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다정함이란?

by 은나무


내 남편에게 다정함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런 다정 다감한 남자의 모습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본 적이 없는 거 같다.


다들 은정이 남편은 인상도 좋고 엄청 다정다감할 거 같다고 말한다.




내 직업은 미용사다.
주말에도 나는 일을 한다.



미용사 직업 특성상 주말에 특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요즘에야 식사를 그래도 잘 챙겨 먹지만 바쁠 때는 끼니를 제때 챙겨 먹지 못할 때가 많다.



지난 주말,

바쁜 와중에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급히 먹고 저녁은 시간을 놓쳐 고픈배를 달래 가며 퇴근을 했다.

집에서는 남편과 아들 둘이 주말 동안 쉬면서 아빠표 맛있는 밥을 먹으며 엄마 없이도 이제는 허전함 없이 잘 지낸다.



늘 주말에 일하는 아내이자 엄마 대신 아이들 밥을 챙기고 집안일을 도와주는 남편에게 고마웠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밥부터 챙겨 먹어야지 생각하며 현관 복도를 후다닥 걸어가 거실 식탁 앞까지 재빨리 갔다. 남편과 아이들은 퇴근하고 돌아온 나를 반갑게 맞아줬다.



남편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게 술 한잔을 한듯해 보였다.



"저녁 뭐 먹었어? 당신 술 먹었어?"


"우리 보쌈시켜 먹었어. 보쌈에 술 한잔 했지."


"그래? 내 건 어딨 어?"



하고 주위를 돌아봤다. 싱크대 위에 작은 접시에 고기 두 점이 남겨져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저건 뭐야? 저거 남긴 거야?"


"아니 저건 니 아들이 먹다 남긴 거야. 양이 적어서 남길 게 없었어. 저거라도 먹어 맛만 봐."


"췌 나는 여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일하다 이제야 왔는데 자기는 보쌈에 술까지 한잔 했어? 아니 그래도 내 껏도 좀 남겨 둬야지 주말에 바빠서 잘 못 먹고 집에 오는 거 알면서 치사하다."


"우리 먹을 것도 부족했어"


"아 그래? 그럼 라면 끓여서 같이 더 먹을까?"


"더 먹을 정도는 아냐. 배부르게 먹었어 우리는"


"치사하다. 나 씻고 나올게 라면 좀 끓여주라 배고파"



그래도 미안했는지 알았다며 얼른 씻고 나오라고 하는 남편을 뒤로하고 씻고 나왔다.



식탁 위에 라면 한 그릇 먹다 남은 보쌈김치가 담긴 일회용 그릇이 차려져 있었다.



"여보 이게 뭐야? 이 먹다 남은 보쌈김치는 왜 꺼내 준거야?"


"김치라도 맛봐!"


"라면에 무슨 달짝지근한 보쌈김치를 먹으래"



우 씨! 이 남자는 나를 생각해서 하는 건지 나를 놀리는 건지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서 혼자 알딸딸 기분에 좋아서는 다 익지도 않은 라면에다 보쌈김치를 내주다니......



나는 그것마저



"고마워 잘 먹을게 이리 와 앞에 앉아봐"



혼자 먹기 싫어서 남편을 앞에 앉혀두고 그날 하루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앞에 앉은 남편은 하품을 해대며 몸을 반 옆으로 돌려 앉은 채 귀를 후비고 있다.



"피곤하면 들어가 혼자 먹고 치우고 잘 테니깐"


"그럴래? 나 게임해야 돼"



남편의 유일한 낙은 온라인 게임이다.



하품할 땐 언제고 들어가라고 하니 재빠르게 소파로 가서 앉아 핸드폰으로 게임을 한다.



'으휴 진짜 저걸 죽여 살려'



저럴 땐 정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

다정함이라고는 모래알만큼도 없는 사람.



저런 사람이 근데 내게 사랑이 있다.

분명 있다.

신기하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길에 어젯밤 보쌈 사건을 곱씹어 봤다. 역시 정나미라곤 없다. 먹은걸 아예 티를 내지 말던가 그런 얍삽함은 또 없는 이 순수하지만 모지란 남자의 특이한 사랑은 내가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든다.



너란 남자.... 눈곱만큼의 다정함을 찾아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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