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우리에게 찾아온 가정의 위기
둘째 아들이 태어나면 좋은 일들만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우리 가정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성격은 즉흥적이나 예민하고 까칠했다.
육아에 있어서는 특히 더 꼼꼼하려 하다 보니 쉽게 지쳤고 첫째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준비도 해야 했기에 힘에 부쳤다.
우리는 형편상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던 터라 모든 걸 남편과 둘이서 해야 했다.
신생아 돌봐야 해, 첫째 입학시켜야 해, 초보엄마가 감당하기엔 조금 버거웠다.
그땐 왜 그리 꼼꼼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나를 더 볶아댔던 게 아닌가 싶다.
나는 그때 남편은 회사 다니느라 힘드니 따로 잠을 자게 해 줬다. 아니 도대체 왜 그랬을까?
그런다고 남편은 정말 자기 방에서 잘도 잤다.
나는 그게 여자로서 주부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인 줄 알았다. 지금 같으면 어림도 없었을 텐데.
아니 그렇다고 알았다고 자기 방에 들어가 쿨쿨 잘도 자는 인간은 뭐지?
그리고 나는 첫째 아들 훈육을 좀 무섭게 했다.
이쁜 이모였다가 엄마가 되니 더 좋을 줄 알았던 아들에게 할머니와 아빠손에 자란 아들의 버릇없는 부분을 고쳐 주고 싶었다. 근데 그게 서로 오해가 되고 남편과 시댁 식구들에게 새엄마라서 그런 거라는 소리까지 듣게 되었다.
여러모로 참 힘든 시기였다.
연애하면서 죽이 척척 잘 맞아 재밌던 커플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결혼을 하면 더 잘 살아낼 줄 알았다.
남편의 아픈 부분을 내가 채워주고 싶었다. 귀엽고 나를 잘 따르던 아들을 정말 잘 키워보고 싶었는데 내 맘 같지 않고 서로를 오해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아이가 태어나면 온전히 기쁠 줄만 알았다. 그러나 독박육아의 무거운 짐은 나를 점점 지치게 했다. 그 화살은 남편과 큰아들에게 전부 쏟아졌다.
나는 이쁜 이모에서 무서운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고 남편에게 너 이런 여자였어?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둘째 임신을 위해 끊었던 술과 담배까지 다시 시작했다.
모든 게 후회 됐다.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이 와닿았다.
남의 자식은 키우는 게 아니라는 말이 내 가슴을 메어지게 했다. 그런데 어쩌랴.
내가 낳은 아들한테는 나처럼 깨어진 가정에서 살게 하고 싶진 않았다.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다시 힘을 냈다.
남편과 나의 장점.
금방 잊고 남편의 비위를 맞춰주면 또 금세 싱글벙글 해지는 덕에 나는 남편에게 그간의 솔직한 이야기를 했다.
나는 내가 낳지 않아서, 미워서 영준이에게 그런 게 아니다.
나도 엄마에게 어릴 때 엄하게 자라서 그게 맞는 건 줄 알았다.
영준이가 더 예의 바르게 컸으면 하는 마음에서 누구 한 명은 엄한 사람이 필요할 거 같아서 그랬다고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아이를 처음 낳아보니 힘든 거 투성이고 양가 엄마들이 도와줄 수 없는 상황에 혼자서 오로지 인터넷 검색으로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 상황이 버겁고 힘들었다.
나는 당신을 편하게 쉬게 해 주는 게 아내로서 맞는 일인 거 같아서 퇴근 후 쉬라고 한 건데 육아를 도와줬으면 좋겠다.
내가 좀 지금 지치고 힘이 든다고 솔직히 이야기했다.
남편은 그랬냐 나는 말을 안 하면 모르는 사람이다. 미안하다. 당신이 그런 마음으로 그렇게 힘든 줄 모르고 오해했다. (아니 말을 안 한다고 모르다니. 일부러 모른 척 외면하는 줄 알았는데 13년 살고 보니 남편은 진짜로 몰라요 말을 해야 알아요.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그냥 모르는 사람이에요.. 제가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하..)
그렇게 서로의 입장을 대화로 풀었고 우리는 또 한 번의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그러나 이게 시작이었다.
그 뒤로도 우리에겐 많고 많은 위기들이 있었고 그때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잦았다.
정말 다행인 것은 우리 둘 다 싸우고 오래가는 걸 참지 못한다.
불같이 달려들어 싸우다가도 금세 풀어야 하는 성격이었다. 심지어 둘 다 푼수 떼기 들이라 그렇게 싸운 사람들이 맞나 싶게 금세 또 하하하 웃고 떠드는 사이였다.
우리 부부를 보고 주위에서 친구들이 그랬다.
시트콤을 보는 거 같다고.... 희한한 부부라고....
그런 면에서 정말 잘 맞으니 이렇게 잘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수없이 싸운 결과 지금은 가정의 평화가 찾아왔다. 서로를 잘 알기에 건드려지는 부분은 이제 잘도 피해 간다.
앞으로 일어날 더 큰일이 최근에 있었는데 그 역시 우리 부부답게 헤쳐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