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 했으니까

by 은나무


나는 혼자 먹고살 형편이 아니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세상에 버려진 아이처럼 살았다.



세상에 하나뿐인
불쌍하고 때론 자신만 보이는 엄마도 내 어깨 위에 있었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그 부족함을 내가 메워야 했다.
책임감은 언제나 내 몫이었다.



장래희망이라는 걸
꿈꾸는 것조차 사치였다.
그나마 내가 떳떳하게
가진 재능을 살려 할 수 있었던 일은
미용사였다.



하지만 그 시절 미용사 초보의 월급은

기술을 배우는 대신 박봉이었다.
몸으로 때워야 했다.
초보 첫 월급은 30만 원, 많아야 40만 원.
나는 운이 좋게 70만 원 받는 대형샵에 들어갔지만



혼자 사는 지하 단칸방의 월세,
교통비, 각종 공과금,
엄마와 나의 휴대폰 요금, 엄마의 용돈까지

감당하고 나면 내 손에 남는 건 없었다.



미용실에는 도시락을 싸 가야 했다.
점심 한 끼도 사 먹을 수 없었다.
배보다 마음이 더 허기졌다.



내 방은
밖보다 안이 더 추운 날이 많았다.
좁은 창문 아래로
사람들의 발목만 보였다.
그들은 항상 바쁘게 지나가는데
나는 늘 멈춰 있는 쪽이었다.



기술을 배우며 버텨보려 했지만
저장해 둔 돈도 없었고
기댈 사람도 없었다.



당장 필요한 돈.
그게 전부였다.



내일이 문제였다.
다른 일은 다음 달에나 돈이 들어왔다.
나는 버틸 시간이 없었다.

당장 내일 먹고살아야 할 돈 그게 필요했다.
살아남기 위해 갔다.



신문을 펼쳤다.
손이 떨리지도 않았다.



학창 시절 함께 방황하던 친구가
이미 그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노래만 하면 된다는 말.
금방 돈 벌 수 있다는 말.



그 말들은
달콤하지도, 설레지도 않았지만
지독하게 현실적이었다.



살아야 했으니까.
그 문밖에 다른 선택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눈발이 날리던 그날 밤.
그곳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내 발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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