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진상가족

by 은나무


미용실의 주말은 대부분 하루 종일 바쁘다. 그런데 가끔은 중간중간 손님이 뜸해지는 시간이 있다. 지난주 주말도 그랬다. 한창 바쁜 시간이 지나고 이제 좀 숨 돌리려는 찰나, 초등학생 아들 둘을 둔 4인 가족이 우르르 들어왔다. 순간 긴장됐다. 왜냐면 지난번 이 집 아이들 머리를 깎다가 혼이 쏙 빠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기 때문이다.


마침 점장님도 안 계셔서 내가 책임지고 결정해야 했다. 이 가족을 돌려보낼지, 아니면 힘들어도 참고 머리를 해줄지. 다른 손님들이 기다릴 수도 있으니 머릿속이 바쁘게 굴러갔다.


“어서 오세요~ 어떤 분이 자르실 건가요?”

“저만이요.”

“아버님만 하실 건가요?”

“네.”


휴… 다행이다. 아이들은 아니고 아빠만 커트와 염색을 한다고 했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이 가족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작은 매장에 주말이라 북적이는데, 굳이 온 가족이 다 와서 대기 소파를 전부 차지했다. 아기도 아닌데 초등학생 애들은 하나는 벌러덩 누워 있고, 다른 하나는 기우뚱하게 앉아 있었다. 엄마는 팔짱을 끼고 눈을 감은 채 졸고 있었다. 심지어 TV도 자기들 마음대로 만화 채널로 돌려놨다. 마치 이곳이 자기네 집인 듯했다.


아빠는 염색까지 하느라 오래 앉아 있었고, 아이들은 시끄럽게 떠들고 싸우기를 반복했다. 그런데도 엄마 아빠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속에서 열이 치밀어 올랐다. 아이들 때문에 힘든 게 아니라, 애들을 전혀 제지하지 않는 부모 때문에 더 화가 났다.


지난번 이 가족 아이들 머리 깎을 때도 진땀을 뺐다. 온갖 난리를 치는데도 부모는 그저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문 열고 들어올 때부터 머릿속이 복잡했던 거다.


그때 마침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 얼른 내 자리로 모셔 커트를 시작했다. 그런데도 그 가족은 여전히 매장 전체를 점령하고 있었다. 속으로 계속 되뇌었다.

‘진상 가족, 진상 가족… 다음엔 애들 머리 절대 안 해줄 거야. 절대로!’


아빠 시술이 끝나고 나서야 가족은 떠났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접객용 사탕을 한 움큼씩 챙겨 가는 얄미움까지 남기며.


그들이 나가자 선생님이 숨을 몰아쉬며 쏟아냈다.

“엄마 아빠가 왜 저래요? 여기가 자기들 집이에요? 애들은 너무 예의가 없고, TV도 왜 맘대로 돌려요. 정말 한마디 하고 싶었는데 참았어요.”


나는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선생님, 지난번 기억 안 나세요? 저랑 선생님이랑 애들 머리 깎다가 아주 진땀 뺀 가족이에요. 오늘 혹시 또 자른다고 할까 봐 속으로 별별 생각 다 했어요. 다음엔 진짜 안 해줄 거예요.”


“선생님은 걱정 마세요. 저랑 있을 땐 제가 말할게요. 점장님 계실 땐 점장님께 맡기고요.”

“정말요? 그럼 저야 너무 감사하죠.”


결국 “민폐 가족 거부하기 대책”을 이렇게 정리해 버렸다. 웃긴 건, 어떻게 하면 고객이 한 번 더 찾을까 고민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다시는 안 오게 할까 고민해야 하는 날도 있다는 거다.


물론 서비스 업종이니 손님은 항상 감사한 존재다. 하지만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는 있어야 한다. 이런 게 없으니 노키즈존 같은 곳이 생겨나는 거겠지. 아이들이 문제라기보단, 막무가내 부모들의 태도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다시는 아이들 머리 안 깎아줘야지.”


그날 집에 돌아가자마자 내 두 아들한테 잔소리 폭탄을 퍼부었다.

“밖에 나가면 예의 지켜라! 인사 똑바로 하고, 남들한테 피해 주지 마라!”


영문도 모르는 아이들은 서로를 보며 “오늘 엄마 왜 이래?” 하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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