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박꽃 Dec 04. 2023

마음 넓히는 시간

“걔 미친 거 아냐?”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 있어.”

“그럴 수 있기는. 언니는 어쩜 그렇게 마음이 넓어?”

“넓긴 뭐가 넓어. 원래부터 넓은 마음이 어딨냐? 쫙쫙 찢어 넓히는 거지. 찢은 자리가 아직도 아퍼. ”

“와! 진짜 그러네. 명언이다, 명언.”     


혼자 앓는 소리를 내면서까지 마음을 넓히는 건 담고 싶을 만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부모가 내게 그랬고요. 나도 내 자식에게 그래요. 입으로는 내가 저 자식 때문에 못 살겠다 하고, 저걸 낳고 미역국을 먹었으니 내가 미친년이지 하면서도 돌보고 살펴요. 사랑 그까짓 게 뭐길래 유난을 떠냐고 말하는 사람들을 가만히 보면 사랑이 5월의 비처럼 내려요. 5월에 내리는 비는 만물을 키우기에 적절한 자연의 은혜거든요.    


부모님이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다 알아요. 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요. 내가 어려운 상황을 만나면 가장 먼저 내 편이 돼줘요. 자식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스치는 표정과 눈빛만 보고 목소리만 들어도 부모님은 뭔가 있구나 단박에 알아채요.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그게 잘 안 돼요. 그럴 때면 내가 잘 먹는 반찬을 더 정성스럽게 만들어 밥상을 차려줘요. 당사자인 나보다 더 화를 내며 욕도 해주고요. 화난 척하는 게 아니라 정말 화가 난다는 걸 엄마가 돼 보니 알겠더라고요. 그런 사랑을 받으면  마음이 일으켜져 다시 살아보자 하게 돼요. 부모님은 오래전부터 고통을 감내하며 마음을 넓혔기에 나를 충분히 담고도 남아요.      


마음이 넓혀지지 않은 어른도 있기는 해요. 영아기를  지나는 것처럼 자기 뜻대로 안 되면 물건을 던지고, 소리 지르며 고집을 피워요. 수염이 덥수룩하고 머리칼이 백발인데도 마음이 그러질 못하니, 본인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게 해요. 아픈 시간을 견디며 마음을 넓혀야 하는데 주도권을 빼앗겨 기회가 없었을지도 몰라요. 여물지 못한 마음이 통증을 참지 못하고 중간에 때려치우고 말아요. 좋은 사람인데 좋은 사람 같이 안 보여 안타까워요. 좋은 사람인 것이 잘 보였으면 좋겠어요.  


만다행으로 한 번 넓어진 마음이 다시 좁아지지는 않아요. 카스피해나 바이칼호수만큼은 아니어도 전보다 더 넓어지고 깊어진 마음에는 넉넉히 담을 수 있는 여유가 있어요. 활동하기에 편한 낙낙한 옷을 입은 느낌 같기도 해요. 그런 사람들은 고단했던 과거의 삶을 억울해하지 않아요. 돌아보면 군데군데 후회도 떨어져 있지만  마음 넓히는 시간이었던 지난날이 다행이었다고 생각하며 감사해요.


넓어진 마음이 빛나는 윤슬로 평화로워요.     

 

작가의 이전글 아빠와 나는 소보로빵에서 만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