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은나무


같은 꿈을 가끔씩 꾸곤 한다.



장소와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엔
지금의 모든 걸 놓친 채 과거로 돌아가는 절망적인 꿈.



어떤 날의 꿈속에서 나는
남편과 아이와 집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남편과 아이는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거실에서 몸으로 장난을 치며, 서로를 가장 사랑하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집안 가득 울려 퍼진다.



나는 주방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그 모습을 바라본다.
입가엔 나도 모르게 미소가 걸린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 이 시간이 참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
갑자기 모든 평화를 깨는 소리가 들린다.



매우 익숙하고 무겁고, 거칠고,
등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소름 끼치는 목소리.



“연아!! 연아!! 너 여기 있지!!
다 알고 왔어!! 문 열어!!”



현관문이 미친 듯 두드려진다.
쾅, 쾅, 쾅.
숨이 턱 막히고, 몸 안쪽이 찬물에 잠긴 것처럼 굳어버린다.



남편과 아이가 놀란 얼굴로 나를 본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문 밖에서는 고함과 함께 문틀이 흔들린다.



“연아! 당장 나오라고 했잖아!”



나는 안다.
그는 물불 가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한 번 잡히면, 끝이라는 걸.



어떻게 나를 찾아냈지.
여긴 내 삶이 다시 시작된 곳인데.
불안과 두려움이 목까지 차오른다.
결국, 나는 두 손이 떨린 채 문을 열고 나간다.



바로 그 순간,
거친 손이 내 손목을 낚아챈다.



“내가 너를 못 찾을 줄 알았어?
여기는 네 자리가 아니야.”



나는 끌려간다.
숨이 막힌다.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눈물이 그냥 흘러내린다.



아, 이제 모든 게 끝이구나.
난 다시는 못 벗어나겠구나.
남편, 아이…
다시는 볼 수 없겠구나.



우리 셋은 서로를 바라보며
두려움에 얼어붙는다.
울기만 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꿈속의 그 남자는
커다란 괴물처럼 보인다.
아니, 언제나 나를 짓밟던 괴물이었다.




한참 울다 정신을 차려보니
옆에 남편과 아이가 곤히 자고 있다.
깊은숨이 나온다.



꿈이었다.
정말 다행이다.



베개는 흠뻑 젖어 있고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



언제쯤 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가끔 꿈은 나를 현실에서 끌어내리고,
꿈속의 나는 현실을 흔들어놓는다.
그 공포는 오래된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10년이 훌쩍 넘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때의 공포는
나를 아직도 가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