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평. 트렌드가 없다는 것이 트렌드다.
소비 트렌드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방식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트렌드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잡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특정한 계기로 확대되거나 변주되기도 합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등이 정치적 요인에 해당합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인해 원유값과 곡물 가격이 상승했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으로 탈세계화와 글로벌 공급망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반도체와 같은 첨단기술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고 중국은 이에 맞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시장의 성장이 대표적입니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온라인은 오프라인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정점에 달했던 2020년 10월 이후 온라인 유통 결제 금액이 오프라인 유통의 결제금액을 추월했습니다. 그리고 오프라인 결제 금액은 온라인 결제 금액을 단 한 번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온라인 이용자가 증가한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유입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실제 마켓컬리의 남성 이용자 비율은 2019년 15.6%에서 2021년에 23.3%로 증가했습니다. 50대 이상 여성 이용자는 2019년 7.3%에서 2021년 20%를 넘어서면서 사용자 층이 확대되었습니다. COVID-19 이후 남성과 중/노년층의 비대면 쇼핑이 증가한 것입니다. 이처럼 온라인 시장이 커지게 되면 가치사슬이 변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1인가구 증가가 대표적입니다.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농촌에서는 과일을 작게 농사짓기 시작했고(1차 산업), 유통과정에서는 소포장이 증가하고 있습니다(2차 산업). 그리고 소비과정에서는 상품의 기능적인 특징보다는 이야기와 스토리, 경험 등을 구매하는 비중이 증가했습니다(3차 산업). 4인 가구 중심으로 판매하던 대형마트는 시장이 축소되는 반면, 1인 가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상품을 제안하고 있는 편의점은 꾸준히 성장 중에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1년도 CU·GS25·세븐일레븐 3사의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의 매출을 앞질렀습니다. 1인 가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전략들을 앞세운 편의점이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 대형마트를 꺾은 것입니다
자동차를 소프트웨어로 정의한 테슬라가 대표적입니다. 테슬라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소프트웨어는 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를 지원하는 도구 정도로만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테슬라가 나타나면서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자동차의 경쟁 단계를 변화시켰습니다. 자동차 소프트웨어를 스마트폰의 OS처럼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업데이트를 하는 개념을 도입한 것입니다.
외부환경으로 불리는 정치, 경제, 사회, 기술 등의 요인은 사회구조와 IT기술, 미디어와 어우러져 다양한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 냅니다. 트렌드가 우리의 일상에서 자주 언급되는 이유 중 하나로 미디어의 발전을 들 수 있습니다. 인터넷 시대를 거쳐 손안에 스마트폰을 들게 되면서 누구나 쉽고 다양하게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매년 연말이면 다양한 트렌드 책이 출간됩니다. 트렌드 도서를 통해 한 해를 정리하기도 하고, 새로운 해를 준비하기도 합니다. 매일매일 반복적인 일상을 보내다 보니 놓치고 있는 것들도 많은데요. 트렌드 책들을 읽으면서 새로운 것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생각의 편향을 잡을 수 있기도 하고요. 최근에 읽었던 트렌드 책들을 간단히 정리해보았습니다.
<트렌드 노트>는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 관측소에서 출간한 책입니다. 샐럽 송길영 부사장으로 유명한 바이브컴퍼니(구 다음소프트) 연구원들이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트렌드를 정리한 책입니다.
2023년 트렌드 노트는 '혼자 산다'와 '오래 산다'로 요약됩니다. 코로나는 혼자, 오래 살게 될 것이라는 기대치를 남겼습니다. 오래 살 거라고 예상하기에 건강함이 중요하고, 혼자 살 것이기에 간편함이 중요합니다. 건강함과 간편함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둘이 같이 가는 키워드입니다.
이 시대의 가치를 효율, 성취, 간편, 건강, 자아, 독립 등으로 정리한 후 다양한 트렌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는 글로벌 광고대행사 이노션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인사이트그룹의 멤버들이 출간한 도서입니다.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3>에서는 우리의 삶과 맞닿은 ‘놀이’, ‘일상’, ‘세상’, ‘마케팅’ 4가지 키워드로 트렌드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부상한 팝업스토어, MZ세대의 정보탐색 방법, Z세대의 콘셉트 놀이를 다룬 ‘컨행일치’, 사회적 거리두기가 만든 새로운 술자리 문화,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방식으로 자리 잡은 갓생, 짠테크족, 아트테크, 멤버십 구독 등의 내용 등이 잘 정리되었습니다.
트렌드 서적의 대표 선수인 <트렌드 코리아>는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출간한 책입니다.
2023년은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하는 토끼의 해를 맞아 ‘RABBIT JUMP’로 정해졌습니다. 불황이 심화할 것으로 예측되는 내년을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하는 해로 삼자는 취지가 담겼다고 합니다.
2023년 10대 트렌드 키워드로는 △평균 실종 △오피스 빅뱅 △체리슈머 △인덱스 관계 △뉴디맨드 전략 △디깅모멘텀 △알파세대가 온다 △선제적 대응기술 △공간력 △네버랜드 신드롬 등이 있습니다. 10가지의 트렌드는 1)한국 사회의 방향성 전환과 불황에 따른 시장 변화, 2)새로운 세대의 등장에 따른 가치관 변화, 3)기술의 진보에 따른 유통과 공간의 변화의 3가지 축으로 도출되었다고 합니다.
<Z세대 트렌드 2023>은 국내 최초 20대 전문 연구 기관인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출간한 책입니다. Z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트렌드 서적으로 3~5년의 트렌드보다는 3년 미만으로 짧게 나타나는 마이크로 브랜드를 많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2023년 Z세대 트렌드 이슈를 △하이퍼 퍼스낼리티 △포트폴리오 세대 △숏포머블 △디깅소비 4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서문에서 담고 있는 것과 같이 초개인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일상 속 모든 것이 개인 맞춤형으로 진화하고 개인이 가진 취향과 욕구 또한 미분화가 거듭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대세라고 부를 수 있는 '트렌드'보다는 초개인화를 중심으로 하는 '마이크로 트렌드'를 많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라이프 트렌드 2023>은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 소장의 도서입니다. 서문에서 '우리의 관성을 언제든지 버릴 수 있어야 하고, 새로운 변화를 얼마든지 흡수해야만 한다는 것을 더 절실히 느낀 시기이기도 하다'라며 내용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2023년은 변화도, 위기도, 기회도 많은 해입니다.
도서의 부제를 ‘과시적 비소비(The rise of Conspicuous Non-consumption)’로 제시했는데요. 소비가 아닌 비소비를 과시하는 것을 트렌드로 꼽은 것은, 이것이 파생시킬 수많은 트렌드 이슈가 많기 때문입니다.
1장 과시적 비소비에서는 많은 인사이트를 제시한 반면 뒷부분으로 갈수록 통계 데이터를 중심으로 있는 현황을 정리한 부분이 많아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앞의 4권이 팀으로 출간한 도서라는 점에서 개인이 이 정도의 인사이트를 매년 출간하고 있다는 점에서 존경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제가 출간한 도서 중 <취향과 경험을 판매합니다>도 트렌드에 대한 내용입니다. 위의 5권의 트렌드 도서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키워드가 취향과 경험입니다. 홍보성 측면에서 살짝~ 링크도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