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이 열광하는 화장품 브랜드, 글로시에 성공요인
밀레니얼 세대가 선택한 화장품 브랜드, 글로시에의 성공 비결은 도서 <취향과 경험을 판매합니다>와 <비즈니스모델 사용설명서>가 참고되었습니다.
화장품은 오랫동안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유통되었습니다. 향도 맞아봐야 하고, 나의 피부와 맞는지도 확인해봐야 하고, 색상이나 모양 등도 확인해봐야 했기 때문입니다. 자주 사용하던 브랜드나 상품이 아니라면 온라인으로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 자체가 낯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과 SNS를 중심으로 정보를 얻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들이 일반화되면서 중간 유통과정 없이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D2C((Direct to Consumer) 방식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D2C 브랜드들은 SNS를 통해 소비자들을 자사의 판매 플랫폼으로 유입시켜 판매로 연결합니다. 유통과정이 생략되다 보니 가격경쟁력이 높고 소비자들의 의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D2C 방식으로 화장품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10대·20대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는 '삐아(Bbia)'가 대표적입니다. 삐아는 온라인 색조 브랜드로 무스 틴트, 벨벳 매트 립스틱, 오곡 시리즈와 모태 시리즈 아이섀도, 절대 번지지 않는 아이라이너 등 가성비 갑 인생템들로 유명합니다. 삐아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제품명과 합리적인 가격대,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과 유명 브랜드에 뒤처지지 않는 제품력으로 화장품 산업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구독(Subscription) 방식으로 D2C를 접근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개인 피부에 최적화한 바를 거리를 28일 주기로 배송해주는 ‘톤 28’이 대표적입니다. 톤 28은 소비자가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 피부 진단을 신청하면 ‘바를거리 가이드(뷰티 컨설턴트)’가 직접 연락해서 찾아갑니다(코로나 이후에는 비대면 방식을 도입하여 전화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후 얼굴 부위별(T존, O존, U존, N존) 피부 데이터를 측정한 뒤 기후 알고리즘을 예측해서 화장품을 맞춤 제조합니다. 이렇게 완성된 맞춤형 바를 거리를 10일 안에 배송해줍니다. 이러한 방식은 과거 방문판매와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톤 28 입장에서 '바를거리 가이드'를 운영하는 것이 비용 증가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뷰티 컨설턴트를 통해서 개인화된 화장품을 제공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에 한 번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이탈률이 낮아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D2C방식이어서 유통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바를거리 가이드'의 운영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화장품 산업에서 D2C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으로 미국의 글로시에(Glossier)가 있습니다. 글로시에는 유명 블로거 에밀리 와이즈(Emily Weiss)가 창업한 기업입니다. 미국 내에서 글로시에는 단순한 뷰티 브랜드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버즈피드 뉴스(BuzzFeed News)의 기사를 인용하면 애플 덕후들이 매년 아이폰 론칭을 기다리듯, 뷰티 팬들도 글로시에의 모든 행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20~30대 여성들은 글로시에를 '종교처럼 추종(cult status)'하고, '광신적으로(fanatical)' 지지한다라고 표현됩니다. 글로시에의 팬들은 화장품을 구매할 뿐 아니라 글로시에 로고가 적힌 60달러짜리 후드티를 사서 입고 다니고,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남깁니다. 글로시에 로고나 제품 이미지가 담긴 스마트폰 바탕화면을 다운로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에밀리 와이즈는 Tech Crunch(2017)와의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원하는 회사를 만들기로 했다. 여성들이 원하는 제품을 제공할 뿐 아니라, 여성들이 원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소통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제품 판매부터 가치 측면까지 모든 것을 제공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창업 계기를 설명한 바 있습니다. 글로시에의 활동들을 들여다보면 창업 당시의 다짐이 그대로 녹아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밀레니얼 세대가 글로시에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글로시에의 최고재무관리자(CFO), 헨리 데이비스(Henry Davis)는 글로시에의 성공요인으로 5C를 이야기했습니다. 5C란 Consumers(고객), Content(콘텐츠), Conversations(소통), Co-Creation(공동 창조), Community(커뮤니티)를 말합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고객과 함께 만들고, 고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모든 답은 고객에서 시작해서 고객으로 끝납니다.
글로시에의 5C를 소비자들과의 소통, 인플루언서 역할을 하는 앰베서더, 오프라인 매장, 브랜드 정체성을 중심으로 글로시에의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글로시에의 첫 번째 특징은 소비자들과의 소통입니다. 글로시에는 소비자들과 오랜 기간 형성된 끈끈한 관계를 통해도 충성도가 높은 화장품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창업자인 에밀리 와이즈(Emily Weiss)가 유명 블로거로 출발하다 보니 SNS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어느 기업보다 뛰어납니다. 실제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서에 많은 직원을 배치한 후 고객이 SNS로 문의해온 내용을 5분 이내에 회신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글로시에는 자사의 뷰티 커뮤니티를 형성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소비자의 피드백을 반영한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스킨케어 ‘밀키 젤리 클렌저(Milky Jelly Cleanser)’가 대표적입니다. 밀키 젤리 클렌저는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블로그 ‘인투 더 글로스’에 ‘꿈의 세안제는 무엇인가?’라는 게시글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게시글에 수천 개의 답글이 달렸고 이를 바탕으로 밀키 젤리 클렌저가 출시되었습니다. 이 제품은 현재까지도 글로시에 제품 라인에서 인기가 높은 상품입니다.
글로시에는 소통은 크고 작은 활동에서 뚜렷한 차별점이 있습니다. 글로시에는 밀레니얼 세대가 많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합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항상 확인하고 글로시에 관련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들을 글로시에 공식 계정으로 리그램(regram)하는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리그램은 콘텐츠를 업로드한 소비자에게 일종의 심리적 보상으로 작용합니다. 이를 통해 인스타그램에 글로시에 관련 콘텐츠를 올리는 활동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게 됩니다. 긍정적 피드백뿐만 아니라 부정정 피드백에도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주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 특징은 글로시에의 인플루언서 역할과 커뮤니티 운영에 참여하는 앰베서더(ambassador)입니다. 앰베서더의 주된 활동은 온라인에서 뷰티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앰베서더는 개인 웹페이지를 갖고, 그곳에서 자신의 뷰티 습관과 글로시에 제품 등을 공유합니다. 웹페이지 링크는 소셜미디어에서 팔로워 하는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공유된 링크를 통해서 신규 고객이 구매를 하면 10% 할인 혜택이 제공됩니다. 물론 앰베서더에게도 금전적인 보상이 제공됩니다.
글로시에 앰베서더가 되면 글로시에가 선택한 트렌디하고 쿨한, 뷰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는 하나의 상징성을 얻게 됩니다. 이러한 상징성은 글로시에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본인의 SNS를 성장시키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세 번째 특징은 오프라인 매장입니다. 미국 뉴욕과 LA에 이어 영국 런던 등에는 플래그십 스토어로, 다른 도시에서는 팝업 스토어 형식으로 오프라인 매장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지금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을 테스트해볼 수 있고 글로시에 에디터들이 최선의 화장품 루틴을 선택할 수 있도록 로드맵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상품을 통해 유대관계를 맺고 아이템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서로를 연결하고 있는 것입니다.
글로시에 오프라인 매장은 시그니처 색상인 분홍색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매장에 들어서면 분홍색 슈트를 입은 ‘오프라인 에디터’들이 고객의 질문에 답해주고 구매를 도와줍니다. 소비자들을 따라다니며 구매를 유도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방해 없이 글로시에 상품을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인증샷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글로시에 매장 전체가 인스타그램을 위한 공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람들은 끊임없이 사진을 찍고 이것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매장에 방문한 사람들이 제품을 갖고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줌으로써 자연스러운 마케팅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입니다.
네 번째 특징은 글로시에의 브랜드 정체성(Identity)을 지켜나간다는 것입니다. 글로시에의 시그니처 색상은 분홍색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의 색상, 오프라인 에디터의 슈트, 제품의 패키징 등에서 시그니처 색상이 일관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택배 박스는 시그니처 색상인 분홍색과 로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박스 안에는 구입한 화장품뿐만 아니라 글로시에 로고와 스티거 등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패키징만으로도 글로시에의 정체성이 드러나기 때문에 인스타그램에는 수많은 언박싱 게시물들이 올라옵니다.
옆면이 아닌 ‘윗면’에 집중한 디자인도 차이가 있습니다. 백화점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는 화장품은 진열대에서 만나기 때문에 옆면 디자인이 중요합니다. 반면 글로시에 제품은 온라인에서 유통이 되고, 택배박스를 열었을 때 만나는 지점은 윗면입니다. 글로시에는 이를 놓치지 않고 제품의 윗면 디자인에 집중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언방식한 사진들도 옆면보다는 윗면을 찍기 마련입니다.
글로시에의 D2C 비즈니스모델은 도서 <취향과 경험을 판매합니다>와 <비즈니스모델 사용설명서>가 참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