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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공유하다 브랜드로, 인플루언서 전성시대

입소문을 타고 브랜드로 성장한 인플루언서들

취향을 공유하다 브랜드로 성장한 곳들

인플루언서(Influencer)는 '영향력'을 뜻하는 'influence'와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인 '-er'를 붙인 것으로, 통상적으로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 상에서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들을 일컫습니다. 인플루언서 중에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처럼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이 많이 것이 특징입니다. 직업이 아닌 개인의 영향력만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인데요. 그러다 보니 인플루언서가 하나의 직업으로 분류되기 시작했고, 기업의 마케팅 활동 전반에서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플루언서 이전에 블로그 등을 통해서 영향력이 높은 개인들은 존재해왔습니다. 이들을 파워블로거라고 부르곤 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블로그에서 취향을 공유하다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한 ‘띵굴마켓'을 들 수 있습니다. 띵굴마켓의 시작은 한국의 ‘마사 스튜어스’로 불리던 파워블로거 이혜선 씨였습니다. ‘띵굴마님'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던 이혜선 씨는 블로그에 ‘그곳에 그 집'이라는 살림 관련 콘텐츠를 차곡차곡 쌓아오면서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취향과 경험을 공유했던 것인데요. 시간이 흐르면서 블로그를 찾아온 사람들이 ‘이 포스팅에 있는 제품을 어디에서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블로그를 중심으로 운영되다가 오프라인에서 직접 한 번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띵굴마님'의 닉네임을 딴 ‘띵굴마켓'입니다.


띵굴마켓이 오프라인으로 확산된 데에는 블로그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물론 그만큼의 신뢰성을 갖고 있었고,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즐거운 경험의 장으로 오프라인을 활용한 것도 주효했습니다. 띵굴마켓에 가보면 평소 온라인상에서만 접했던 셀러들을 직접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요즘 인기가 높은 핫플레이스에서 마켓이 열리기 때문에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띵굴마켓에 방문한 사람 중에는 물건을 사로 온 아니라 친구 따라 구경 왔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띵굴마켓은 물건을 구매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었던 것입니다.


띵굴마켓은 오티디코퍼레이션(OTD Corporation)을 만나면서 큰 성장을 꿈꾸기도 합니다. 띵굴마켓의 가능성에 주목한 오티디코퍼레이션은 50억 원을 투자하여 이혜선 씨와 2018년도에 합작 법인을 세웁니다. 이후 빠른 속도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띵굴스토어', H&B스토어 '띵굴 브라이트' 등 온·오프라인 매장을 만들며 브랜드 규모를 확장합니다. 그런데 합작법인을 세운 지 1년여 만에 법적 분쟁이 발생하고 결국에는 이혜선 씨와 오티디코퍼레이션은 결별하게 됩니다. 현재는 ‘띵굴'과 관련한 모든 저작권과 운영권은 오티디코퍼레이션 갖고, 이혜선씨 '구월마님'이라는 닉네임으로 SNS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띵굴마켓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주미들의 연대입니다. #아주미는 30~40대 기혼 여성을 말합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아주미를 검색해보면 연관 태그를 포함하여 50만 건 이상의 피드가 나옵니다. 결혼은 했지만 아직 본인을 ‘아줌마'라고 부르기에는 어색한 젊은 엄마, 혹은 아이가 없는 기혼 여성 세대를 지칭합니다.


대기업에서 만든 것은 아니지만 세련된 상품에는 ‘특별하다'는 인상을  주게 되고 ‘아주미'들 사이에 인기가 높습니다. 지금도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면 “이 물건 어디에서 사셨어요?”라는 질문 댓글이 달립니다. 유명 인플루언서가 사용하는 제품들은 ‘아는 사람들만 아는' 특별한 살림 용품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입니다. 자신과 가족들의 가벼운 일상, 주방용품, 직접 만든 요리 사진들이 잠재적 소비자들에게 소개되어 하나의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한 곳이 ‘띵굴마켓'입니다.




입소문 타고 상품이 된 '작은 브랜드'

주부의 장점을 활용해서 성공한 사업가로 한경희생활과학의 한경희 대표가 있습니다. 안정된 공무원 생활을 하던 한경희 씨는 평상시에 불편했던 청소기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사업을 결심합니다. 많은 자금을 투입해서 스팀청소기를 만들게 되고 그 당시 주부들 사이에서 새로운 상품 구입 채널로 부상한 TV홈쇼핑에서 대박을 치게 됩니다. 1999년에 개발된 스팀청소기는 국내에서만 1000만 대 이상이 판매되고 2005년도에 매출액 1000억을 달성할 정도로 큰 성공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유사한 경쟁상품이 출시되고, 이를 타계하기 위해 무리한 사업다각화 등을 하면서 한경희생활과학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기업은 숙명처럼 성장을 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틈새시장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매력적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경쟁자가 진입하기 마련입니다. '차별화는 동질화된다'라는 표현을 자주 하는데요. 처음의 아이템으로 언제까지나 성장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찾게 되는데 모든 것이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기존 사업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면 사람도 새롭게 채용해야 하고, 그에 따른 장소도 필요하고 전체적인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한 두 번 실패하게 되면 화려한 조명을 받던 기업들도 어느 순간 잊히기 마련입니다.


반면 원대한 꿈이 아닌 취미로 올렸던 게시글에서 시작한 작은 브랜드들도 있습니다. 건강하고 맛있는 집밥을 소개하고 있는 메종드율(maisondeyul)입니다. 한국일보(2018년4월) 기사에 따르면 메종드율 창업자 임보연 씨는 일명 ‘경단녀’로 불리던 경력단절 여성이었습니다. 임보연 씨는 2014년쯤부터 딸 ‘유리'를 위해 매일 직접 만든 음식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대학 시절 일본에서 유학한 경험을 살려 간이 세지 않은 일본식 소스와 드레싱을 만들어서 인스타그램에 공유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요리에 사용한 소스가 무엇인지 질문을 하기 시작하고, 임보연 씨는 댓글 등으로 소스 제조법과 활용법 등을 일일이 답해주게 됩니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부산에서 열린 한 플리마켓에 참여 제안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참여한 첫 번째 플리마켓에서 준비해 간 100만 원 상당의 수제 소스와 피클을 2시간 만에 완판 하게 됩니다.


인스타그램 운영과 플리마켓 참여 경험 등을 바탕으로 임보연 씨는 일본식 소스와 드레싱 등을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블로그를 통해 주문을 받고 만들어진 것을 판매하는 선주문 후 제작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다 몰려드는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해서 공장을 차리게 됩니다. 이후 백화점 등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기도 하고 이마트몰과 같은 유통채널에 입점하기도 합니다. 물론 메종드율 자체 쇼핑몰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메종드율과 같이 작은 브랜드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가 진정성입니다. 내가 쓰려고 만든 제품이 브랜드가 되고, 그 과정을 지켜보던 팔로워들이 열혈 소비자가 되는 것입니다. 취미로 만들던 양념에서부터 옷, 가구, 커피, 그릇에 이르기까지 평범한 사람들이 만든 평범치 않은 물건들이 우리의 일상과 함께하고 있는 것을 많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잘 이해합니다. 스스로가 소비자이기 때문인데요. 제품, 서비스, 콘텐츠가 넘치는 시대에서는 '더 좋은 것'보다는 '나를 잘 이해하는' 진정성 있는 상품들이 인기를 끌리기 마련입니다. 과거에는 TV광고나 대형마트에서 상품을 접했지만 이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상품과 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은 브랜드라고 해서 불리하지 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취미 정도로 운영하는 것과 실제 비즈니스로 운영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취미로 운영했을 때는 상업적 이익을 중심에 놓지 않기 때문에 진정성과 투명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반면 비즈니스로 확장될 경우 작성한 콘텐츠의 객관성을 100% 유지하기 어렵게 됩니다. 기업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작성한 콘텐츠임을 공개하지 않아서 도덕적인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자신을 믿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처음부터 기업에서 돈을 받았는지, 기고료를 받았는지, 공동 구매라면 수수료는 얼마나 되는지, 받은 수수료는 어떻게 사 용할 것인지, 세금은 적법하게 내고 있는지 등을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방문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특정 기업의 제품을 계속해서 자랑만 한다면 이는 명백한 광고입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되면 해당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됩니다.




인플루언서가 만든 브랜드, 글로시에(Glossier)

인플루언서 브랜드의 특징 중 하나가 SNS를 통한 적극적인 소통입니다. 차별화된 콘텐츠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적극적인 소통을 하면서 충성고객을 만들어가는 것인데요. 이렇게 깊은 관계를 형성하게 되면 소비자가 아닌 팬이 되게 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성장한 기업이 미국의 글로시에(Glossier)입니다. 패션 매거진 보그(Vogue)에 다니던 에밀리 와이스는 뷰티 블로그 인투더글로스(IntoTheGloss.com)에 연예인, 뷰티업계 전문가, 모델 등의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 내용을 올리게 됩니다. 유명인들과 관련한 뷰티 정보는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하고 인투더글로스는 뷰티 관련 대표 블로그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에밀리 와이스는 수많은 전문가와의 인터뷰와 독자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뷰티 분야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얻게 되고 글로시에 브랜드를 출시하게 됩니다. 인투더글로스 블로그에 새로운 화장품을 출시하겠다는 내용을 올리자 그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1만 명 이상이 대기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게 됩니다. 많은 팬들을 이미 확보했던 글로시에는 컬트 브랜드(Cult Brand, 강력한 팬덤이 형성된 브랜드)로 자리 매김 하게 됩니다.

에밀리 와이스가 인투더글로스 블로그를 시작했던 시점은 2010년이고 지금은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점에서 블로그가 지금도 과연 효과적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콘텐츠를 생산해보면 블로그만큼 콘텐츠 생산에 최적화된 채널은 없습니다. 블로그는 텍스트,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네이버와 구글 같은 검색엔진에도 노출되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 분야에서 꾸준히 콘텐츠를 생산해서 브랜드로 만들어가기에 블로그만 한 것도 없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감각적인 채널들이 증가하면서 블로그 시대가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블로그만큼 콘텐츠 생산에 최적화된 채널은 없습니다. 실제 코로나 이후 MZ세대를 중심으로 블로그 사용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은 감각적이긴 한데 다양한 생각들을 담기에는 한계가 있고, 유튜브의 경우에는 영상을 찍고 편집한다는 점에서 다소 부담감이 있습니다.




인플루언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일반인 자신만의 콘텐츠로 인플루언서가 되는 방법도 있지만, 기업 측면에서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기업 측면에서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면 브랜드와 연관성이 높은 잠재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광고비로 집행하는 비용보다 적은 금액으로 가능합니다. 기본적으로 인스타그램 등에서 1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사람을 대형 인플루언서도 있지만, 특정 카테고리에서 1만 명 이하지만 관여도(engagement)가 높은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도 많습니다. 각 브랜드의 콘셉트와 예산에 맞게 인플루언서를 중개해주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도 다양하고, 중개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개별적으로 접근하면 협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대형 인플루언서와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는 장단점이 존재합니다. 대형 인플루언서는 팔로워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단기간에 광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반면 상업적으로 비치는 부분이 많이 때문에 진정성이 떨어지는 부분과 특정 고객만 정밀하게 타기팅할 수 없다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반면,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는 팔로워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지만 제품과 서비스의 신뢰도를 만들어가는데 효과적입니다. 틈새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충성도와 참여도가 높은 장점이 있습니다.


유의해야 할 것은 인플루언서가 개입되더라도 구매전환으로 바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아는 브랜드라면 인플루언서를 통해 매출이 늘어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신생 브랜드이거나 생소한 제품이라면 인지도와 신뢰를 구축하는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인스타그램의 광고나 인플루언서의 추천만으로 구매 결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에서 할인 코드나 특별 프로모션과 같은 구매 혜택이 제시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초기 입소문을 유도하는 한편, 구매자의 이메일 정보 등을 수집하여 지속적인 관계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브랜드의 지속적 성장은 재구매에 달려 있습니다. 인플루언서를 통해 할인 코드를 제공하거나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형태로 일시적인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재구매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결국 다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광고에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글로시에의 고객관리 활동이 참조가 될 수 있습니다. 글로시에는 소비자들의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리그램(글로시에 인스타그램으로 콘텐츠를 재 포스팅하는 것)하고 댓글, 사용후기와 같은 피드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소비자들을 제품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서 충성고객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인플루언서(Influencer) 전성시대, 취향을 공유하다 브랜드로 성장한 곳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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