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은'-<헤세가 들려주는 나비이야기>

나비; 버터플라이(버터를 훔치는 파리)

by 이제이

<헤세가 들려주는 나비이야기>는 헤르만 헤세가 나비를 좋아해 쓴 에세이 글이다. 나비에 관해 개인적인 경험과 사색들을 쓴 글로써 헤세의 글쓰기가 조금은 가볍게 느껴져 어렸을때 읽없던 <수레바퀴 밑>이나 <지와 사랑> 보다는 쉬이 읽혀졌다.

무엇보다 아무생각없이 듣고 썼던 Butterfly라는 나비의 영어명과 그 이름의 유래가 독일어에서도 비슷한 유래라는 사실을 알게되 새삼 buttefly라는 이름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사실 나비의 아름다운 자태와는 다르게 이름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이 때론 코믹하게 느껴져서 그 유래가 궁금하던 차였던터라 헤세가 말한 그 이름의 유래 부분이 재미있었다.

"독일어로 나비를 뜻하는 '슈메털링(shumetterling)'-<슈메터(shmetter)는 크림의 일종인 '스메타나'를 가리키는데, 슈메털링, 즉 나비는 '크림을 훔쳐 먹는 도둑'이라는 뜻이다. 독일의 속설에서 나비는 크림을 탐하는 마녀의 화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나비를 가리켜 '우유도둑', 또는 '유청 도둑'이라 부르기도 했다. 영어의 버터플라이(buttefly)도 같은 맥락으로 '버터를 훔치는 파리'라는 뜻이다>은 아주 오래된 말도 독일각지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말도 아니다. 이 특이한 단어는 무언가 생동감과 에너지가 넘치면서도 나비와는 어울리지 않는 거친 의미가 담겨 있는데, 옛날에는 작센 지방에서만 사용되었다.[...] "-<헤세가 들려주는 나비이야기> 14쪽 중에서


"나비 날개에 새겨진 기호나 글자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언어도 결코 합리와 계산의 산물이 아니라 창조적이고 문학적인 유희의 힘에서 비롯되었기에 이 말도 사람들의 사람을 받는 모든 대상과 마찬가지로 더는 제한된 한 두가지 일에 만족하지 않고 나비를 지칭하는 여러이름, 아니 많은 이름이 생겨나게 되었다. 스위스에는 오늘날까지도 나비를 피팔터, 또는 새(낮새, 밤새, 여름새)라 부르고 있다. 그 밖에 버터플라이, 유청 도둑도 나비의 또다른 이름이다." - 15쪽 중에서


'나비'의 아름답고 화려한 자태와 더불어 나풀거리는 모습때문에 주로 여성과 연약함, 덧없음의 은유로 그 이미지가 많이 각인되었던 터라 butterfly라는 영어명은 여태컷 나비에 대해 가졌던 이미지를 일말에 깨버리는 반전의 효과를 가져왔다. 헤세도 언급한것처럼 "나비와는 어울리지 않는 거친 의미가 담겨 있는데"라고 한 부분이 오히려 그 이름이 주는 반전이 내겐 통쾌함으로 다가왔다. 우리들은 이미 자신이 명명되고 있는 이름안에 자신을 드러내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혹은 명명되고 싶은 이름안에 자신의 숨겨진 욕망을 드러내 놓기도 한다. 이름안에서 벌써 성별의 구분이 분명했던 시절이 있었고(현재는 많이 모호해진편이지만) 이름안에 이집이 딸부자 집인지 아닌지에 대한 가족 구성원까지 추측할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한국인이 외국에 나가면 특히 김씨 성이라면 으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해주는것이 우리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름에 새겨진 우리들에 대한 많은 정보가 우리의 삶을 제한하고 있음에 새삼 갑갑해질 무렵 나비의 '버터플라이'라는 영명이 '버터를 훔쳐먹는 파리'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은 새삼 이름속에 갖혀지낸 우리의 갑갑함을 깨뜨리는 그 무엇을 대신 해주는 쾌감을 맛보게 해주었다.

사람들은 사실 그 존재자체와 그 존재의 이름의 명명에 어떠한 연결고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레 그 이름이 갖는 의미에 그 존재자체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사물과 이름사이의 명명이 마치 그것이 원래부터 있었던 당연한 규칙인것처럼 연결지음으로 인해 사물의 명명이 그 사물의 본질에 기인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의적인 의미부여에 의해 고착된 일반적인 개념화로 그 대상을 사고하고 판단한다. 우리는 현재 우리 그 자체가 아닌 그 이름의 명명하에 우리 자신을 가두고 살고 있진 않는지 새삼 자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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