기도 합니다.
경쟁이 고도화되고 기술이 상향 평준화될수록 기능적·물리적 특징과 같은 하드웨어만으로는 차별화하기가 어려워집니다. 해당 상품과 서비스를 구성하는 감성적이고 경험적인 요소, 즉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경험 경제의 부상은 기업에게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닐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상품을 구매하는 것보다는 경험으로 기울면서 레저와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험 경제가 기업에게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경험 요소로 시장에서 차별화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험은 탁월하고 혁신적이고 인상적이며 감각적인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를 분석해보면 모든 사업 영역에서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경험을 전략적 요소로 사용해서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고 고객과의 연계를 만들어 내서 궁극적으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경험을 통해 고객이 사적이면서 감성적으로 브랜드와 연계된다면 엄청난 충성심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상품이나 서비스보다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요소가 경험인 것입니다. 앞으로는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가 원하는 특정한 경험과 잘 연결시키고, 고도화된 마케팅 분석 솔루션을 통해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노력을 이어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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