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환경이 남긴 아이의 상처

by 은나무


중학교에 올라가자, 내 마음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그러려니 하고 살아온 가정환경이, 다른 친구들과 비교가 되면서 점점 초라하게 느껴졌다.

깨끗한 교복, 여유 있는 생활, 안정된 집안 분위기를 가진 친구들을 볼 때마다, 내 삶은 부당하다고만 생각되었다.


새아빠와 결혼한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엄마가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이렇게 살지 않았을 텐데.’

내가 처한 모든 불행과 부족함을 엄마 탓으로 돌리며, 마음속에서 불씨 같은 분노가 타올랐다.


초등학교 때는 어른들이 늘 칭찬하던, 예의 바르고 성실한 아이였다.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와서는 그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내 시선은 삐뚤어졌고, 태도는 불량해졌다.

모든 것에 반항하고 싶었고,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버릇이 몸에 밴 듯했다.


어느 날, 나는 2학년 선배들에게 불려 갔다.

복도 끝에 서 있는 선배들은 첫눈에 봐도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대뜸 물었다.


“너 담배 피우지? 담배 하나 줘 봐.”


그 말은 단순한 요구가 아니라, 공포를 주려는 협박이었다.

학교에서 함부로 설치고 다니지 말라는 뜻도 함께 담겨 있었다.


순간, 속에서 알 수 없는 반발심이 치밀었다.

‘내가 그렇게 눈에 띄었나? 왜 나한테 이런 말을 하지?’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선배들과 상대하기조차 싫어졌다.


동급생 친구들은 선배를 만나면 고개를 깊이 숙이며 인사를 했다.

하지만 나는 본체만체 지나치곤 했다.

나도 모르게 반항심이 행동으로 드러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무렵부터 학교에서도 내 모습은 변하기 시작했다.

수업 태도는 흐트러졌고, 교사들의 눈에 띄는 불량한 학생이 되어 갔다.

예전처럼 ‘예의 바른 아이’로 불리던 모습은 사라지고, 나는 점점 문제아로 굳어져 갔다.




[엄마들에게 드리는 말]



제가 중학교에 올라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내 삶을 엄마 탓으로 돌리는 것이었습니다.

가난하고 힘든 환경이 모두 엄마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더 삐뚤어지기도 했습니다.


돌아보면 그건 진짜로 엄마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제 불만과 분노를 어디에라도 쏟아내고 싶었던 몸부림이었습니다.

아마 많은 아이들이 그럴지도 모릅니다.


혹시 아이가 부모에게 날카롭게 대들고, 이유 없이 원망하는 말을 해도 너무 당황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정말 미워서 그러는 걸까? 아니면 자기 불만을 쏟아낼 곳이 필요해서일까?” 하고 생각해 주신다면,

아이를 조금은 다른 눈으로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엄마가 끝까지 제가 방황할 때 믿어주셨기 때문에, 결국은 다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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