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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진 자기 합리화로 발견한 나의 길

by 위드리밍


"길이 열린다. 할 수 있는 사람은 행동하며, 할 수 없는 사람은 가르친다.

나는 해고당했다. 나를 해고한 사람이 바로 나의 지도교수였던 것이다.

내가 하고 있던 프로젝트를 계속 농담 거리로 비아냥거렸다. 그리고 우리의 행동을 합리화했다. 삼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어리석고 집요한 나의 내면에 있는 청년은 아직도 우리는 잘못이 없다고 믿고 있다. 이런 삐뚤어진 자기 합리화가 옳든 그르든 간에 분명한 사실은 내가 열심히 일하지 않았고 그래서 자리를 잃었다는 것이다. -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파커 J 파머"


삐뚤어진 자기 합리화라는 문구에서 잠시 멈춤이 왔다.

나도 혹시 삐뚤어진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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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인생의 두 개의 산에서의 골짜기가 어쩌면 이곳이었음을 떠올렸다.

인생에서 가장 큰 실패의 형태로 갑자기 인생의 골짜기가 왔었다.


왜 갑자기 내게 이런 깊은 골짜기가 온 것이냐고 물었었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알 것 같다.

그때는 나의 뒤에서 문이 닫혔었다는 것을.

그리고 나머지 길이 열리고 있었음을.


스무 살 후반의 여자 아이는 아직도 그때의 기억을 '시스템의 문제, 회사의 잘못'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고백한다. 이유야 환경이 어찌 되었든 간에 그때 개인적인 이유를 넘어서, 회사에 피해를 입힐 수도 있었던 실수를 한 건 나의 행동이었다고.


이제야 돌아보니, 전 회사에서는 그와 같은 인쇄 실수가 있었더라도 팀장님이 그 실수를 커버해 주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곳에선 그런 사람이 없었다. 아니 어쩌면 없다고 생각했다. 수십 번 도와달라고 이야기했는데, 마케터의 업무로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돌아오는 건 '그건 마케터의 일이잖아요.'라는 답변이었다.

그래서 혼자 감당하려 했다. 그게 나의 문제였다. 혼자 감당하려다 사고를 쳐 버린 것.



당시 나는 작은 회사에서 유일한 단 한 명의 마케터였다.

마케터 3~6년 차 혼자 100억 회사의 마케팅 실무를 모두 담당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제품의 소싱과 브랜딩, 유통, 품질 클레임 CS까지의 영역을 모두 맡고 있었다. 게다가 영업 지원이 필요한 날은 영업 지원을, 교육이 필요하면 교육 지원을, 홍보가 필요하면 홍보 업무까지 하다 보면 내가 해야 할 일은 모두가 퇴근한 밤 혼자 하고 있었다.


그때의 나로 돌아간다면 시스템부터 바꿨을 텐데,

초반엔 뭔지 몰라서 그냥 하라는 대로 다 했다.

그랬더니 모두 '마케터의 일'이 되어 있었다. 허허허.


그때 그렇게 3년 간 아침 8시 - 밤 12시까지 일하며 1만 시간의 법칙을 채운 덕분에, 그 이후의 회사에선 그 어떤 과다한 업무가 와도 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일들에 대해서도 정당하게 no를 외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그리고 지금 돌아보니 그때 작은 회사에서 1부터 100까지의 업무를 다 했기 때문에 이후 스타트업이라는 더 작고 도전적인 회사를 선택할 수 있었고, 지금 1인 기업가로서 이 일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이 책의 저자의 삶을 읽으며 내가 살아가야 할 또 하나의 소명은

'마케터라는 업의 대중화를 통해 '마케팅은 뭐든 하는 사람이지만 청소 처리반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게 들었다. 운이 좋게도 마케팅을 15년 이상 해오며 이젠 누구나 마케터인 세상에 살고 있다.


회사가 우리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으니까.

1인 기업가가 되는 게 당연해지는 세상이 되었으니까.

누구나 마케터가 될 수 있지만 마케터가 과연 예쁘고 좋은 멋진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마케터가 그 어떤 직업보다 매력적인지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노매드 세상을 살아가려면 마케팅의 능력은 기본 옵션일 뿐이다.

기본 무기를 장착하고 그 위에 자신의 색과 무기를 더해야 한다.




"길이 닫힐 때 나머지 세상이 열린다.

내가 등 뒤에서 '길이 닫히는' 것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해고의 진짜 의미는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인의 신화에 한계에 맞서는 끝없는 도전이다. 서부 개척 시대를 열고, 빛의 속도를 넘어서며, 달에 사람을 착륙시키고, 현실 공간이 움직이기도 힘들 만큼 쓸모없는 것들로 가득해진 순간 '사이버 공간'까지 발견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불가능을 인정하지 지않는다. 하지만 계속해서 '불가능이란 없다'라는 생각만을 고집한다면 길이 닫힐 때 일어나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결정적인 단서를 놓치고 말 것이다. 그리고 자꾸만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고 들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것이다. -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파커 J 파머"



내게도 길이 닫혔던 순간,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었다.

빛났던 마케터의 일을 스스로 종료를 선택하며. 퇴사를 하며 많이 아팠다.


그렇게 템플 스테이를 떠났다.

미치도록 일을 좋아했고 미치도록 아파서 떠난 여행이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그때 온라인 서비스 기획 일이 들어왔다. 그리고 합격했다.


이제야 돌아보건대, 왜 나는 생전 몰랐던 온라인 세상으로 뛰어들고 싶었을까.

알 수 없다. 그냥 오프 라인에 염증을 느꼈고, 오프라인에서 쏟아지던 하루에 TO DO LIST가 30개 이상 쏟아지던 그때의 상황이 너무나 싫었다. 그래서 온라인으로 도망쳤던 것 같다.


온라인은 내가 몇 번 맛보긴 했지만 분명 정확히는 알지 못했던 세상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온라인 세상을 약 9년간 진득하게 헤엄치고 그 안의 진흙탕에서 한바탕 다 굴러보고 나서야

온라인 세상도 오프라인과 똑같구나를 깨달았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같은 마지막 스타트 업에서 일하며 '이게 공황장애인가?'라는 것을 처음 느꼈다.


어떤 일이든 자신이 경험해 봐야 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누구도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안다고 이야기하는 건 오만이다.


그 후 나는 퇴사를 하고 또 다른 낯선 세상으로 왔다.

온라인 1인 기업가들의 세상.

그리고 나는 이곳을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해 왔다.

지난 오프라인 6년과 온라인 9년의 경력과 경험을 믿고 오만하게 생각해 왔다.

착각이었다.


이곳은 사실 새로운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렇게 낯선 미지의 곳에서 우행 꿈 모임을 운영한 지 2년이 지났다.


"길이 닫힐 때 불가능을 인정하고

그것이 주는 가르침을 발견하라.

길이 열릴 때 당신의 재능을 믿고

인생의 가능성에 화답하라. -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파커 J 파머"



오늘의 나는 새로운 길을 가고 있는 걸까.

등 뒤에서 닫힌 길을 마주하고 있는 걸까.



분명한 건, 닫힌 길이라는 표현은 틀렸다는 것이다.

당시엔 분명 닫힌 길이었다.

까마득한 실패의 어둠 속으로 자신을 몰고 가는 닫힌 길이었다.

하지만 닫혔던 길 너머 새로운 길을 걷다 보면 알게 된다.

닫힌 길인 줄 알았지만, 그 문을 잠근 건 나였음을.

실패라는 고통 때문에 그 문을 굳게 걸어 잠가 버렸고 그 문을 다시 열기까지 참 오랜 시간의 걸렸다.

그때 닫혔던 길들이 내가 새로운 길을 가는데 도움을 주고 있었다.


오프라인에서 사탕과 젤리, 화장품을 만들어서 유통사에 판매했던 제품화 사이클의 경험은

온라인에서 서비스를 만드는 전 과정에 적용하면 다른 부분이 없었다. 각 업무 영역의 특성이 존재할 뿐 전체 사이클은 똑같다. 다만 오프라인의 1개의 생산 라인이 온라인에서는 프런트 오피스, 백오피스, 파트너 오피스 등으로 3개의 생산 라인으로 구성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사용하는 도구, 언어가 다르다.

오프라인에서는 눈에 보이는 제품을 원재료와 다양한 부재료와 기능을 보유한 업체와의 협업으로 공장에서 만들고, 온라인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기획 문서와 소스 코딩,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협업으로 앉은자리에서 컴퓨터로 만들어 낸다.



온라인 세상에서 1인 기업가의 길도 사실 똑같다.

나라는 사람의 재능, 역량을 녹여 세상에 제공할 수 있는 유의미한 혜택을 제품/서비스로 구현해 세상에 판매해 가치를 제공하는 과정. 이때 만들어 내는 건 나로 인해 만들 수 있는 제품/서비스고, 그때 필요한 도구들은 나의 역량,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 모두 똑같다.




나의 역량이라는 원재료.

협업. 함께 하는 사람들.

그로 인해 내가 세상에 제공하는 가치로의 연결.

이것들이 모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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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엔 이유가 있다.

닫혔던 길에도 모두 이유가 있었다.

새로 열린 길에도 이유가 있다.

당신의 오늘 삶에도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발견해 자신 삶의 이유를 발견하길 바란다.




삐뚤어진 자기 합리화라는 키워드로 발견한 나의 길


내면 회고로 찾은 꿈이 브랜드가 되기까지

우리 함께 행복한 꿈 꿔요! 우행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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