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기 시작하다.

평범하게 사는 게 소망이던 시절

by 위드리밍

제발 중간으로 살고 싶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꿈이 간절하던 시절이 있었니다.


첫 인턴 회사에서 정규직 전환의 탈락의 고배를 맞이하고 입사한 첫 회사에 분명 마케팅으로 입사를 했는데 1톤 트럭을 몰고 약 6개월간 영업에 다녀오니다.


갑자기 1톤 트럭이라니요? 전 서울의 멀쩡한 4년제를 졸업한 이제 갓 취업에 성공한 사회초년생이라고요.


이후 저는 2종 보통 면허가 있음에도 1톤 트럭 운전을 위해 1종 보통 운전면허를 추가로 따고 각종 시장과 도매시장, 아파트 등 동네 곳곳을 누비며 구멍가게와 대형 마트를 오가는 제과영업 담당자가 되었니다.

하루는 어느 대형마트의 반품을 모아두는 창고에서 23년 인생 처음으로 더기라는 하얀 벌레를 가득 만났습니다. 낯선 세계에서 처음엔 몸과 마음이 너무 고되고 힘들었지만 까데기(과자 진열을 위해 박스를 옮기고 까는 작업)와 눈탱이(과자 반품 시, 일부 영업직원들은 눈속임일 하곤 한다.)등의 용어를 점차 흡수해가며 제 키보다 높은 스낵박스 5개도 거뜬하게 들 수 있는 스물세 살의 영업사원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기약 없을 것 같았던 영업 생활 끝에 입사 5개월 후 본사 마케팅 브랜드 매니저로 발령을 받아 마케터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당시 20대 가장 아름다운 꽃다운 나이에 OO제과 마트 조끼를 입고 과자 진열을 하는 모은 제게 흑역사였습니다. 행여라도 마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날까 초조해하며 부끄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만큼 현장감을 잘 알던 때가 없었고 덕분에 영업의 생태와 다양 유통의 특징 직접 경험할 수 있어서 지금까지의 업무 커리어에 본 주축이 되었습니다.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자가 격리를 하면서 책장에 있는 책들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책을 중고서점에 많이 팔았지만, 의미가 있는 책들은 보관해 두었는데요. 첫 사회생활 시작 시기쯤 읽었던 책 '현장이 답이다.'를 꺼내 읽게 되었습니다.

현장이 답이다. - 다케하라 게이치로.

일본 위생 용품 기업 유니참로 성장시킨 700권의 노트 기록을 모은 책입니다. 마케터로서 제 제품에 대해 마땅한 답이 안 나올 때면 이 책을 꺼내 읽고 밑줄 쳐 가면서 바이블처럼 읽고 반복하고 실행하였습니다.

10년 만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며 소름이 돋았던 포인트는 이때 읽었던 여러 글귀들이 제 사회생활 커리어에 근간이 되고 인생 문장이 되어 제 삶의 태도의 바이블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뭐든지 첫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나 봅니다. 그래서 저는 첫 회사, 첫 리더, 첫 사수가 향후 직장생활의 지침서나 또는 기준점이 되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와 파격적인 발상은 민주주의나 합의에 의해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것은 바로 한 명의 비범한 사람에게서 나온다."
"꾸준함이야 말로 평범한 자의 비범함이다."
"불평을 이야기하기보단 불만을 개선하려는 사람. 조직에는 스타나 카리스마는 필요 없다. 다만 좋은 사람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이직한 두 번째 회사에도 전 늘 일을 몰고 다니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어쩜 그렇게 제가 가는 곳마다 일이 몰리는지 늘 열일을 하고 야근을 밥 먹듯 했습니다.

'일에 미쳐있던 시기'라는 글에서 언급한 대로 3년 동안 8시 반 출근-밤 12시 퇴근(하루 16시간. 자는 시간과 이동 시간. 점심시간 빼곤 모두 일하는 시간) 아웃라이어의 1만 시간의 법칙을 3년 내 모두 채웠니다.


일을 수없이 반복하다 보면
일의 양이 질의 향상으로 이어진다.


당시 대학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다들 각자 20대 생기 발랄하거나 꿈이 가득한 소망을 얘기할 때, 저는 제발 남들처럼 평범하게 일도. 사랑도. 삶도 모두 중간으로만 지냈으면 좋겠다고.... 평범하게만 살고 싶다 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소망을 이야기했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니다.

당시 너무 일 중독이 되어 가족도 사랑도 건강도 모두 잃었던 시기입니다.


나를 바라보기 시작하다.


세 번째 회사 이직할 시기쯤. 저는 제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바로 지금의 남편.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제 기분과 감정. 제 스스로를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 저는 제 기분과 감정보다는 주변에 관심이 더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요즘의 MBTI로 말하면 철저하게 E. 외향형인 사람입니다. 내 만족보다는 주변의 평가와 인정에 예민한 사람. 그로 인해 스스로를 계속 다그치고 일중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부터는 잘못된 일하는 습관을 고치기 위하여 중간으로만 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일 중독. 완벽주의를 줄이기 위해 완성도가 100프로가 되지 않아도


뭐 그럴 수도 있지. 괜찮다. 괜찮다.


스스로를 다독이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리고 일로부터의 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부러 50분 일하고 10분 쉬기 위한 타이머도 구비했니다.

직무적으로도 온오프 통합 IMC 마케팅에서 벗어나 IT에 집중하기 위해 온라인 서비스 기획으로 전향하였고, 당시 IT적인 지식이 많이 부족해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점차적으로 연습을 통해 간적 유가 생기서 좀 더 제 개인을 온전히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일과 분리되어 라밸을 찾고 블로그를 시작면서 하루의 일기를 글로 기록하기 시작합니다. 그 기록의 시작이 저를 잘 알고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지금 브런치 글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약 6년간 평범하게, 한편으로는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 일은 열심히, 두 가지 상충되는 을 안고 성실히 살았습니다. 그러면서 그 시기 무엇보다도 제가 업무적으로 크게 성장한 계기는 육아를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사랑을 찾고, 결혼을 하고, 안정을 얻었고 인생의 터닝포인트로서 육아를 하면서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제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 그리고 지금을 돌아보며 정한 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오키나와 사람들의 장수 비결이라 하는 '이키가 이'=삶의 보람. 삶의 가치의 개념에 제 스스로를 객관화해보며 스스로를 갈고닦았습니다.

1. 내가 사랑하는 것. LOVE

2.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 NEEDS

3. 내가 잘하는 것. GOOD AT

4. 대가를 벌 수 있는 것. PAID FOR


이 4개의 주제로 나를 구분해보고 그 모든 것의 교집합이 바로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의 보람이라는 것. 그 목표를 명확히 하고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하나씩 하 노력했습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 부족한 것 들에 대해 명확히 정의할 수 있었고 그렇게 내면을 단단히 하며 제가 잘할 수 있는 지점을 극대화하여 원하는 삶과 모습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6년간의 안정적인 생활 후 이젠 평범한 삶보다는 좀 더 날카롭고 뾰족한 삶을 살고 싶어 졌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세상이 빠르게 변하 듯, 제가 원하는 삶의 모습도 주어진 환경과 제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3~6개월 단위로 한 번씩 나의 이키가이를 재구성하고 삶과 꿈을 점검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 저도 둘째가 태어나면서 삶의 환경이 180도 달라졌는데요. 신생아 육아가 끝나갈 무렵 저의 이키가이도 재정의 해보고 삶의 방향을 다시 돌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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