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요가 VS 필라테스 VS 요가 VS 발레
서른 초반에 나는 마흔의 나를 위해 운동하기로 마음먹었다. 20대에 상하이에 있을 때 요가도 하고 했지만 제대로운동이라고 할 건 아니고 찔끔찔끔하다 말다를 반복했다.
상하이에서 20대의 경험 라이프를 정리하고 30대부터는 경험을 쌓아야겠다 생각하고 한국을 들어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부산이 집인 나는 상하이나 서울이나 비싼 월세를 내며 이방인으로 살아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모든 사치는 내면의 자체발광을 위해 쓰겠노라! (기특하네;;) 다짐하며 나를 위해 거금을 들여 플라잉요가를 시작했다.
그때 당시 나의 월급에 비해 아주 비싼 값을 냈지만 이왕 서울에서 사는 거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배우고 싶다는 욕심으로 가득 차있었기에 거금을 투자했다.
나는 그렇게 시작한 플라잉요가를 거의 8년 가까이했다. 하지만 중간에 약 2년간은 필라테스에 미쳐 잠시 쉬긴 했다. 플라잉요가는 신선했다. 일주일에 4번을 갔는데 비쌌기 때문에 나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거의 갔다. 그때 당시에 주 7일을 운영했기에 주말에는 꼭 갔다. 플라잉 요가는 이완도 하지만 근육을 위한 운동도 많이 해서 좋았다. 헬스를 너무 싫어하는 나에게는 정말 꼭 맞는 운동이었다. 해먹으로 구석구석 눌러주는 마사지효과와 수축을 통한 근육강화, 늘려주는 이완동작까지 요가를 했을 때 부족했던 부분이 채워지는 느낌이라 좋았다. 안 되는 동작을 하나씩 이뤄나가는 성취감도 꽤 컸다.
운동이 재밌어지고 나니 나는 아침 운동을 하고 싶어졌다. 어려서부터 부지런한 엄마, 아빠를 보고 자라서인지 DNA에 아침 유전자라도 있는 것인지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고 상쾌하기까지 하다.
나는 내 삶에 좋아하는 것 다섯 가지 중에 아침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아침형 인간이다.
회사가 10시 출근이었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는 나는 매우 여유로웠고 운동을 하나 더 하고 싶어, 입사하고 두 번째 해가 된 나의 생일 5월 6일에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필라테스 50회를 300만 원을 주고 등록했다. 1:1로 진행된 수업이라 좋았다.
오전에 주 2회씩 출근 전에 필라테스를 하고 오후에는 주 4회 플라잉요가를 하고 생활 체육인으로 살던 때가 있었다. 일주일을 이렇게 보내고 나면 스스로에게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렇다고 날씬했던 건 아니다. 운동이 없는 날은 회사 사람들과 술을 엄청 마시고 다녔다. 학교 동아리처럼 돈독하게 그렇게 즐거운 회사생활이었다. 거의 집에 10시 전에 귀가하는 날이 드물정도로 운동 아니면 약속 그렇게 또 몇 년을 보낸 것 같다.
필라테스는 플라잉요가의 빈 부분을 채워줬다. 사실 필라테스가 좋았던 이유는 몸의 개선이 아니었다. 필라테스는 속근육을 많이 사용하기에 느낌적인 느낌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운동을 해야 한다.
집중력이 엄청 좋아졌다. 다른 생각할 틈이 없다. 호흡하고 배집어 넣고 근육을 느끼며 내 세포하나하나에 집중을 해야 한다. 운동을 하고 나오는 날이면 일의 집중도가 2배쯤은 향상되는 것 같았다.
그때 사실 나는 24시간을 꽉 채우고 살면서 뿌듯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필라테스를 하는 50분 만이 외부의 자극 없이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 좋았다.
필라테스를 하며 운동이 안된다는 분들은 오히려 몸의 유연성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집중을 하지 못하고 동작을 하는데만 신경을 쓰면 땀도 안 나는데? 별로 안 힘든데? 자극이 안 오는데? 나랑 안 맞는데? 하며 포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필라테스가 익숙해져 갈 때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 요가 TTC (강사양성과정)을 듣기로 했다. 이왕 요가를 하는 거 예전에 해보기도 했으니, 마스터 과정을 따보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또 거금을 들여 등록을 했다.
(꽂히면 지르는 것 매우 잘함, 돈을 투자한 건 아까워서라도 두 배를 배우려고 노력하는 편임)
여기서부터 나는 본질에 꽂혔다. 지금 누군가 내게 요가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숨'쉬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동안 나는 숨을 제대로 쉬고 있지 않았다. 그냥 목과 가슴까지 정도? 숨 쉬는 시늉만 하며 살았던 것 같다. 요가 동작을 아사나라고 하는데 아사나가 잘 되었을 때는 어떤 동작을 하면서도 숨을 편하게 잘 쉬었을 때 아사나가 잘되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필라테스를 통해 배운 집중력이 요가를 하면서 많이 활용되었다. 그전에 20대에 했던 요가는 그냥 동작 따라 하기에 불과한 노동을 했던 것이다.
요가가 왜 명상과 맞닿아 있는지 알 것 같다. 나는 요가를 할 때 숨의 깊이에 집중하고 내 몸의 온 근육을 느낀다. 매트 하나에 오롯이 나하나만 존재한 느낌, 우주에 혼자 있는 느낌이 마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요가 마스터 과정을 등록했지만 나는 겨우 비기너 과정을 마친 것 같았다. 자격증이 있어서 사람은 가르치지 말자! 내가 충분히 수련되었을 때 언젠가는 내가 느낀 이 마음을 다른 사람과도 나누리라 마음먹었다.
그리고 다시 필라테스, 이번엔 클래식 필라테스, 전에 했던 모던 필라테스와는 달랐다. 어느 정도 시퀀스가 정해져 있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나는 늘 무릎이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의 원인이 발목에 있던 것이다. 원인은 직관적으로 그 부분이 약했던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다른 곳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이 몸에 대해 늘 공부하시는 분이라 선생님과 대화도 많이 하고 몸에 대해 궁금해지고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나의 약점을 하나씩 찾아갔다. 그리고 본질에 집중해 일상에서 개선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클래식 필라테스도 한 3년은 한 것 같다. 계속 직장 생활을 했으면 아마 아직도 하고 있을 것 같다.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워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남은 차수를 채우고 그만하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 운동을 아무것도 안 하자니 좀이 쑤셨다. 그렇다고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건 부담스럽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던 찰나 중국에서 필라테스 강사를 하고 있는 재희가 발레를 추천해 줬다.
자기 동네 발레 선생님도 필라테스하러 많이 오고 자기도 필라테스하면서 발레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물리의 뿔리에'라는 책도 추천해 줘서 얼른 사서 보고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하고 집 근처의 발레학원을 등록했다. 알고 보니 선화예고가 집 근처에 있어 생각보다 발레학원이 많았다. 이건 운명이다!!
발레를 하면서 또 새로운 자극이 왔다. 나의 약점들을 모아놓은 운동이었다. 발목의 가동성이 좋지 않고 내전근(허벅지 안쪽 근육)에 힘이 없고 긴장도가 높은 나는 어깨가 늘 솟아 있는데 그것을 내려주게 한다.
첫 30분은 발레 스트레칭을 하는데 기존의 스트레칭이나 요가와는 또 다른 곳의 자극이 기분이 좋았다.
본격적으로 BAR를 잡고 배우는 동작은 여전히 팔다리가 따로 놀기도 하고 선생님의 동작은 우아한데 내 동작은 영 거울로 보기 창피할 정도로 보고 싶지 않다. 이제 3개월 배웠다. 더 배울지 말지는 고민 중이다.
60분으로는 조금 짧은 것 같고 배우려면 제대로 배우고 싶단 생각이 드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그러지 못할 것 같아서이다.
여러 가지 운동을 하면서 나는 배우는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고 어떤 운동이든 코어의 힘이 중요함을 배웠다. 이렇게 오랜 기간을 운동을 했지만 여전히 어렵다. 여전히 나는 숨 쉬는 것이 마음먹지 않으면 생각하지 않으면 원래 패턴으로 돌아와 얕은 숨을 쉬고 있고 일상에 습관적인 나의 행동은 다시 마음도 자세도 틀어 놓고 있다. 각각 운동은 다른 매력이 있다. 운동을 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고 나의 결점을 발견하고 마음이 불안하고 조급하면 내 모든 근육도 쪼그라들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몸도 편안해지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오히려 몸을 늘려주면 몸과 숨을 잘 써주기만 해도 멘털을 잡을 수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세상에 배우고자 하면 마음을 열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 다 나에게로 온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것인가? 얼마큼 나에게 귀 기울여주고 나를 받아들일 것인가?
모두 나의 마음가짐에 달렸다.
그리고 모든 것은 코어"가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