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없어서 하는 말입니다.
나는 미혼이다.
하지만 육아의 강도는 주변에 의해 너무 잘 알고 있다.
2살 터울 언니가 있는데 11살, 7살, 5살의 아들 셋의 엄마이다. 언니를 보면 존경심이 든다. (안타까움도)
나도 조카들에게 각별한 애정이 있어 자주 만나러 울산으로 가는데 전쟁터가 있다면 그곳이 전쟁터이다.
서로 엄마한테 자기 얘기를 해야 하니 데시벨이 높은 건 기본이고 어지르는 것 뛰는 것, 나도 기 빨리는 스타일은 아닌데 조카만 보고 오면 몸살을 앓는다.
(나는 몸으로 놀아주는 이모라서 그러기도 함)
역시 조카는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봐야 예쁘다. ㅎㅎ
(안 보면 보고 싶고 보면 집에 가고 싶은 아이러니;;)
나는 언니와 아주 친하다. 모든 것을 공유하고 통화도 자주 한다. 내 고민을 유일하게 털어놓는 사람?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나온다고 했을 때도 한번 해보라고 나를 전적으로 믿어주고 응원해 준 너무 감사한 존재이다.
회사를 나오고 시간의 여유가 생겨서 좋은 것 중 하나가 책을 읽는 것이다.
책을 보고 있으면 진짜 세상공부, 사람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생각할 여유가 생긴 지금은 흡수하는 속도가 빠르고 양이 많다.
유튜브로 세상을 보고 책을 보고 있으면 위화감이 든다. 세상이 진짜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디저털세계의 변화는 정말 무섭다. 나는 챗 GPT가 나오고 나서 업무에 많이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가끔 심심할 때 잡다한 것도 물어본다.
아주 똑똑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 이제 외워서 암기하는 시대는 정말 끝났겠다. 공부 잘하는 기준이 바뀌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핸드폰이 나오면서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게 되었듯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안다. 지금의 조카들의 교육이 얼마나 어떻게 바뀌었을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여전히 교과과목을 기준으로 학습하고 암기를 잘하는 것이 똑똑하다고 여기고 있는 세상인 것 같다.
나는 우리 조카들이 한국인이 아닌 지구인으로 크길 바란다.
내가 글로벌과 온라인 세계의 일을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세상은 이미 오픈되어 있다. 그것도 아주 활짝
한국의 울타리 안에서 아등바등하기보다 정말 넓은 세상을 무대로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는 조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언니는 주말이면 애들을 산이고 들이고 바다고 캠핑이고 항상 어디를 간다. 남자 애들이라 체력을 빼기 위한 것도 있겠지만, 언니와 내가 자란 작은 어촌 마을에서 자연을 벗 삼아 산 우리들에게는 바다가 주는 포용력과 수용성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종종 어린 시절을 얘기하고 지금의 튼튼한 마인드는 다 그때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언니의 체력은 정말 신(神)계이다. 언니는 남자아이 셋을 키우면서 사회 복지사 공부도 하고 자격증을 따고 지금은 장애학교에서 시각 장애인 선생님의 보조 일을 하고 있다. 육아 퇴근을 하고 우리가 통화하는 시간은 12시가 넘은 시각이 대부분인데, 언니는 그때부터 집안 살림을 하고 음식을 하고 잔다. 그런데 아침 6시면 항상 일어나 있다. 그런데 주말에도 항상 밖에 있다.
언니는 잠을 자긴 할까?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언니의 체력과 건강한 마음은 다 우리가 유년시절에 받은 에너지라 믿고 있다.
나는 우리 조카들이 학교 공부를 잘하는 사람 아닌 유연한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언니한테 혼날 말인가?) 세상이 진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금 생각하는 직업이 몇 년 뒤에 사라질 수도 있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수도 있다. 이렇게 급격히 변하는 시기에는 그 시기에 맞게 잘 적응하고 유연하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스무스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나 역시 그런 세상을 지금 만났기에 더 늦기 전에 그런 유연한 힘을 배우려는 것이다. 산날만큼 앞으로 살아야 할 날도 많기 때문에 그냥 내 인생을 흘러가게 놔둘 수 없었다.
만약 꼭 해야 하는 공부가 있다면 책 읽기와 글쓰기와 언어를 공부하라 고하고 싶다.
나는 어린 날, 책 읽기를 건성으로 했으며 그나마 일기는 아주 꾸준히 써서 나의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이라는 곳과 인연을 맺으며 중국어 또한 지금의 나에게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볼 수 있는 게 남들보다 많다고 생각한다.
나의 어린 시절 책 읽기 습관은 그냥 읽어야 하니까 건성으로 문맥과 맥락을 파악한 것이 아니라 그냥 글자 그대로 읽어 남는 게 없다. 그래서 지금 그것이 늘 아쉽다. 논리적이지 못하고 사고의 체계가 없다. 성격이 급하기도 했고 책을 읽고 있으면 내 머릿속의 상상의 날개가 또 다른 책을 쓰고 있어서 집중하지 못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 나는 책을 많이 봤는데, 아니 여전히 소화하지 않고 그냥 텍스트를 많이 봤는데 지금은 책을 읽고 소화하고 느끼는 과정에서 스스로 성장을 하고 있는 게 느껴져서 우리 조카들도 이런 재미를 빨리 깨닫기를 바라며 세상에 다양한 사고와 지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다.
지금도 나는 핸드폰 때문에 책을 오래 집중해서 보지 못한다. 세줄을 오롯이 읽어내기도 힘들다. 다시 습관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중이지만 빠른 자극에 이미 너무 많이 노출된 것을 느낀다. 우리 조카들은 디지털 DNA를 가지고 태어났으니 더하겠지? 무튼 잘 읽고 쓰기를 잘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지금 하는 나의 바람은 내가 애를 낳아보지도 키워보지도 않았기에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다. 키워보면 내 생각대로 할 수 없는 게 자식일이라고 한다. 엄청 어려운 일인 것도 너무 잘 알고 있다. 나는 지금 시대에서 자라는 우리 조카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감히 상상도 안 돼서 조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유연하게 살면서 다양한 사고와 지식을 접하고 글로 정리할 수 있으면서 살면 어떤 시대가 와도 다양성을 수용하면 그렇게 잘 적응하며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다 커서 유연한 사람이 되는 것이란 매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관성의 힘은 꽤 강력하다. 한번 틀이 만들어지면 그 틀을 깨기 위해 틀을 만들 때 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조카들이 말랑말랑할 때 이런 근육을 키우며 성장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