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 관한 이야기 이다.
아니 이별에 관한 이야기 이다.
아니면 이별을 바라보는 나에 대한 이야기일까?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으나 며칠을 망설였다. 아이 말고 다른 이야기를 써야하는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다니 한심했다. 하루종일 아이를 생각하는 사람이면서도
왠지 아이 말고 다른 멋있어 보이는 주제로 글을 써야 할것 같았다.
이래서 였다 나의 글쓰기가 늘 지지부진 한것은.
"글쓰기 만이 두번째 삶을 살게 한다"
강원국의 말을 수첩에 써두고도 나는 글쓰기를 일종의 뽐내기, 과시하기, 글쓰기 기법의 활용 도구 로만 생각 했던 것이다.
맙소사 멋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니.. 멋있어 보이는 주제를 찾고 있었다니.
부끄러웠고 자신감이 떨어졌다.
서론이 길었다. 그 만큼 부끄러웠다고 생각해주길 바란다.
그래서 조금 늦은 결론. 오늘도 나는 아이와의 일을 쓴다.
오늘의 조금 특별했던 사건을 쓴다.
집에서 영어 수업을 시키고 있다.
매주 월, 화 ,수,목 ,수업 요일은 많이도 바뀌었지만 선생님은 아이가 10개월 때부터 지금까지 한 사람이다.
6살이 된 지금까지 거의 매주 만났다. 그 사이 아이도 크고 , 평교사 이던 선생님은 그 학습지 회사의 팀장이 되었다.
팀장으로 직무가 늘어난데 비례해 우리집에 오는 시간의 들쑥 날쑥도 늘어갔다.
조만간 우리집에 오지 못할 상황이 오리라는 것을 15년차 직장인인 나는 그냥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예고 없이 갑자기는 아니었다.
평범했던 수업을 마치고 늘 그렇듯 오늘 수업을 갈무리 하던 대화 중
마치 다음주 부터는 이 책으로 해요. 라는 정도의 덤덤한 말투로 "다음 주 부터 새선생님이 오실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 덤덤함이 그 순간 선생님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으리라.
그러나 그 순간 나는 비겁했다. 덜컥 놀라 가슴이 철렁하는 느낌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그 순간의 당혹감을 아이에게 돌려버렸다.서둘러 말해버렸다.
"00아 선생님 다음 주 부터 우리집 못오신데..."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안된다고 말하며 눈물을 쏟아내는 아이앞에
나는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삐죽대는 입술의 보드라운 살성 만큼이나 여리디 여린 마음앞에
어설펐던 나의 전달 방식은 부끄럽고 또 부끄러웠다.
엄마 미워를 반복하며 방 구석으로 가서 옷장과 벽 사이에 숨은 아이를 보며 깨달았다.
이것이 아이 인생의 첫 이별 이구나.
태어나서 지금까지 누군가와 이렇게 정식적인 절차의 이별이 없었구나.
아이가 겪는 첫 이별의 순간이었다.
잘 참던 선생님은 이리와 한번 안아보자를 말하고 나서 끝내 눈물을 터트렸고
티슈통을 찾아 가져가던 나도 어쩔 도리는 없었다.
아이와 나와 선생님이 현관문 앞에 서서 서로 울었다.
울다가 눈이 마주친 나와 선생님은 '다음에 보자고 ,괜찮다고'를 연신 주고 받았다.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감추지 않고 이별을 슬퍼하며
엄마 미워를 반복하는 아이 앞에 나는 이것이
미래에 겪게 될 수많은 이별의 리허설 같아서 다른 의미로 울컥해졌다.
이렇게 자라나는 구나
이렇게 헤어지고 물리적 거리를 가지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구나
아이 삶의 어떤 결정적 순간을 나는 목도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낳아준 나 조차도 방관자일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지난 주의 일.
그래서 목 놓아 울던 아이는 어떻게 지내냐고?
새로올 선생님이 어떤 분일지 너무 기다려져서 잠이 오지 않는 중이시다.
아뿔싸 나는 또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구나
평소에 나는 얼굴에 뽀루지 하나만 짜도 흉터가 한달은 갔으나,
아이는 피가나서 까진 상처도 일주일이면 딱지가 떨어져 가는 것을 보고 놀라웠는데
이런 재생력은 비단 몸만 아니라 마음속에도 같이 있는 것이었다.
안도했고, 경이로웠다.
누군가에게 이 얘길 하면 아직 어려서 뭘 몰라서 그런거라 하겠지
그러나 나는 안다.
내 어릴적 기억속에 남는 선명한 찰나들은 대부분 내 감정이 소용돌이 칠 때 였다는 것을.
그 순간 어린시절 내 곁에는 누가 같이 서서 그 순간을 봐주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때의 그 감정만은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 아이도 커서 지난 주 눈물의 현관문 이별식을 떠올릴날이 오겠지?
그 때의 같이 울어주던 엄마의 공감과 동지애를 기억해주길.
굿바이 선생님
굿바이 이별없던 너의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