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마흔이지만...
국가에서 23년 6월 28일 자로 한 살을 줄여줬다. 아니 생일이 지나지 않았지만 두 살을 줄여 내 나이를 말하기엔 뭔가 양심이 찔리는 것 같다. 한 살을 줄여줘서 올해 서른여덟... 작년에도 서른여덟이었는데 잘 다니던 직장을 어떻게 그렇게 한순간 내려놓을 수 있었을까? 내가 한 선택이지만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생각해 보면 내가 용기 있는 게 아니라 나는 본디 그렇게 생겨먹은 것이다.
지난 세월을 곱씹어 보면 내 선택엔 늘 새로움이 있었다. 26살에도 한국에서 회사를 잘 다니다가 중국에서 서비스 교육강사를 해야겠단 생각만으로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한 달 뒤에 환전도 하지 않고 메일로 상하이에서 서비스 교육강사를 하고 있는 분께 연락해서 무작정 배우고 싶다며 제자로 받아 달라고 메일을 쓰고 허락이 떨어지고 그렇게 상하이로 떠났다.
물론 중국으로 가기 전부터 나는 서비스 교육강사를 중국에서 하고 싶어서 첫 직업으로 서비스 교육강사를 정했고 중국에서 인턴을 하고 돌아온 나는 졸업식도 가지 않고 서비스 교육강사를 수료하며 그렇게 나의 첫 직업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 직업을 갖겠다고 마음먹고 달리던 때가 나의 초심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그때의 내가 얼마나 빛이 났는지 마음이 얼마나 차 있었는지 고스란히 그 마음이 떠오른다. 꿈이 있는 사람에게서 나는 빛이라는 것을 그때 시절을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나는 연고지도 없이 내가 제자로 받아달라고 한 분을 공항에서 처음 만나고 그분의 집에 3일 지내면서 혼자 나와서 살 집을 구하고 정말 막무가내 정신하나로 그날들을 보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분도 나를 잘 모르는데 받아 준 것이 너무 감사했다. 그 이후에는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잘 맞지 않아 금세 그 분과는 이별을 했지만 나는 혼자서도 중국 회사 홈페이지를 뒤져가며 무작정 찾아가서 제안서를 내밀고 뭔가를 많이 했다. 그땐 어떻게 그랬지?라는 생각도 들지만 정말 모르니까 더 용감했던 것 같다.
지금 지나고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 과거의 내가 너무 자랑스러웠다. 작년에 퇴사를 생각했을 때도 나는 그때의 내가 떠올랐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때가 그저 추억으로 남았고 내가 했던 모든 것들이 안 하고 미련을 두는 것보다는 훨씬 잘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믿었다. 그리고 딱 10년이 지나서 내 삶의 브레이크를 걸며 물었다. '잘 가고 있니?', '잘 살고 있니?' 인생에 한 번씩 나 스스로에게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질문은 너무 중요하다. 한번 사는 인생이니까? 이왕 살아야 되고 사는 거...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한번 새로운 인생을 꿈꾸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퇴사를 하고 1년이 지난 지금 회사 다닐 때보다 금전적으로는 많이 궁핍하지만 살아있는 공부를 하고 있는 지금이 참 좋다.
1년 전에 퇴사를 고민하던 시기에 썼던 나의 일기장을 보니 참 많이 성장한 것을 스스로 느낀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책 목차 중에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라는 부분이 있다.
진짜 그랬다. 나와보니 또 내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의 삶을 살았는지 느껴지는 게 많고 배우는 게 많다.
다른 삶을 살고 싶다면 다르게 사고해야 하는데 관성의 법칙이라는 게 참 무서운 것이란 것도 배웠다.
아직 그 직장인의 관성과 사고가 확 바뀌진 못했지만 서서히 그 관성을 깨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10년은 또 지금 꾼 꿈으로 달려가고 싶다. 그리고 10년 후, 마흔 후반쯤에 또다시 물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잘 살고 있니?', '잘 가고 있니?' 그때는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고 10년의 결과들을 과감히 내려놓을 수도 있는 나였으면 좋겠다.
내가 찾은 인생의 미션은, '80세 열정 할머니로 삶 자체가 콘텐츠인 삶을 살고 그 삶이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주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삶을 살 것이다.'로 정했기 때문이다.
이 큰 미션이 아래, 목표를 정하고 실행계획을 세우고 피드백하며 수정해 나가는 삶을 살고 싶다.
20대 상하이에서 일을 할 때, 서른이 넘어 기존의 삶을 내려놓고 도피성 유학을 온 분들을 많이 보았다.
그때 언니들은 내가 니 나이였으면...이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내가 그때의 그분들 보다 나이가 많아져 서른 중반이 되었을 때 마흔 즈음의 언니들이 내가 너 나이었으면...이라는 말을 했다. 그 덕분인지 나는 한 번도 내가 늦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모든 순간이 딱 뭐든 시작하기 좋은 나이였다.
요즘 서른 초반의 동생들이 자기들이 나이가 많아 뭘 하기가 무섭다고 어렵다고 한다?! 이해할 수 없지만 내가 수없이 많이 만났던 언니들의 '내가 니 나이었으면...'이라는 말을 많이 듣지 못했더라면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새삼 언니들이 고마워진다.
10년 후에도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나이길... 오늘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 본다.
10년 후의 내가 이 글을 본다면, 그리고 이 글이 그때의 나에게 자극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