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돈으로 시간을 사고,
마음을 사고,
잠시 웃음을 사는 곳이었다.
낮에 만났다면 그저 평범하고 다정했을 남자들이
밤이 되면 조명 아래에서 이상하게 변해갔다.
말투도 달라지고, 시선도 달라지고, 사람의 결도 달라졌다.
그럼에도
그들은 외로웠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고, 속 얘기를 하고 싶고,
작은 인정이라도 받고 싶었다.
그걸
이곳에서
돈으로 해결했다.
손님들의 사정만큼이나
이곳 여자들의 사정도 다양했다.
남편에게 지쳐버린 삶을 버리고 도망치듯 온 언니,
가족의 생계를 짊어지고 중국에서 건너온 언니,
공장에서 손목이 나가 다른 길을 찾던 언니,
나처럼 삶이 당장 눈앞으로 밀려와
빠른 돈이 필요했던 여자.
그리고
대학에 다니며
다른 친구들이 아르바이트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나온 내 또래 동생들.
겉으로 보면
모두 웃고, 화려해 보이지만 우리 안쪽에는
한 사람씩 각자의 사연이 칼처럼 꽂혀 있었다.
그래도 그 안에는
사람 냄새가 있었다.
누군가는
어깨에 기대어 우는 동생을
말없이 안아주고,
누군가는
생일이라며 케이크 하나라도
서툴게 챙겨줬다.
진짜 친구가 되어주기도 하고, 적이 되기도 하고,
오늘 언니였다가 내일은 나를 질투하기도 했다.
그게
여기서 살아남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삶 속에는, 놀랍게도 사랑이 있었다.
관리 부장과 은근히 정을 나누는 언니,
웨이터가 언니를 위해 주먹을 꽉 쥐는 순간도
여러 번 봤다.
손님으로 들어왔다가 일주일 만에
연인이 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서로 조금씩 기대다 보면 서로가
잠시라도
“필요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아무리 아닌 척해도
사랑은
여기에도 있었다.
일을 마치고 새벽이 되어
가게 불이 하나둘 꺼질 무렵이면
우리는 보통의 사람들처럼
“퇴근 후 한 잔”을 했다.
그날도
언니들이 나를 불렀다.
“연이야, 오늘 한 잔 더 하고 가자.”
“네? 저도 껴도 돼요?”
“야, 언니들이 다 너 이뻐해.”
그 말 한마디에
낯선 곳에서
처음으로
소속된 기분이 들었다.
가게 안 테이블에 둘러앉아
일 얘기, 사는 얘기,
남 얘기…
우리는 웃었다.
그 시간이 어느새 재미있었다.
그때,
나는 봤다.
부장이
김언니 옆에 조금 더 가까이 앉는 걸.
서로 웃으면서도 눈빛이 오래 머무는 걸.
아,
둘이 뭔가 있구나…
눈치를 채는 건
내 특기였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는 걸
얼마 안 지나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상아 언니하고도 나는 금방 가까워졌다.
늘 같이 출근하고 같이 밥 먹고
거의 한 집 살림처럼 지냈다.
하지만
언니가 만나는 남자는
유부남이었다.
나는 몇 번이나 말렸다.
“언니, 그러지 말아요… 혼자 상처받아요.”
하지만
사람 마음은
등 뒤에서 밀어도
밀리지 않는다는 걸
그때 알았다.
나보다 한 살 어려
예쁘고 늘씬한 동생도 있었다.
어느 날 한 남자가 그 동생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
카센터에 다니는 남자였는데 술자리에서도
계속 그 동생만 봤다.
몇 번 더 찾아왔고 연락처를 주고받고 곧 연인이 되었다.
한 번은
새벽 다섯 시.
일을 마치고 술 한 잔 하자고 우리는 삼겹살집에 갔는데
그 동생이 그 남자를 부르겠다는 거다.
나 같으면
미안해서 못 부를 시간인데
그 남자는 정말로 새벽 5시의 부름에도
단 30분 만에 달려왔다.
곧 출근해야 한다며
작업복 입은 그대로.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로
“보고 싶어서…” 라며 서 있는 모습.
나는
그걸 보며
조금 멍해졌다.
사랑은
이런 곳에서도
제시간에 찾아오는구나.
그 둘은 지금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알게 되었다.
누군가는
잠깐이라도 상처가 덜 아프라고
서로에게 기대고,
누군가는
진짜 마음을 걸고
영원을 꿈꾼다.
아무리 이곳이
어둠으로 가득해도,
사람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사랑이 있다.
그리고 그때쯤
내 마음 한쪽도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
나는 물었다.
“혹시…
나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걸까?”
그렇게 생각하던 어느 날,
그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