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제품과 필요한 제품은 다르다.
무조건 잘 만들어야 된다가 아니다.
진짜 필요한 걸 잘 만들면 된다.
타사와는 달라야 된다. 기존상품과 달라야 된다는 신상 강박증은 제품을 '새롭게' 보이게 하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게 만든다.
후라이팬에 잔뜩 알록달록 모양을 내셨다.손잡이가 특별하게 탈부착되게 만들었는데 손잡이 연구하는데 후라이팬 몸판 만드는 것보다 돈이 훨씬 더 들어갔다고 했다. 특별히 손잡이만 외국으로 수출을 하고 있으니, 그 부분을 강조 많~~~~이 부탁한다고 했다.
"사장님, 손잡이가 그리도 중요하세요?"
" 네, 저희가 돈을 많이 썼구요. 보세요. 뗐다 붙였다 얼마나 좋아요."
" 아, 손잡이 탈부착이 좋긴 한데요. 후라이팬 넌스틱 실력은 어느정도에요? "
"아, 그건 예열만 잘하면 괜찮습니다. 이만하면 훌륭한 거죠."
"아......네 제가 한 번 써보고 다시 뵙겠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왠지 손잡이에 꽂혀 있는 사장님이 불안불안했다. 밑천 들어간게 아까우니, 한마디라도 덧붙여 설명하면 제품이 더 좋아보이리라 믿으셨다. 자알 만드시긴했다. 특히 손잡이를 말이다. 고객이 필요한 건 무얼까? 가장 먼저 가장 많이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후라이팬에 기대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나는 판매자다.
아니다 나도 고객이다.
나는 제품 개발자다.
아니다. 나도 고객이다
나는 마케터다.
아니다. 나도 고객이다.
내가 제품 개발자로 마케터로 영업인으로 생각하고 제품을 대하면 사는 사람의 마음을 놓치기 쉽다.실컷 개발하고 고객이 외면하는 상품을 만들 수도 있다. 고객의 우선순위와 판매자의 우선순위 포인트가 달라질 수도 있다. 실컷 돈쓰고 시간쓰고 뻘짓만 하다가 상품을 죽일 수도 있다. 십 수년간 물건을 팔 때, 늘 나는 물건을 사면서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훈련을 해왔다. 백화점에 가서 똑같은 물건을 점원에게 물어보면서 내가 막상 내 지갑에서 돈이 나갈 때 나는 뭘 물어보게 되는지를 생각해본다. 그리고 직접 많은 물건들을 구매해본다. 방송 상품을 판매할 때 난 가족이나 지인에게 제품을 구입해서 선물하고 내가 사는 사람의 입장이 되었을 때, 막상 궁금한 부분이 뭔지 생각해본다. '구매하기'활동을 일부러 많이 하는 이유도 고객의 입장에서 '진짜 궁금한 부분' '진짜 니즈'가 해소되는지를 발견하기 위해서다.
이것이 정말 우수한 제품인지 결정짓는 사람은 고객이다. 더 잘나게 만들어야 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제품 개발자들은 새로운 것, 다른 것에 사할을 건다. 때론 어딘가에 꽂혀 열심히 시간과 돈을 쏟아 부어 '더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도 고객이 거들떠도 보지 않을 때가 있다.
고객이 후라이팬에게 기대하는 바는 무엇일까? 가장 후라이팬에게 요구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일까? 그 부분이 완전하게 해소되지 않고, 어정쩡해보이거나, 실제로 미흡하다면 그 외의 것들에게 힘을 준들 아무런 니즈 자극이 안된다.
우수한 제품과 필요한 제품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