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포장은 경험이 될 수 있고 이야기가 될 수 있다

홈페이지, 오프라인, 제품의 포장까지를 의도적으로 설계한 '애플'

의도적으로 설계된 패키징

애플의 고객 경험은 제품 상자를 열 때부터 시작됩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 애플의 모든 제품은 하얀색 포장박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은 흠집이라도 생길까 조심스럽게 박스를 열어보면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줄 것만 같은 애플의 제품을 만나게 됩니다.

고객경험은 이렇습니다. 무결점 상태의 아이폰을 박스에서 꺼내 들면 폭에 딱 맞게 파인 받침이 있습니다. 받침 가운데는 둥근 구멍이 뚫려 있고 그 아래로 손잡이처럼 보이는 반원형 종이가 있습니다. 그것을 또 들어보면 맨 아래에 이어폰과 케이블 충전기가 있습니다. 포장 안에 들어 있는 구성품 모두는 어느 하나도 버릴 수 없을 정도로 단정하고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금 묘사한 것은 모두 애플의 의도입니다.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Jonathan Ive)는 “제품을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포장을 푸는 의식을 디자인합니다. 포장은 연극이 될 수 있고 이야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애플은 시각적 표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홈페이지에서부터 오프라인 매장, 제품을 보관하는 패키징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를 신중하게 계획해서 애플만의 브랜드 경험을 제공합니다.


패키징은 엄밀한 의미로 제품을 보호하는 역할입니다. 그런데 애플은 제품 상자를 열어보는 순간부터 무엇인가 대단한 것을 가졌다는 느낌을 들게 합니다. 아이폰을 상자에서 꺼내면 패키징 본연의 역할이 다했음에도 사람들은 상자와 구성품을 버리지 못하고 오랫동안 보관을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애플이 노린 지점인 것입니다.


애플의 패키징을 보고 있노라면 프랑스의 작가이자 시인 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 Exupery)의 말도 떠오릅니다. “더 이상 추가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제거할 것이 없을 때 완벽함을 얻는 것” 같습니다. 애플의 흰색 미니멀리스트 패키징은 디자인의 단순성으로 기능과 미학을 모두 응집한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지과학자 도널드 노먼(Donald A. Norman)의 말처럼 ‘가장 좋은 디자인은 설명이 없는 디자인’입니다.




언박싱으로 표현되는 제품들

상품을 반드시 구매해서 소유하기보다는 체험과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문화는 많은 곳에서 관찰되고 있습니다. 언박싱(unboxing)이 대표적일텐데요. 언박싱은 새로운 제품을 구매했다는 과시욕구와 이를 선망하는 사랑들의 호기심, 그리고 제품 정보에 대한 니즈들이 얽히면서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언박싱 콘텐츠는 상품을 구매하지 않고도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고듭니다. 간접 체험은 대리만족 효과가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고객 발굴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언방식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있어빌리티 심리가를 갖고 있고, 언박싱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깊이 있는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관여 제품보다는 고관여 제품의 언박싱이 습니다.


기업제품의 패키징을 포함한 모든 접점에서 고객경험을 관리해야 합니다. 고객은 브랜드가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안심을 합니다. 고객의 기대와 일치하지 않는 브랜딩은 제품 자체에 대한 불안감과 불만족을 유발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리미엄’ ‘명품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주장하면서 오픈마켓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면 고객은 해당 브랜드를 믿지 못할 것입니다.


패키징을 포함하여 모든 접점에서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합니다. 이것이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활동이고, 아직 제품을 구매하지 않은 사람에게 광고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 있는 해답은 없습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컬러일 텐데요. 스타벅스 하면 어떤 색깔이 연상되시나요? 이마트하면 어떤 색깔이 연상되시나요? 컬러는 하나의 브랜드를 대변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인식’을 기초로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렇지만 기업의 전략적 관점에서 ‘인식’을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청소기는 흰색이나 베이지색과 같은 파스텔컬러가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청소기는 가볍고 심플한 것을 소비자가 선호했기 때문에 밝은 색으로 가벼운 사용감을 주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다이슨은 강력한 성능을 표현하기 위해서 대담한 컬러를 사용했습니다. 다이슨 청소기에는 오렌지와 그레이, 블루와 레드의 조합으로 바디 컬러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제품에 너무 많은 색깔을 사용하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 다이슨 청소기는 대담하면서도 세련된 컬러가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이슨이 이렇게 다양한 색상을 사용하는 것은 ‘청소기’가 아니라 ‘머신’이라는 다이슨의 기술을 강조하기 위한 것입니다. ‘기술’을 중시하는 다이슨의 전략적 방향성이 브랜드 컬러에 적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기억에 남는 브랜드 경험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을 구체적인 대상(Persona)으로 정의한 후, 고객의 구매 여정을 분석해야 합니다.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접점에서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를 전략적 관점에서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질문들로 현재의 방식으로 어떤 반응을 얻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 제공하고 있는 브랜드 경험은 브랜드에 맞도록 설계되어 있습니까? 아니면 일반적인 형태를 따르고 있습니까? 브랜드 경험이 고객을 흥분시키고 있나요? 아니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나요?. 고객과의 접점에서 경험을 활용하여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애플의 고객 경험 디자인, 홈페이지, 오프라인 매장, 제품의 패키징 디자인


작가의 이전글 오프라인은 미디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