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씁니다. 노트북에 붙어 앉아 글을 쓰다 머릿속을 환기하고 다시 쓰기를 반복합니다. 그런 나를 보고 아들이 “아니, 무슨 글쓰기를 고3 공부하듯 해요?”라고 하더군요. 저는 잠시 멋쩍게 웃어 보이고는 이내 책상에 머리를 묻고 다시 쓰고 지우고 고치는 일에 집중합니다.
글쓰기는 내 안에서 잠시 반짝이다 사라지는 느낌과 질문이, 완전히 소멸하지 않도록 생각의 별들을 똑 따오는 일입니다. 그렇게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길어 올리다 보면 나 자신과 직면하게 되고, 여러 기억이 함께 떠올라 이런저런 감정도 느끼게 됩니다. 그중에는 마주하기 싫은 감정도 있습니다. 그럴 땐 숨을 크게 들이쉬고 기억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더 자세히 관찰합니다. 깊고 고요한 바닷속을 헤엄치듯 내 안에서 유영합니다. 침묵가운데 홀로 사유하는 시간 속에서 살아 있음을 실감하며 생동감을 느낍니다.
글쓰기는 나의 말과 행동, 감정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전에는 몰랐던 나를 하나씩 깨우치게 되거든요. 한 편의 글을 매듭지을 때마다 전보다 자유로워진다는 기쁨으로 마음이 보글보글 끓어오릅니다. 내가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될 수 있겠다는 믿음도 생깁니다. 자주 실수해서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내 쉬곤 하지만 그것 또한 나의 일부라고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후회의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길게 안달복달했지만 이젠 발길을 옮겨 인정이 주는 평안을 누립니다.
용기 내서 따 온 나만의 별을 정성껏 닦아 눈에 잘 띄는 곳에 둡니다. 나는 유명한 작가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제 글에 대한 자부심은 작지 않습니다. 제 글은 잘 썼다 못 썼다가 아닌 '이렇게 생긴 나도 있구나.'라서 그렇습니다. 나에 대한 궁금스러움으로 스스로에게 던진 물음표는 마침표나 느낌표로 끝이 납니다. 물음표를 마침표나 느낌표로 찍을 때 뿌듯함을 느낍니다. 세상의 어떤 지식보다 날 기쁘게 하는 것은 나에 대한 깨달음입니다. 저는 알아도 알아도 제가 여전히 궁금합니다. 그래서 내일도 모레도 또 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