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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왜 포쉬마크(Poshmark)를 인수했을까?

명품 커머스 산업의 5-Force 분석을 바탕으로 살펴본 중고거래 시장

기대보다 우려가 높은 네이버의 포쉬마크 인수

네이버(NAVER)가 북미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포쉬마크(Poshmark) 인수를 발표한 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네이버는 중고 명품 거래 산업의 성장률, 타 사업(웹툰, 검색, 쇼핑 등)과의 시너지 효과, 글로벌 진출 등의 여러 이유를 설명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는 왜 포쉬마크를 인수했을까?'의 내용은 도서 <성공하는 쇼핑몰 사업계획서>와 <디지털 마케팅 레볼루션>의 내용이 인용되었습니다. 책의 주요 내용을 학습한 챗GPT의 GPTs가 링크로 제공되는 클래스로 책과 저자 강의를 만나세요

네이버의 포쉬마크 인수를 전략 관점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전략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못지않게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네이버는 여러 측면에서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를 잘 알고 있는 기업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전자상거래 시장(스마트스토어, 검색 등)에서 쿠팡과의 경쟁입니다. 쿠팡은 물류망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기업입니다. 쿠팡을 통해 새벽 배송과 당일배송을 경험한 사람들이 네이버에게도 해당 서비스를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네이버는 내부적으로 충분한 현금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매년 1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기업입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쿠팡과 같은 자체 물류망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지분 맞교환 방식을 통해 물류 사업에 간접적으로 참여합니다. 네이버는 쿠팡이 만들어 놓은 함정에 빠져들지 않고 자신들이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 부족한 점은 파트너를 활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이번 포쉬마크의 인수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의사결정입니다. 명품 커머스 산업의  5-forces 측면에서 본다면 괜찮은 의사결정이라고 봅니다. 전 세계적으로 명품시장은 큰 폭으로 성장 중에 있습니다. 국내의 경우 기존 유통 채널들의 명품 확대와 온라인 명품 플랫폼의 약진 등이 성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OK몰, 캐치패션 등 온라인 플랫폼과 솔드아웃, 크림 등 리셀(중고) 플랫폼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명품 플랫폼의 산업 내 경쟁현황

5-forces 관점에서 명품 플랫폼 커머스의 시장 내 경쟁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온라인으로 명품을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은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OK몰 등이 대표적입니다. 2021년 기준 머스트잇이 3,500억 원, 트렌비 3,200억 원, 발란 3,150억 원으로 거래액은 비슷한 규모이고, OK몰이 2,886억으로 뒤를 쫓고 있습니다.

그런데 OK몰(OK아웃도어닷컴)을 제외한 모든 기업이 적자 상태입니다. 2012년에 설립한 머스트잇은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었으나 2021년도에 100억 원 적자로 전환했고, 트렌비(2016년 설립)는 330억 원, 발란(2015년도 설립) 18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적자의 내용입니다.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의 적자 규모는 모두 광고선전비와 유사합니다. 이것은 어느 누구도 시장을 선점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해서 광고 등에 많은 돈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 OK몰은 100% 직매입, 20여 년 간 쌓은 고객 데이터, 타사보다 빠르고 저렴한 판매 정책 등으로 광고선전비를 지출하지 않으면서 214억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습니다.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OK몰 온라인 명품 판매기업 현황, ⓒ은종성

5-forces 관점에서 명품 산업을 들여다보면 핵심 키맨(Key man)은 공급자인 명품 브랜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이 온라인 중심의 명품 커머스 산업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이들에게는 교섭력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만일 머스트잇이 구찌 브랜드를 판매해서 많은 돈을 벌게 된다면 구찌는 머스트잇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입니다. 이때 머스트잇이 구찌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공급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명품 브랜드들은 총판에 해당하는 부띠끄와 리테일러를 통해 유통을 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관여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명품 브랜드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명품 브랜드들이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겠지만, 총판을 통해서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유통으로 성장한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이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 내기도 어렵습니다.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제조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시장의 질서를 만드는 것은 명품 브랜드이지 유통 플랫폼은 아닌 것입니다.


이것은 오프라인이라고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다. 실제 현대백화점이 목동점에 루이뷔통 브랜드를 입점시키기 위해 인테리어 비용을 전액 지원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루이비통에게는 최저 수수료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40% 이상의 수수료를 요구하고 실적이 없으면 바로 매장을 빼야 하는 브랜드들과 비교해보면 형평성이 맞지 않습니다. 현대백화점은 루이비통과 협상을 한 것이 아니라 극진히 모셔왔다는 표현이 맞을 것입니다.

명품 커머스 산업의 산업환경(5-Force) 분석, ⓒ은종성


명품 브랜드의 위치는 공고합니다. 코로나 등으로 외부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도 M&A를 통한 브랜드 성장, 유통 채널과 공급망에 대한 통제, 강력한 가격 결정력, 디지털 역량 등을 향상 시키면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 럭셔리 브랜드 기업인 에르메스와 케링, LVMH의 주가는 2019년 초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3년간 주가가 각각 223%, 189%,76% 상승했습니다.


물론 지금의 상황이 좋다고 명품 브랜드가 앞으로도 승승장구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럭셔리 브랜드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는 현대적인 감각과 독창성을 앞세우는 컨템포러리 브랜드 아미(AMI), 르메르(Lemaire),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등에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에루샤가 100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면, 아미, 르메르, 메종 마르지엘라는 10년~30년 안팎의 짧은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이들은 심플하고 트렌디한 감성, 신선한 로고, 합리적인 가격 등으로 일상에서 가볍게 착용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에루샤를 위협하고 있는 중입니다.


명품산업의 새로운 트렌드, 중고거래

명품 산업의 새로운 트렌드는 중고거래입니다. 5-forces 관점으로 보면 대체재 중의 하나일 수 있습니다. 그동안 명품을 중고로 사고파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진품인지 짝퉁인지에 대해 누군가 보증을 해주기도 어려웠고,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개인과 개인을 연결할 수 있게 되고, 기술을 발전으로 진품과 짝퉁을 구분할 수 있게 되면서 중고거래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중고 명품 거래는 중고나라와 번개장터, 당근마켓 등 중고 플랫폼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졌지만 최근 들어 오프라인에 강점이 있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명품 브랜드까지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들은 지금까지 총판에 해당하는 부띠끄와 리테일러를 통해서 시장을 통제해왔습니다. 반면 중고거래에서는 직접 참여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구찌 브랜드의 모기업인 케링 그룹, 버버리 그룹 PLC, 스텔라 매카트니는 개인의 중고 상품을 매입해 중고로 재판매하거나 다른 중고 플랫폼으로 판매하는 형식으로 중고거래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명품 브랜드들 입장에서는 커지고 있는 시장을 외면할 수 없는 일이고, 유통기업(플랫폼)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가 구매한 명품을 중고로 재판매할 경우 가격 결정권은 소유자에게 있습니다.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등과 같이 신제품을 유통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중고제품을 C to C 방식으로 연결했을 때의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산업의 성장세가 높은 것도 특징입니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2008년 4조 원에서 2021년 24조 원으로 6배가량 성장했습니다.


네이버의 포쉬마크 인수는 성공할 것인가?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은 자사에서 판매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되사는 바이백(buy-back) 프로그램 방식으로 진입을 하고 있습니다. 바이백 프로그램을 도입하게 되면 소비자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고 거래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고시장에서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이렇게 바이백 한 상품을 명품 브랜드가 보유한 판매 채널에서 되팔거나, NFT와 같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포쉬마크와 같은 C to C 플랫폼이 브랜드와 협업할 수 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가 NFT와 같은 기술을 도입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기술을 직접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명품 브랜드보다는 구글, 애플, 네이버와 같은 기업이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네이버는 제페토(ZEPETO)에서 보여준 것처럼 가상공간에서 소비자와 접점을 만들면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역량이 있습니다.


중고거래 시장에서 다양한 상품군 확보, 제품 탐색, 정품 확인, 편리한 결제 등 구매 여정상에서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어려움은 존재합니다. 네이버가 인수한 포쉬마크를 중심으로 여러 기업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아직은 지배적인 사업자가 없는 상태입니다. 결국 네이버의 주장처럼 네이버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명품 산업의 벨류체인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강력한 가격 통제력을 갖고 있는 명품 브랜드들과는 직접적으로 부딪치지 않으면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구현이 가능해보입니다. 이를 통해 오래 숙원사업인 영어권 시장에 성과를 만들어가는 것도 기대해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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