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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oy Aug 16. 2023

나의 코어의 힘

가족爱

7월에 언니네와 함께 예정이었던 휴가가 무산되었다.

전(前) 주에 비가 많이 와서 취소했다.

그리고 이번 광복절 연휴에 다시 펜션을 잡으려 했지만 대가족이 움직 일 수 있는 방도 제한적이고 극 성수기라 비쌌다. 너무 멀지 않은 곳 계곡과 함께 있는 닭백숙이니 오리 백숙 정도로 이번 여름휴가를 대체하기로 했다.


또 변수가 생겼다. 언니네가 첫째 조카를 시작으로 언니, 둘째 조카, 셋째 조카, 형부 순으로 열감기가 시작되었다. 조카들도 너무 보고 싶었지만 5월에 조카들에게 옮은 감기로 엄마와 내가 너무 고생한 적이 있어 이번에 모임을 파토 냈다.

그리고 엄마, 아빠 그리고 나.. 셋만의 소소한 부산에서의 일상을 여행처럼 즐겼다. 부산 서면에서 쇼핑을 했다. 이렇게 셋이 나와서 쇼핑을 한 건 처음인 것 같다. 비싸진 않지만 아빠 가을맞이 셔츠와 재킷을 사드렸다. 엄마는 기어코 사양을 하셔서 아빠 옷만 샀다.

(엄마 것도 하나 해드리고 싶은데....) 엄마, 아빠와 자주 가던 밀면 집에서 밀면을 먹고 롯데시네마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보고 저녁엔 동네에서 숯불돼지갈비에 아빠랑 둘이 대선 소주 3병을 마셨다. 아빠는 술을 드시면 우리 딸들이 너무 고맙다고 하고 애틋해하신다. 레알 경상도 남자인 아빠의 최대의 애정 표현이다. 술 먹고 하는 진심이 어렸을 땐 너무 싫었는데 나도 술을 마시는 나이가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아빠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다. 나도 엄마, 아빠에게 늘 긍정적으로 예쁜 마음으로 살게 키워주셔서 고맙다고 했다. 나도 소주에 힘을 빌어 진심을 전했고 엄마, 아빠와 맛있는 걸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이 시간이 참 따뜻하고 행복했다.

너무나 소소한 일상인데, 이런 시간이 왜 눈물 나게 감동적이지? 뭔가 잊고 살던 것을 찾은 느낌이다.


내가 늘 하고 싶은 대로 스스로의 삶에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던 건 다 우리 가족 덕분이구나!!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중국에 간다고 했을 때도 엄마, 아빠, 언니 어느 누구 하나 말리지 않고 하고 싶은 거 하고 살라고 했고 ‘나를 믿고 있구나’를 느끼고 나서는 겁날 게 없었다. 나와 가장 가까운 이들이 나를 믿고 내 편인데 무엇이 두렵겠는가?


가족이란 항상 옆에 있어서 당연한 존재라는 생각에 타인보다 못되게 굴었던 적, 귀찮게 여겼던 적이 있었다. 지금의 나를 지탱해 주는 코어의 힘이 우리 가족으로부터 나왔다는 걸 잊은 채 살아가고 있었구나.


회사를 나와서 내일을 한다고 했을 때도 언니는 남자 셋을 육아하면서 장애인 학교에서 알바를 하면서도 ‘돈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라’라고 해준 말 한마디가 ‘억 원’의 가치처럼 든든하게 느껴졌다. 진짜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단 한 번도 마음이 한 번도 가난한 적이 없었다. 이 힘은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읍천리에서 바다를 보며 자란 나의 유년기의 행복했던 힘과 언제나 서로를 배려하는 우리 가족의 힘이다.

마지막 날 엄마와 아침 일찍 지하철로 광안리 가서 커피를 한잔하고 사우나를 가서 서로 등도 밀어주고

아빠가 구워 준 생선구이를 원 없이 먹고 나이가 마흔이 되어도 엄마와 아빠는 버스정류소까지 내 짐을 들어주며 배웅까지 해주셨다. 코끝이 찡해진다.


시간의 여유가 생기고 모든 걸 멈춰봐야 보이는 것들이 분명 있다. 당연하다 생각했던 모든 것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에 감사함을 느껴야겠단 생각을 했다.

이번 엄마, 아빠와 함께한 일상의 여행은 어떤 여행보다 즐거웠고 의미 있었고 행복했다. 앞으로 이런 시간을 많이 보내야겠다. 어렸을 땐 각자의 삶이 바빠서 하지 못했던 시간 함께 쓰기를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KTX기차 안에서  스스로의 미션을 하나 만들었다. 은퇴하셨지만 겨우 만 65세 밖에 되지 않은 엄마, 아빠에게도 소소한 일거리를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 무엇이 되었든 나는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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