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일한 곳에서는 한 달 만에 그만두었다.
아가씨는 많았고 손님은 별로 없었다.
기다리는 시간은 길고, 들어가는 방은 드물었다.
나는
‘할 거면 바짝 벌고 빨리 벗어나야지’
하는 마음이었지
하루하루 겨우 살아남는 수준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새벽에 들어와
낮까지 지쳐 쓰러져 잤다.
해가 저물어 밖으로 나가 신문을 가져왔다.
이미 기계적으로 손이
구인 광고가 실린 면으로 넘어갔다.
그 시절, 이 도시를 비롯해 여기저기
1종 허가에 노래방 간판을 걸어둔 곳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주머니 얕은 손님들도 들어갈 수 있는 저가 룸.
시간당 25,000원.
일당 15만 원 이상 가능.
그 문구 하나만으로
나는 그곳의 계단 앞에 서 있었다.
긴장과 추위가 뒤섞여 손끝이 차가워졌지만
나를 뛰게 하는 건 두려움이 아니라 생존이었다.
이번 업소는 지하에 있었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속으로 다짐했다.
‘겁먹지 말자. 내가 선택한 길이다.’
문을 열자 전에 일하던 곳과 확실히 달랐다.
밝고 활기찼다.
손님들도 벌써 꽤 들어와 있었다.
기회가 많은 곳.
돈 냄새가 나는 곳.
관리 부장 앞에 앉아
나이, 살던 곳, 한 달 경력… 등등을
당당하게 말했다.
“00에서 한 달 정도 일해봤습니다.”
“그럼 잘 알겠네.”
부장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늘 가장 중요한 질문 하나를 꺼냈다.
“술은… 꼭 많이 안 마셔도 되죠?”
내가 술을 못 마셔서가 아니었다.
술 한 번 마시면
나는 남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이
끝까지 가버리는 성격이었다.
정신줄을 놓는 순간,
그건 곧 약점이 되는 곳이었다.
“억지로 먹을 필요 없어.”
부장의 말은
전에 일하던 곳에서도 들었던 말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일수록 더 믿으면 안 된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다.
대기실은 방 하나를 떼어 만든 공간이었다.
바닥에 담요가 널려 있고 티브이가 틀어져 있고
누군가 자고 있고 누군가 욕하고 있고
누군가는 벌써 술에 절어 있었다.
나는 밝게 인사했다.
비굴하지 않게
싹싹하게
살아남기 위해
늘 준비했던 태도.
“연이에요! 잘 부탁드려요.
아직 초보라 부족해도 언니들 보고 잘 배울게요.”
질문들이 쏟아졌다.
“몇 살이야?”
“너 너무 아기 같아.”
“어디 살아?”
그중 한 언니가
나와 비슷한 키, 비슷한 체구였다.
말과 표정이 조금 따뜻하게 다가왔다.
“야, 나도 그 동네 살아. 어려운 거 있으면 말해.
언니가 챙겨줄게.”
이상하게 나는 늘 어디서든 나를 돕는 사람을 만났다.
그게 이 언니일지도 모른다고 잠시 믿고 싶어졌다.
곧 이름이 불렸다.
상아라는 이름의 언니와 단둘이 방에 들어가게 됐다.
언니 옆에 있으니 내가 얼마나 작고
어리고 풋내기인지 더 분명해졌다.
굴욕 같았지만 그 감정은 가슴속 깊은 데 눌러 담았다.
두 시간.
분위기는 좋았다.
술이 오갔고, 웃음이 오갔고,
별일 없이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문이 닫히자
상아 언니 얼굴은 달라져 있었다.
얼굴이 붉었고 걸음이 휘청였다.
방에 돌아와 앉자 아까 같은 동네 산다던
언니가 내 곁에와 말을 건다.
“너 술 왜 안 마셨어? 상아가 혼자 매상 올리느라 힘들었데
오늘 처음 왔다고 변명해 줬어. 다음부터는 룸에 들어가면 좀 맞춰줘”
부장 말이 다가 아니었다.
이 세계는 언니들이 룰을 정한다.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날 새벽을 넘겨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맨 정신으로 앉아 있는 상아 언니에게 달려갔다.
“언니, 어제는 제가 죄송해요. 제가 눈치가 없었죠…
언니 혼자 애쓰는걸 눈치 없이 모르고 있었어요..
앞으로 잘할게요. 예쁘게 봐주세요.”
차갑던 표정에 숨이 달라붙어 있던 미소가
슬쩍 피어올랐다.
“그래. 앞으로는 잘하자.”
나는 속으로 안도했다.
살아남았다.
오늘 하루 또 살아남았다.
나는 소심한 내가 싫었지만
그날은 깨달았다.
소심함도
정중함도
싹싹함도
여기서는 무기라는 걸.
그렇게 나는 조심스럽게 이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