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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정 Nov 11. 2024

원망에서 감사함으로

사실 엄마는 나밖에 없었다.

엄마에게 더 이상 남자는 없었다.


그 대신 한 많은 인생에 기댈 곳이라곤 이제 정말 나 하나밖에 없었다.


내가 엄마를 찾을 때 나를 외면하고

엄마를 위로하고 싶을 때도


"네년이 내가 힘들면  해결해 줄 거야? 네가 그럴  힘이 있어? 해결해 줄 수 있는 거 아니면 신경 꺼!"라고 모진 말을 내뱉기만 했으면서

 

엄마는 이제 나만 찾았다.


조금만 아파도 차로 두 시간 거리에 사는 나를 불렀고

매일 전화를 하지 않으면 어김없이 나는 엄마에게 욕을 먹었다.


"나쁜 년. 싹수없는 년. 엄마 혼자 있는데 신경도 안 쓰는 개 같은 년....."

 

늘 듣는 말인데도 어쩔 땐 화가 났다.

엄마가 도대체 나한테 뭘 그리 당당한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엄마에게 나한테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엄마는 늘 그랬다.


너는 내 딸이니까.

너는 내가 낳았으니까.


그럼 누구한테 그래 내가 너밖에 누가 있어.


그 말에 가슴이 메였다.


얼마나 외로울까.

그 모든 아픈 순간들을 견디어 왔을 시간들을 내가 헤아릴 수 있을까.


이제 엄마에게 유일한 가족이자 보호자이면서 딸이고 친구는 세상에 나 하나뿐인걸 잘 안다.


엄마는 숱한 어려운 삶 속에서 나하나 품고 세상을 견뎠다. 나는 자식들을 위해 헌신을 다하며 희생하는 다른 엄마들을 보면서 부러워했다.


그런데 사실 다른 엄마와 내 엄마는 처음부터 다를 수밖에 없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엄마는 충분히 내 엄마로서 나를 지켰고 내 곁에 늘 계셨다. 아무리 모진 말로 나를 내치고 엄마의 감정을 쏟아부었어도 나는 엄마의 가장 소중한 딸이었다.


나를 지키기 위해 엄마가 견디며 버려야 할 것들이 많았음을 이제는 안다.


엄마는 내게




네 나이에 엄마딸로 태어나 많은 고생을 하며 살아온걸 엄마는 가장 가슴이 아파 엄마가 왜 몰랐겠니 착한 네가 엄마에게 말 못 하고 견뎌온 시간들을 엄마도 잘 알지 엄마딸로 태어나게 해서 미안하고 엄마딸이어서 고맙다 사랑한다 은정아



엄마가 사과하지 않아도 엄마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고 내 곁에 있어준 엄마가 고마워지고 있을 때 엄마는 내게 미안하다 사랑한다 말해 주었다.


그간의 설움과 아픔이 눈 녹듯 사라졌다.


70살 엄마와 43살 딸은 이제 친구처럼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위로해 주는 사이가 됐다.


누구보다 서로의 삶이 어땠는지 잘 알기 때문에

지나온 시간들이 서로에게 상처로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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