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공포의 담임선생님과의 통화
"ㅇㅇ 이가 좀 산만하고 , 장난을 많이 칩니다."
아이 문제로 처음으로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봤다.
자세를 고쳐 잡고 침을 꿀꺽꿀꺽 삼켰다.
온몸의 피가 훅훅 거리며 얼굴로 몰려들고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 그게 뭐라고 사람을 이렇게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일까
수십억 지출건을 작업할 때도
수많은 사람 앞에서 PT를 할 때도
강성한 노동조합의 어느 위원과 설전을 할 때도 그다지 떨어본 적 없다. 떨림을 겉으로 표현해본 적이 없다.
아이 담임선생님과의 상담 전화를 끊은 이후 소파 밑으로 내려와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았다.
가슴이 철렁이라고 말할 때 그 철렁하는 소리가 실제로 귀에 들렸다.
아 사람 심장이 발바닥으로 내려앉는다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무탈하게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거쳐 초등학교에 안착했다고 생각했다.
유치원에서 활동도 잘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아이였다.
단지, 장난기가 조금 심하다고 몇 번 듣긴 했었다.
그래 조금 심하다에서 조금은 보통 미안함의 수사이다.
특히나 유아교육기관 종사자들이 말하는 조금은
"어머님(혹은 아버님) 아이가 많이 000 하지만 충격받으실 것 같아."를
대신하는 단어일 뿐임을 의무교육 기관인 초등학교에 보내고 알게 되었다.
선생님 말씀인즉슨 수업시간에 특정 친구와 장난이 너무 심하고
활동지 시간에도 집중을 잘하지 못해서 과제를 늦게 제출하는 경우가 많단다.
급식 줄에서도 장난이 심해 다른 친구들이, 특히나 여자 친구들이 속상해하기까지 한다고 한다.
그러니 집에서 아이와 많은 대화와 관심을 바란다.
"선생님 제가 어떻게든 잘 훈육하겠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육아서를
손에서 놓지 않고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왜 그럴까요?"라고 한마디를 덧 붙여 보았다.
선생님 저도 원칙을 가지고 훈육하고 있어요. 알아주세요. 저 아무렇게나 아이를 방치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거든요.라고 변명하고 싶은 그 마음이 저런 엉뚱한 소리로 튀어나왔다.
더 민망할 수 없는 순간이라고 생각한 그 순간에도 나는 언제나 끝을 향해 달려간다.
선생님께서는 달리 선생님이 아니었다. 조용히 말씀하셨다.
"어머니 책을 집어던지고, 아이와 대화를 하고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알아보세요"
목과 눈이 뜨거워졌다.
태어나기 전부터 온갖 육아서를 탐독하고 지금까지도 원칙을 가지고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런 문제가 일어난 것일까?
어느 자리에서나 사랑받진 못하더라도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키웠건만
어느 아이는 장난기 많은 우리 아이 때문에 학교에 오기 싫다고 까지 했단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 못 되었는지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유튜브 검색창에 장난기 심한 아이 , 주의력 집중 결핍 아이라고 검색해본다.
잡을 지푸라기가 우선 그것이었다.
폭풍같이 쏟아져 나오는 자료들, 모두 다 내 아이 이야기만 같다.
머리가 아파오고 가슴이 더 답답해진다. 조용히 창을 닫고
아이 학원에 전화해서 오늘 결석 예정을 알렸다.
아이를 앞에 앉히고 찬찬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 00아, 수업시간에 왜 그렇게 장난을 많이 치는지 그 이유를 엄마한테 설명해줄 수 있겠어?"
로 시작해 아이의 이런저런 생각을 들어보았다.
그동안 아이 이야기를 최대한 잘 들어주는 엄마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야단 안 칠 거죠?"
아... 최악이라고 생각했던 피드백이었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
길고 긴 아이의 말인즉슨, 초1 학년 수업시간의 활동지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아 자꾸 장난을 치게 된다는 것이었다.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아이가 먼저 잠들어 버리지 않는 한 하루도 안 빠지고 책을 읽어 주었다.
편도가 부어 낮에 링거를 맞고 돌아온 날에도 아이를 안고 책을 읽어 주었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내 이해를 바탕으로 아이를 다그치지 말아야 한다.
아이말이 거짓이든 진실이든 그것의 진위에 집착하지 말자.
아이가 내게 저렇게 말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더욱 빨리 대화하고 물어봤어야 한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고 다짐하며 이것저것 아이와 이야기를 한창 더 나누었다.
우선은 수업시간 집중을 위해 문제 읽기 연습을 꾸준히 하루도 빠짐없이 하기로 했다.
등교 전 " 수업시간에 장난치지 않겠습니다."로 시작하는 NO장난 선언문을 낭독하기로 했다.
아이와 나 둘 다 까먹지 말라는 의미로 아이 눈높이에 맞춰 현관문에 붙여 놓았다.
낭독 후 파이팅을 외치며 손바닥을 마주쳤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 동안
꼭 안고 이야기해줬다. 오늘 조금 실수해도 되지만 내일 조금 더 나은 학교 생활이
될 수 있도록 엄마랑 같이 노력하자고.
예쁜 아이, 방긋 웃어준다.
이 두 가지 솔루션이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 적절한 것인지 확신은 없다.
그냥 오늘 한 가지 문제를 나의 최선으로 풀어낼 뿐이다.
그러다 안되면 전문가, 엄마, 동료, 친구, 선후배, 동네 엄마들 그 누구한테라도 털어놓고
도움을 구하면 된다.
아이 간식을 준비하러 일어나 본다.
제일 좋아하는 참치 마요 샌드위치를 모양 틀에 찍어낸 후 떨어져 나온 귀퉁이 빵을 덜어낸다.
아이를 내 모양의 틀에 맞춰 찍어내려는 그 조금의 마음도 함께 덜어낸다.
<오늘의 휴직 단상>
: 덜어내고 덜어내어도 모자란 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