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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성이 모든 것이다. 착한기업들과 그린워싱

모든 비용을 낱낱이 공개하는 '트루 코스트(True Cost)'

모든 것을 공개하고 있는 에버레인

최근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에버레인(Everlane)이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에버레인은 벤처캐피털에 근무 중이던 마이클 프레이스먼(Michael Preysman)이 ‘투명하게 옷을 만들어보자’라는 신념을 갖고 2010년에 설립한 기업입니다.

마이클 프레이스먼은 우연한 기회에 패션산업을 분석한 후 ‘왜 7달러짜리 셔츠가 50달러나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합니다. 실제 패션분야의 비정상적인 가격구조는 많은 문제가 있었고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프랑스에서 제작된 <The True Cost>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원단의 실제 가격, 옷을 만들기 위해 환경을 파괴하는 것 등의 패스트패션의 뒷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이런 것은 국내라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동대문에서 제조된 의류가 유통되어 판매될 경우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것은 옷을 만든 사람이 아니라 최종 소매업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비정상적인 가격구조를 구체적으로 분석한 사례도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가볍게 입을 수 있는 티셔츠의 원가가 얼마나 될까요? 캐나다의 컨설팅회사 '오루크그룹(O'Rourke Group Partners)'이 폴로 티셔츠의 원가를 계산한 적이 있습니다. 15,600원짜리 폴로 셔츠의 원가는 원단 및 재단 비용 4,100원, 제조간접비 80원, 인건비 130원, 운송비 및 관세 1,150원, 공장 마진 650원, 구매대행업체 200원입니다. 제조 및 운송비용은 최종 판매가의 1/3 수준이고, 도소매상이 판매가의 2/3에 해당하는 9,290원을 가져갑니다. 물론 도소매 과정에서 인건비, 물류비, 재고비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들이 엄청난 이익을 가져가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 수치로 보면 제조공장은 650원의 수익을 챙기고, 노동자는 판매가의 1/10도 안 되는 130원을 가져갑니다. 제조공장은 직원의 5배를 벌고, 노동자는 구매대행업체보다 적은 돈을 버는 구조입니다.


의류산업은 그동안 제조 가격보다 디자인, 브랜드, 가격을 중심으로 한 유통과 판매, 마케팅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에버레인은 중간 판매 단계를 과감히 생략합니다. 그리고 의류가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문제를 숨기기보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 사례입니다. 에버레인은 누가 디자인하고, 누가 만들며, 왜 이 가격인지 등 모든 것을 투명하게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에버레인 유넥 티(U-neck tee)는 원재료비 3.97달러, 인건비 3.5달러, 운송비 11센트로 총비용은 8달러 정도이며, 에버레인에서는 15달러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기존 소매업체의 판매가가 45달러라는 것도 함께 제시하고 있습니다.


에버레인은 공정한 노동 환경을 제공하는 공장에서만 제품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원단 가격, 부자재, 인건비, 관세 등 모든 비용을 낱낱이 공개해 '트루 코스트(True Cost)'를 적어 둡니다. 소비자들이 구매 가격과의 차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극단적 투명성'을 지향하고 있는 것입니다.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제조원가뿐만이 아닙니다. 제조 공장들의 위치와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 공장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 근속 연수까지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다른 의류 공장과 비교해 에버레인의 공장은 연봉이 높고 복지가 좋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비전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에버레인은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 등 섬유로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100%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갖고 이를 실천해나가고 있습니다. 에버레인의 디렉터 카티나 보우 티스(Katina Boutis)는 “우리는 재활용 소재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약 90%의 변화를 일궈냈습니다 하지만 지퍼나 버튼 같은 작은 부자재는 100% 재활용 소재로 제작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마지막 10% 변화를 이룬다면 업계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는 많은 실험과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며 여럿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합니다”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물론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의류 구매 경험 확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기업이 아무리 진정성을 갖고 비즈니스를 해도 소비자가 알아주지 않는다면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대적 화두가 ‘공정성’이고, 공정성은 원재료에서 생산, 유통, 마케팅, 구매, 폐기 등의 전 단계로 확산되고 있었습니다.  벨류체인 전 단계의 투명성을 앞세운 에버레인에 미국 밀레니얼(Millenials) 세대는 열광했고 스스로가 홍보대사가 되어 끊임없이 소셜미디어에서 바이럴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기업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TV, 신문, 잡지, 라디오와 같은 전통적인 매체에 의존하기보다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서 또래들이 만들어낸 콘텐츠를 소비하거나, 필요한 경우 검색을 통해서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찾아내는 것이 익숙합니다. 자신들이 필요할 때만 선택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당연히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 아닌, ‘투명성’을 중심에 둔 에버레인은 그동안 밀레니얼들이 찾고 있었던 기업이었던 것입니다. 에버레인의 CEO 마이클 프레이스만의 말처럼 “모든 소비자들이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이 어디에서 어떻게 온 것인지 잘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은 점점 이 옷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에 대해 알기를 원한다.” 숨긴다고 숨겨지는 시대가 아닌 것입니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비자와 함께할 때 선택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착한기업들과 그린워싱(Greenwashing)

시대적인 요구 때문일까요? 착한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도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중이죠. 이에 맞춰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라벨을 없앤 생수를 출시하기도 하고, 플라스틱 포장재를 종이로 대체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기업들의 이러한 활동을 진정성 있게 바라보지 않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앞에서만 그럴듯하게 이야기하고 뒤에서는 다른 행동을 했던 경험들 때문입니다. 이런 소비자의 욕구를 악용하는 것을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고 합니다. 실제로는 환경에 좋지 않은 역향을 끼치면서 허위•과장 광고나 홍보 등을 이용해 친환경적인 모습으로 포장하는 '위장 환경주의' 또는 '친환경 위장술'을 꼬집는 표현입니다.


그린워싱은 의도와 다르게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스타벅스에서 이벤트로 진행한 ‘리유저블 컵’ 프로모션이 대표적입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리유저블 컵을 주는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무료로 다회용 컵에 담아주는 ‘리유저블 컵' 프로모션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리유저블 컵’을 갖기 위해 매장마다 긴 줄이 늘어서는 풍경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스타벅스코리아에서 한정판 굿즈로 제공한 리유저블 컵'은 당근 마켓과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돼 개인 소장용으로 뿐 아니라 재테크용으로도 인기가 높았습니다. 5천 원짜리 음료와 함께 무료로 제공된 리유저블 컵을 다시 당근 마켓에 판매하여 돈을 버는 사람들이 등장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한정판 이벤트는 '리유저블 컵 대란'으로 이어지고, ‘친환경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기획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환경 파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입니다.


이벤트의 진정성 여부를 떠나서 실제로 텀블러와 같은 다회용 컵은 엄격한 의미에서 친환경 제품이 아닙니다. 캐나다 환경보호·재활용 단체 CIRAIG에 따르면 플라스틱 텀블러는 50회 이상,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220회 이상 사용해야 친환경으로 의미를 갖습니다. 몇 번 사용하고 버려지는 ‘리유저블 컵'을 친환경으로 포장한 것을 그린워싱으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스타벅스에서 제공한 리유저블 컵과 뚜껑, 빨대를 합한 무게는 약 49g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약 14g보다 약 3.5배 무거웠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비례해서 증가하기 때문에 스타벅스의 ‘리유저블 컵'이 그린워싱이라고 주장한 환경단체의 지적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스타벅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2019년도에 실험 결과에 따르면, 300mL 용량의 텀블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카페에서 주로 쓰는 종이컵보다 24배, 일회용 플라스틱 컵보다는 13배 높았다고 합니다. 결국 텀블러와 같은 다회용 컵이 친환경이 되려면 사용 횟수가 중요한데 하나의 텀블러를 오랫동안 사용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일회용 컵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왜'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어야

국내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ESG(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는 투명성과 진정성에 대한 것입니다. 따라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서 어떤 세상을 만들어갈 것인지, 우리의 꿈은 무엇인지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소비자들에게 ‘왜’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왜’라는 질문에서 출발하는 것의 이점은 처음부터 고차원적인 의미를 가진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기업의 이상점은 고객들이 원하는 것과 같아야 합니다. 비즈니스가 지속 성장하려면 소비자들이 보내는 조기의 경고나 미미한 신호를 이해하고 이를 진정성 있게 기업활동에 담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럼 에버레인처럼 될 수는 없는 걸까요? 그린워싱이라고 욕을 먹는 것이 두려워서 ESG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방향성은 파타고니아를 통해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크게 세 단계를 밟으면서 오늘의 기업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비즈니스가 훼손하는 환경 사회적 가치가 어떤 것이고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환경분야에 대한 사회공헌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왔습니다.

이후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훼손하는 환경 사회적 가치를 줄여나가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판매하고 있던 강철 피톤이 암벽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대체할 장비를 만들게 됩니다. 당시 강철 피톤은 장비 매출 중 70%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철저한 자기반성을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해 온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비즈니스를 통해 새로운 환경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환경 사회적 가치의 훼손을 줄이는 것을 넘어, 비즈니스라는 동력을 돌려 플러스(+) 가치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다른 기업과 사회로 환산하는 것입니다. 컨자(Kernza)라는 다년생 밀을 재배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컨자는 살충제 없이도 잘 자라고 뿌리를 통해 영양분과 물을 신속하게 흡수하는 실용적인 식물입니다. 컨자는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격리하며 생육에 필요한 물의 양이 적고 밭갈이를 자주 할 필요가 없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작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컨자를 활용한 식품의 판매처를 확보하기 위해 포틀랜드의 맥주회사와 미국 유기농 마트 체인 홀푸드, 대형 시리얼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맥주 생산은 부차적인 목적이고, 기후변화를 막는 것이 근본적인 목적입니다. 비즈니스 활동에서 소모한 양보다 많은 것을 지구에 돌려주고, 농업과 식량 유통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파타고니아는 기업경영의 밸류체인 전반을 통해 우리가 고민하고 실천할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할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파타고니아도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에 환경과 사회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이고,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해온 것입니다. 그린워싱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지만 ESG는 모든 기업이 가야 할 방향성입니다.

모든 비용을 낱낱이 공개하는 에버레인 ESG

<취향과 경험을 판매합니다 -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모델>은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의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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