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었다.
햇살이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데
여기가 어디였더라 잠깐 멍해졌다.
눈을 떠보니 바로 옆에
그가 자고 있었다.
진짜 내가 이 사람 옆에서
아침을 맞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나는 조용히 일어나 씻고
물 한 잔 마시면서 소파에 앉아 생각했다.
‘내가 이래도 되나?
지금 이게 맞는 건가?’
진짜 우리가 어울리는 사이라고 할 수 있나?
혼자 그러고 있는데
그가 일어났다.
부스스한데 지저분해 보이진 않았고
햇살에 비친 얼굴이 괜히 더 멋있어 보였다.
그때 처음 제대로 봤다.
그의 몸에 새겨진 그림들.
근데 신기하게도
싫다는 생각이 하나도 안 들었다.
오히려 더 든든해 보였다.
술기운에 속이 쓰려
우리는 옷을 대충 챙겨 입고 해장을 하러 나갔다.
서울에서 제일 맛있는 곳이라며 나를 데려가는 그의 모습.
그 모든 게 새롭게 느껴졌다.
누군가 나를 이렇게 챙겨주는 게
처음이라서.
해장을 하고 난 뒤 우린 한강을 걸었다.
예전에 가출했을 때,
한없이 춥고 무섭기만 했던 그곳.
그런데 그날은…
봄바람 같은 기분이었다.
서울 사람 다 된 것처럼
괜히 설레기도 했다.
집에 도착하자
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늘은 일 하지 말고, 여기서 쉬고 있어.
나만 다녀올게.”
필요하면 쓰라며 카드를 건넸다.
내가 누군가에게 보호받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 말이, 그 행동이…
따뜻했다.
나는 괜히 동네를 한 바퀴 둘러보고
그를 위해 저녁을 차리기로 했다.
된장찌개와 시금치무침, 계란말이. 평범한 집밥.
그는 평소보다 훨씬 일찍 집에 왔다.
나를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말했다.
“연이가 기다리는데
내가 늦게까지 어떻게 있어.”
된장찌개 냄새를 맡고는
아이처럼 기뻐했다.
“뭐야? 언제 이런 것도 다 했어?”
칭찬을 하며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
그런 사람 옆에서 밥을 먹는 순간이
이렇게 행복할 줄 몰랐다.
나는 생각했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겠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그를 믿기로 했다.
조금은 기대 보기로 했다.
내가 평생 갈망해 왔던
안전한 길이
이 길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따뜻함 속에 숨은 그림자는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