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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정 Oct 26. 2024

엄마는 남자들만 찾았다

나도 엄마가 필요했다

새아빠도 결국엔 엄마 곁을 떠나 돌아가셨다.


새아빠가 돌아가시고 10여 년이나 같이 살았던 우리 모녀에게 엄마의 시집식구들은 차가워졌다.

나보다 어렸던 동생은  우리에게 고모였던

아빠의 여동생이  바로 데려갔고

우리는 10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이 되었다.


엄마에겐 새아빠의 병간호로 힘들어할 때 곁에서 위로해 주던 남자친구가 있었다.


아빠의 죽음으로 인해 엄마에게 남은 건 한 겹 더 쌓인 더럽게 복 없는 팔자였다.

그리고 고생을 알아주긴커녕 남편

잡아먹은 여자라는 딱지와

시댁식구들 이  상처였다.

그런  엄마를 그분이 곁에서 나를 대신해

위로해 주었다.


물론 나는 엄마 곁에서 내가 위로가 될 줄 알았지만 엄마에게 나는 아무런 힘도 위로도 되지 못했던 거 같다.


그때도 나는 엄마의 마음을 알리 없고 나에게 기대지 않고 다른 남자에게 의지하는 모습이 이해되지 않았고 추운 흙집에서 혼자 버텨냈듯이 또  혼자 살 길을 찾아 야 했다.


나는 부모의 케어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온전치 못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의 전형적인 모습대로

거칠고 방황하는 청소년기를 지나 그에 걸맞게 20대를 살아갔다.


엄마 역시 남자친구가 위로해 주고 잘해주던 것도 잠시

남자친구는 멀쩡히 하던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온라인 게임만 하며 술만 마시는 놈팽이  같은  사람이 된다.


엄마를 만나 그런 사람이 된 건지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데

우리가 몰랐던 건지

복 없는 엄마의 팔자 대로 흘러가는 건지......


엄마에게 아픔과 슬픔을 위로해 주며 힘이 되어주던 

그분은 더 이상 엄마 곁에 남아 있지 않았다.


엄마와 나는 각자 혼자가 되어 외롭고 힘들게 살아갔다.


엄마는 남의 집 식모도 하고 식당일도 하고 건물 청소일도 하고 온갖 궂은일들을 하며 하루하루

버티며 살았다.


그런 엄마에게 또  한 번의 남자친구가 생겼었는데

그때 나는 엄마는 남자 없이는 못 사는구나 생각하며

엄마를 한없이 비난했었다.


사실 엄마는 남자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보호받지 못했던걸 기대고 싶었음을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지만 그때는 그저 남자만 밝힌다고 생각했고 그게 엄마팔자를 망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인생까지 망가뜨렸다고 생각하며

엄마를 원망했다.


평범할 리 없던 엄마의 팔자대로 그 남자는 엄마를 두고 바람을 피웠다. 그게 엄마의 마지막 남자였다.


어느새 두 모녀는 각자의 인생에서  술 없이 견딜 수

없는 삶을 살아갔다.


날마다 각자의 삶 속에서 술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흔들리는 촛불처럼 언제라도 꺼질듯한 아슬아슬한 삶을 이어갔다.


엄마 곁에 더 이상 아무도 남아있지 않고 하루하루

고된 일을 하며  버티고 있던 엄마는 내게 온갖 감정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었다.


나에게 엄마는 7살 이전에 엄마가 전부였다.


새아빠를 만나던 순간부터 내게 엄마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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