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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oy Jul 13. 2023

10여년의 경력이 '계륵'처럼 느껴질때

시대는 흐르고 변한다. 전문성이 영원한 시대가 아니다.  

중국에 한국 브랜드를 론칭하는 일을 10여년 했다. 회사마다 직무가 조금씩 다르긴 했지만 큰 카테고리로 보면 중국에 한국 브랜드를 안착시키는 일이었다. 


나는 중국과 18년 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대학교 2학년 때 중문과를 선택하면서, 대학교 3학년 때 상하이 화동사범대 교환학생으로 1년 유학을 하고, 4학년 마지막 학기에는 중국에서 인턴을 하며 자연스럽게 내 삶에 스며들어있다. 

2010년 서비스 교육강사를 중국에서 하고 싶어서 무작정 다시 상하이로가서 3년반 정도 LOVCAT이 중국 진출하던 때에 서비스 교육도 하고 오프라인 매장도 오픈해보고 프로모션 기획도 해보고 한국에서 있었더라면 신입으로 시키는 일만 해야 했었지만, 나는 사회 초년생임에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볼 수 있었고 중국 사람과 같이 밥먹고 밤새며 일도 하면서 즐거운 사회 초년생을 보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제대로 회사에 들어간 곳은 SM엔터테인먼트이다. 처음엔 엔터에서 중국 리테일을 경험한 내가 무슨일을 하겠느냐? 아예 관심조차 없었는데 나의 큰 오산이었다. 에스엠은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중국 시장에 대한 높은 기대와 다양한 중국 사업을 하고자 했다. 나는 중국 리테일 사업팀으로 들어가서 에스엠의 다양한 리테일 사업, 카페, 식당 그리고 복합문화 공간까지 중국에 론칭하는 일에 투입되어 일을했다. 그리고 에스엠 아티스트의 굿즈 온라인 마켓을 중국 티몰에 론칭하는 일은 메인으로 맡아서 진행했다. 가장 핫한 회사에서 핫한 시장성에서 일하는 스스로가 너무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한한령이 시작되었다. 엔터는 직격탄을 맞았다. 통관에서 잡히기 일쑤였고 앨범은 판매조차 하지 못했고 상표권의 이슈가 생기며 자연스럽게 온라인 마켓은 문을 닫았다. 

마지막 프로젝트로 중식당 오픈을 기획하다가 엎어지면서 나는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다음 회사였던 블랭크로 이직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는 차라리 좀 쉬자! 라는 마음으로 그만뒀고 다행히 한달 뒤에 운이좋게 입사하여 IP가 없는 대중들이 사용하는 브랜드의 중국 론칭을 맡아서 진행했다. 

중국 커머스가 왕성하던 시기였고 새로운 플랫폼이 나오던 시기에 일을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세상은 정말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음을 이 시기에 일하면서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새로움이 더이상 새로워지지 않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고 공부해야할 것, 알아야 할 것이 무궁무진하게 늘어났다. 

그리고 코로나를 겪고, 회사의 방향성이 바뀌고 정권도 바뀌고 지금은 중국 비즈니스 하기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되었다. 때마침 최고 어려운 시절에 나는 회사를 나왔다. (무슨 용기였는지? 나는 아직도 알길이 없다)

회사를 나오고 나서 나는 좀 혼란스러웠다. 

기존의 누구나 하던 중국 시장 진출 전략을 버리고 새로운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회사의 직함없이 혼자 나와서 떠들어 대도 나의 말에는 힘이 없었다. 더구나 지금은 더 총체적 난국이다. 정치적 이슈와 자국 브랜드의 질적 향상과 모든 것이 나로하여금 중국 비즈니스를 내려놓고 싶어졌다.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가도 그동안 해온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 양가 감정이 나를 더 혼란스럽게 했다. 

정말 '계륵'이라는 단어가 찰떡이다.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가장 큰 계기는 회사를 나와서 한달은 다른 회사에서 주 3일만 출근해주고 커머스 전략을 짜는 일을 했다. 경쟁자 분석을 하는데, 한국의 브랜드에서 더이상 경쟁력을 찾을 수 없었다. 컬러의 다양성, 기능적 소구점, 가격, 브랜드 인지도... 어느것 하나 내 세울 수 있는 포인트가 없었다. 기존의 방식대로 누구나 하는 방식의 전략으로는 승부를 낼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특히 온라인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직감했다. 


시대가 변한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런 시대를 살고있다. 챗 GPT가 궁금한 것은 다 알려줘서 암기할 필요가 없고 AI의 발전은 많은 사람의 직업을 빼앗을 것이라고 하고, 먼 미래 같지만 자연스럽게 시대가 변하는 것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10여년의 경력 그 자체는 힘을 잃고 있다. 

나는 생각을 바꿨다. 한국 브랜드를 론칭하던 경력은 버리고 일을 하면서 배웠던 것, 느꼈던 것 접목시킬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기로 했다. 나의 경쟁력은 사실 한국 브랜드의 중국 론칭 했던 경력이 아니고 중국어가 아니고 2000년대 초반 은행에서 줄을 서서 번호표를 2시간을 뽑고 은행계좌를 만들 던 유학생 시절부터 키오스크, 로봇이 상용화 된 무인 서비스가 활발한 지금의 중국까지 내가 직접 겪어 본 것이다. 이커머스가 시작하고 호황기일 때는 그 역사를 내가 경험한 것이다. 그 안에서 나만이 볼 수 있었던 것, 아는 것들이 나의 경쟁력으로 삼기로 했다. 


지금 나는 80여명의 중국 관련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2022년 1월부터 중국 분과 같이 중국의 브랜드, 마케팅, 트렌드를 연구하는 세미나를 매월 마지막주 일요일에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공부하면서 더욱 느껴진다. 중국은 코로나 시국에 문을 닫고 있지 않았고 온라인으로는 더욱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발전하고 성장했음을 깨달았다. 변하고 있는 시대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이 세미나의 시작은 단순히 내가 공부하고 싶었고 이왕 공부하는 것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 세미나의 3가지 가치는 #Share #Together #Growth다.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 그리고 1년 반이라는 시간을 이 3가지 가치를 지켜가며 많은 사람들과 함께 꾸준히 공부했다. 그리고 이 꾸준함에 힘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이것마저 없었다면 나는 진작에 다 내려놨을지도 모르겠다. 이 커뮤니티가 시작되었던 계기처럼 나는 그냥 무엇인가 결정하려고 하지말고 하고 싶은 대로 공부를 꾸준히 하기로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에는 힘이 있다. 지치지 않는다. 공부를 하면서 즐겁다. 그렇게 하나씩 점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사람들은 전문성을 쌓으라고 한다. 매우 전망있었던 나의 일이 시대가 변하면서 영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고 그것만을 맹신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유연하게 살기로 한 시작이 여기서부터이다. 중국과 다른 삶에 대한 일을 양자 택일하려고 했다. A할래? B할래?라는 질문이 여태까지 너무 당연했던 질문들이었으니까.... 

시대가 변했다. 

A할래? B할래?의 질문은 더이상 좋은 질문도 가치있는 질문도 아니다. 

조금더 현명하게 질문하고 선택하며 점을 만들기로 했다. 생산성이 높아지는 툴들도 많이 생겼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맞다. 굳이 양자 택일을 할 필요도 없고 내가 했던 일을 버릴 필요도 없다. 그저 내가 어느 시대가 와도 나의 본질과 삶에 대한 태도로 유연하게 수용하면서 거기에 맞춘 새로운 일을 겁내지 않고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는 능력만 기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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