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텃밭

텃밭의 무게는 비밀이에요...

by 천천히 한걸음

나는 160센티미터의 텃밭이에요. 황무지였었죠. 모난 돌과 잡초가 가득했어요. 사실 처음엔 돌산 기슭에 위치해 있었더랬죠. 사람이 그리워서 스스로 자리를 옮겨 어느 집 뒤 낮은 곳으로 옮겨 앉았어요.

볕이 들어 싹을 틔우고 싶어 졌어요. 생각이라는 괭이를 들어 모난 돌을 하나 둘 걷어 내었어요. 반성이라는 호미를 들어 잡초를 뽑고 또 뽑았어요. 그래도 새싹은 잘 나오지 않았어요. 영양분이 없어서 그렇다네요. 책이라는 거름이 있다고 들었어요. 열심히 닥치는 대로 주었더니 파릇파릇 멋진 싹들이 막 피어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작은 싹들만 있는 텃밭은 아무래도 좀 심심해 보였어요. 큰 나무 한그루 정도는 있었으면 했죠. 그런데 어느 날 보니 내 텃밭에 나무가 들어와 서 있었어요. 내가 직접 싹 틔워 올리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크고 검고 무뚝뚝하면서도 착한 곰 같은 나무 가요. 그늘을 넓게 드리우고 내 작은 싹들을 지켜주고 웃겨주고 감싸주고 있었어요. 평생 함께 할 거라면서 말이에요. 그리고 곧 작은 묘목 한 그루도 더 생겨났지 뭐예요.

제 작은 텃밭은 오늘도 비옥하답니다. 때로는 잡초도 가뭄도 생기지만 한 번 비옥해진 텃밭은 다시 황무지로는 돌아가지 않는 다네요. 정말 행복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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