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들어간 그 방에서
나는 무려 세 시간을 버텼다.
그 자리는 친구들끼리 온 곳이 아니었다.
사업적으로 만난 사람들 사이.
여자를 함부로 대하는 남자들은 없었다.
다만 나를 처음 와서 귀엽다는 이유로
조금 짓궂은 장난을 했을 뿐이었다.
나는 남자 옆에 앉아
눈과 귀를 초감각적으로 열어두었다.
언니들이 웃는 타이밍,
고개 끄덕이는 각도,
술잔을 드는 속도,
남자의 농담에 반응하는 표정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목에 끼는 술 냄새,
손끝에 스치는 남자의 열기,
숨도 못 쉬게 만드는 담배 연기 속에서
나는 살아남기 위한 예의와 거리를 배웠다.
술은 안 마셔도 된다고 했지만
이곳은 술로 버는 가게라는 걸
눈치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입만 살짝 적시며
천천히, 조용히 테이블을 살폈다.
남자들의 눈빛은
내 신발 굽에서 머리끝까지
날 한 번에 훑고 지나갔다.
평가하고, 계산하고, 분류하는 속도 같았다.
가끔 누군가 노래를 부르면
언니들은 일제히 일어나
몸을 흔들고 탬버린을 흔들었다.
나는 그들 사이에서
웃는 얼굴을 따라 했다.
내 표정이 내 것이 아니었다.
세 시간은 더디기도 빠르기도 했다.
어느덧 상석의 남자가 조용히 말했다.
“너흰 그만 나가도 돼.”
그리고 남자는 조용히 내 손에
5만 원을 쥐어줬다.
나이도 어린데 이런 곳 오래 있지 말라고.
너랑 어울리지 않는다며...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말이 끝나자마자 정리되었다.
언니들이 한 명씩
정중하게 인사하고 방을 나갔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 뒤를 따라 걸었다.
대기실 소파에 앉자마자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룸 안에서 피우던 것과 다른 맛.
내 안의 긴장만큼은
조금씩 가라앉았다.
“연이, 할 만해? 아까 놀랐지?”
한 언니가 내게 말을 걸었다.
“저 사람들은 단골인데
뉴페이스 왔다고 장난친 거야.
진상 아니니까 너무 긴장하지 마.”
곧 다른 언니가 끼어들었다.
“근데 너 왜 술 안 마셔?
여기선 매상 올려줘야지.
안주라도 시켜.”
“야 너도 적당히 해. 오늘 처음 왔잖아.”
또 다른 언니가 나를 감쌌다.
나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네. 죄송해요. 앞으로 신경 쓸게요.”
언니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첫날인데 너무 무리하지 마.”
말과는 달리
입술 한쪽이 살짝 올라갔다.
착한 말속에도
경계가 숨겨져 있었다.
나는 그녀들과 어울리기 위해
싹싹하게 웃었다.
비굴하지 않게.
하지만 싹싹하게.
그게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
어른들이 좋아했고
언니들이 더 좋아하는 태도.
그렇게 나는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