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결국 대형사고 일으켰다.텔레그램사기 당하다
남편의 예견대로 나는 우리 가정에 재정문제로 큰 사고를 일으켰다.
나는 육아를 하며 집에서 지내던 때 우연히 보게 된 티브이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에 빠지게 되었다.
무료하고 똑같은 일상에 작은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나름의 힐링이었다.
몇 년간 좋아하다 보니 팬미팅까지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나는 그 배우의 첫 팬미팅을 갔다.
중학교 때 우리 시절 최고의 핫한 아이돌 가수 HOT를 엄청 좋아했을 때도 티브이로 보는 걸로 충분히 만족했지 직접 찾아다닐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아줌마가 다됐다.
젊고 잘생긴 배우가 주는 설렘이 너무 좋았다.
그런 나를 못마땅해 하기는커녕 첫 팬미팅날엔 남편이 직접 데려다주고 데리러 오기도 하는 픽업 서비스도 해줄 만큼 이해해 줬다.
근데 직접 만나고 오니 웬걸
그 배우가 훨씬 더 좋아졌다.
그날 그 배우는 일 년 뒤에 팬미팅을 또 하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일 년을 기다렸다.
일 년간 활발한 활동으로 핫해지자 팬들이 많이 생겼다.
작년엔 수월하게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왠지 티켓 구하기가 힘들 거 같아 불안했다.
역시나 티켓팅 시작하자마자 모두 매진되고 말았다.
내 성격에 포기할리 없는 나는 중고거래 사이트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원래 티켓 가격에 조금 더 비싼 값으로 올라온 티켓을 중고로 거래하는 글을 발견했다.
원래 그런 표는 거래하면 안 되지만 일 년을 애타게 기다려온 나로서는 그냥 포기할 수 없었다.
거래요청을 했고 답이 왔다.
나는 의심 없이 티켓값을 이체했다.
그런데 뭐가 잘못됐으니 다시 한번 이체를 요청했다.
그리고 바로 환불 처리를 해준다고 했다.
나는 의심하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다시 한번 이체를 했다. 나는 이미 사기꾼들에게 낚이고 있었다. 텔레그램의 텔자도 모르는 나는 그날 그렇게 텔레그램으로 옮겨져 여러 명의 사람들에게 가스라이팅까지 당하며 3400만 원이라는 돈이 털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졌다.
처음엔 티켓이 갖고 싶었는데 나중엔 환불을 받으려면 두 배의 돈을 이체해야 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데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이 계속 이체하고 있던 나를 발견하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늦었다.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뉴스에서만 보던 사건이다. 보이스피싱은 들어봤어도
텔레그램 사기는 뭐지?? 헐레벌떡 경찰서로 향했다.
이 사건의 결론은 범인들을 찾기도 힘들고 돈을 찾기도 힘들다였다. 그날 집에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다.
아침뉴스에도 나왔다. 내가 겪은 똑같은 사건이…..
아침에 뉴스라도 봤더라면….
평소 뉴스를 볼 때 저런 사기당하는 사람들은 왜 모르지? 왜 당하지? 생각했는데 , 정말 순식간에 나도 모르게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믿어지지도 않고 너무 황당하기만 했다.
혼자 수습하기엔 액수가 너무 컸다.
남편이 재정관리를 하는데 내가 그렇데 큰돈이 있을 리가 없었다. 친정엄마가 내게 잠깐 맡겨둔 돈을 그렇게 순식간에 털리고 말았다.
돈에 민감하고 예민한 남편한테 도대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막막했다. 마침 경찰서에 있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당신 어디야?”
“나 지금 경찰서야 사기당한 거 같아”
남편은 액수를 듣고 할 말을 잃었다.
어떻게 그 말에 속을 수가 있었는지, 장모님이 힘들게 모아서 맡겨둔 돈에 손을 댈 수 있는지 정말 아무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나 역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남편이 늘 걱정하던 문제보다 더 큰 사건을 일으키고 말았다.
그날 저녁 나는 남편에게 온갖 핀잔과 잔소리를 들었다. 처음으로 일방적인 대화였다.
다음날 우리는 생각하면 억울하고 화가 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어쩌랴 이번사건을 좋은 기회로 만들어
전화위복으로 삼는 시간으로 만들기로 했다.
일단 중형차에서 대형세단까지 올라간 승용차를 정리하라는 남편의 요구에 맞춰 차에 가장 많은 욕심을 갖고 있었던 마음을 내려놓고 소형차로 바꿨다.
가장 힘든 부분이었지만 할 말이 없었다.
이 부분에선 남편이 제일 좋아했다. 뱁새가 제자리를 찾아간다며 찢어진 가랑이가 붙었다고 좋아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차근차근 벌려놓고 저질러놓은 일들을 정리하고 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갖었다.
그리고 남편에게 경제관념에 대해 배움의 시간도 갖고
그동안의 무책임한 씀씀이에 대해서도 반성하는 시간을 갖었다.
남편의 도움으로 이번일을 잘 마무리하고 힘을 낼 수 있었다. 남편이 새삼 고마웠다. 그렇게 쪼잔하다고 생각했던 남편이 이렇게 큰일 앞에서 괜찮다 그럴 수도 있다 위로해 주고 이번일을 통해서 앞으로 계획 있게 잘 살아보자 용기를 주다니….
송찬호 쫄보 아니었어~!! 대인배였어~!!
고마워 내 남편이 돼줘서~
멱살잡이 수없이 하고 싶던 그 웨이터 아저씨 고맙다 인사하러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