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일기_1] 벌써 10일이 지났다고?

두 번째 스무 살 , 15년 만에 첫 휴직하다.

by 천천히 한걸음

우여곡절 끝에 1년간의 육아휴직에 성공했다. 그래 성공했다.

육아휴직 제도가 재직자의 당연한 권리임은 알고 있다. 나도 알고 회사도 알고 동료와 상사들도 모두 알고는 있었다. 그렇지만 팀 내 이미 한 명의 육아휴직자가 있던 상황에서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휴직하겠다는 결심을 매초에 한 번씩 번복하며

1년을 보낸 어느 날, 하얗게 밤을 지새웠던 그날

아침 직장에 휴직을 선포했다.

진짜로 쉴 거냐는 수많은 동료들의 물음을 뒤로하고 ,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갔다.


그렇게 얻은 휴직의 소중함을 말로만으로 하고 싶진 않았다. 여유로워진 일상 속에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만으로 넘기고 싶지도 않았다.


휴직자의 하루 소중함을 글로 남겨보리라 결심만

하고 어느새 10일이 훌쩍 지났다.

한 달 전부터 휴직 첫날 당장 휴직 일기를 써서 올리겠다고 다짐했건만, 어느새 10일 이라니!


소중한 365일 중에 10일이 느낄 새도 없이

지나갔다.



달라진 하루 일과부터 시작해 하루의 패턴 , 시작과 끝 , 몸의 피곤함, 정신의 안온함 등을

차곡차곡 써보겠다는 다짐은 초등학교 1학년 뒷바라지의 끝에서 사그라들기 일수였다.


아이를 학교 보내고 겨우 한숨 돌린 어느 아침 이은경 작가님의 책을 읽었다.

초등교육을 키워드로 검색하다 유튜브 구독까지 하게 되어 구입한 책이었다.

" 오후의 글쓰기" 자발적 글쓰기를 시작하는 어른을 위한 따뜻한 문장들...


앉은자리에서 반넘게 훌쩍 읽고 또 새삼 깨달았다.

아 그냥 좀 쓰자. 나란 사람아 그냥 쓰자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휴대전화 메모장에서만 써대지 말고 노트북 앞에 앉아 후르르 찹찹 글로 써내어 보자.


기다리는 사람도 , 좋아하는 사람도 , 심지어 싫어하는 사람도 없는 일상 글이지만 일단 써야 , 써내어야 글이 아닌가.

머릿속에 있으면 휘발되어 버릴 하루를 남겨 보자.


하루에 참 많은 언어들을 접하는데 어떤 언어는 깊이 박혀 하루 종일 들숨에 날숨에 묻어날 때가 있다.

" 두 번째 스무 살" 얼마 전에 듣게 되었다.

내 나이 40살, 많다고 징징대고 늙는 것은 싫다며 불혹이 다 뭐냐 뭐 투덜거리던 게 부끄러웠다.


가슴이 요동 쳤다.

나는 20살을 두 번째로 맞는 사람이자.

인생의 변곡점에서 고작 10일 지난 사람이구나.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지금 내 일을 대신해주고 있는 후임, 동료들,

나를 보내주기 위해, 그 노력들을 티 내지 않기 위해 애썼던 상사의 애씀을 구겨버리는 것이다.


행복하다.

이것저것 봐 온 장거리를 식재료 별로 정리하고

냉장고에 포스트잇으로 붙여 체크해 놓았다.

어디서 본 식비 절약 팁이다.

그것 하나에 벌써 어디선가 새어나가던 식비가 굴러 들어온 느낌이다.


오늘은 2021년 4월 10일 일요일이다.

직장생활 내내 한 달 달력이 반듯한 메모로 빼곡하던,

달력보다 머릿속의 스케줄이 더 정확하던 내가

오늘이 몇 월 며칠 무슨 요일인지를 이렇게 한 번씩 상기해야 한다.


신기하고 행복한 경험의 시작

그 앞에 딱 맞춰 열린 브런치 작가 승인까지


들뜨지 말아야지 하지만, 이미 뜨거워진 가슴은 가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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