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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정쇼호스트 Oct 13. 2017

업계 관행이라는 프레임

업계 관행이라는 프레임 


미친 척 하고 해봐.

욕도 보약이다. 

남들 시선 신경 쓰지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자.

틀을 깨야 혁신도 가능하지.


관례상 어쩔 수 없이

업계 관례가 그리해서, 

원래 그런 패턴이라, 

윗 사람들이 싫어해서

윗 사람들이 하지 말라 해서


직업인이 되느냐, 직장인이 되느냐의 차이다. 

주어진 근무 환경에서, 주어진 직장에서 시키는 일만 하고,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에 그저 대출금이나 안전하게 갚으면서, 그렇게 수십년을 보내다, 월급 만원도 안오르는데, 일 대충하지라는 생각으로 시간떼우듯이 일을 하면, 절대 직업인이 될 수 없다. 직장에 소속 되었을 때나 00대리, 00차장, 00 부장일지 몰라도, '홀로서기'를 해야 할 때는 치킨집 개업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아이디어 없다면,  난 직업인이 아니었던 거다. 


시켜서 하는 일만 잘 하는 사람은 누가 일을 시키지 않으면 혼자 일을 할 수 없다.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일머리가 스스로 크지 않는다. 항상 시키는 것만 해서 그렇다. 일하는 사람은 두 부류다. '직장인' 이냐 '직업인'이냐.

내가 직장에 소속 되어 있을 때만 직장인으로서의 가치가 있으면 그저 직장인인 것이고, 혼자서도 내가 나의 직업을 만들고, 내 경력과 재능으로 직업을 키워나갈 수 있는 사람은 '직업인'이다. 

선배님, 괜히 힘쓰지 말고, 그냥 우리 시키는 것만 해요. 나를 아주 사랑하는 모 후배의 말이다. 괜히 내가 이것저것 시도했다가 욕이나 먹거나, 돈쓴다고 찍히거나, 괜히 튀는 놈이라 눈밖에 날까봐 진짜 걱정돼서 하는 말이다. 

야, 항상 똑같은 일을 하고, 항상 똑같은 사람을 만나고, 항상 똑같은 생각만 하면서 '변화'를 꿈꾸는 건 미친 소리 아니야? 변하고 싶은면, 다른 걸 해봐야지. 바꾸고 싶으면 기존에 하던 걸 버릴 줄도 알아야지.... 좀 깨져도, 욕 좀 먹어도, 좀 튀어도 말이다. 


난 욕먹는 걸 즐기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저 놈 보래? 저 놈 왜 저래? 

그래도 난 결과로 보여주고 싶었다. 새로운 걸 시도할 때 고객의 반응, 새로운 걸 시도할 때, 매출의 혁신이 어떻게 탄생되는지를... 그래서, 난 기존에 했던 방식에 항상 의문을 가지고 접근한다. 이거 말고, 다른 방법은 없나? 이건 말고 더 새로운 건 없나? 기존 방식을 뛰어 넘는 또 다른 무엇~~!!  이미 세팅 된 방식대로 가면 제일 편하다. 제일 만만하다. 준비시간, 노력 다 필요없다. 그냥 그대로 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즐겁지 않다. 재미가 없다. 그럼 난 일을 하면서 성장하지 못한다. 


은정아~~ 너 어디 나가~~!! 어 ..... 어.....야~~~~!!!!


카메라 프레임, 그러니깐 카메라가 잡고 있는 앵글 밖으로 나가는 건 화면에서 진행자가 사라지는 걸 의미한다. 카메라 감독, 피디, 무대 감독, 스텝, 앰디, 모두가 화들짝 놀란다. 그럼 난 사라졌다가 살짝 빼꼼히 문을 열듯 카메라 속으로 짠하고 등장한다. 기존의 앵글 늘 두세사람이 정자세로 화면에서 옴짝 달싹 못하고 갇혀있는게 싫어서 걸어서 앞으로 가던지, 뒤로 가든지, 화면 안에서 뛰던지, 화면 앵글 밖으로 사라지든지를 하면서 화면을 다양하게 만든다. 마치 고객들 앞에서 내가 다가갔다가 뒤로 갔다가 잠깐 나갔다가 다시 옆으로 왔다가 하는 느낌으로 말이다.

한 번은 조명 감독님이 "은정씨, 어디까지 나갈거에요?" 라고 했다. 하도 내가 프레임을 신경 안쓰고 이리 저리 사방팔방 화면 속에서 돌아다니니깐 조명 감독님이 조명이 세팅 안한 자리에서 내가 돌아다녀서 얼굴이 시커멓게 나왔다는 이유였다. 감독님 죄송해요. 놀라셨죠. 저 여기서 부터 저기까지 다 돌아 다닐거구요. 좀 시커멓게 나와도, 그것도 재밌을 것 같은데요. 뭐 어때요. 라고 답했다. 마치 강연장에서 대중을 향해, 걸어서 들어가는 느낌으로 나는 테이블 밖으로 나와 카메라 앞까지 자주 걸어간다. 다들 안하는 짓이다. 스텝들은 처음엔 나의 이런 시도에 그렇게 하면 안된다. 왜 가까이 오느냐, 화면에 니 얼굴 대문짝 만하게 나온다라고 하시다가 나중엔 나의 자유분방함에 카메라 워킹을 맞춰주셨다. 한 번은 샤워기 방송을 하는데, 물방울이 카메라에 튀었다. 생방송 중에 그냥 행주로 카메라 앞으로 가서 슥슥 닦았다. 당연히 내 얼굴은 카메라 바로 앞까지 갔으니 대문짝 만하게 나왔을 것이고, 보는 시청자는 자신의 티비모니터를 호스트가 닦아주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이제 우리 카메라 감독들은 놀라지도 않는다. 하도 내가 이것저것 시도를 많이 하니, 그런가보다 하고 맞춰준다. 


살을 빼서 전후 사진을 보여주면서 다이어트 식품 방송을 시도한 것도 내가 최초였다. 2011년 아이를 출산하고, 출산 전 아가씨때 사진 부터, 다이어트 성공 사진까지를 파노라마로 보여주자고 내가 제안했다. 피디는 살찐 모습을 보여주는 걸 호스트들이 꺼려 해서, 잘 안보여주려고 하는데 괜찮겠냐고 했고, 나는 그래야 리얼이라고 했다. 마테다이어트 방송은 그해부터 3년 연속 다이어트 상품 1등을 기록했고, 경쟁사도 내가 했던 것처럼 진행자의 살찐전후를 준비해서 기획해서 따라했다. 그 전까지 없었던 시도였다. 

빤한 건, 빤한 스토리, 빤한 진행은 결코 고객에 심장을 관통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관례대로 그대로를 싫어한다. 하기 싫다. 하기 싫은걸 억지로 하면, 능률도 안오르고, 나는 나를 성장시킬 수 없다. 새로운 건 처음엔 거부감을 부른다. 새로운 건 저항을 견뎌내야 한다. 비록 그게 중간 과정에서 스텝이나 동료들과 조율해야 되는 과정이 길어진다고 해도, 나는 끝까지 설득하고, 또 더 새로운 걸 계속 시도한다. 

영어로 말하면서 방송을 진행한 최초의 쇼호스트. 시원스쿨 방송도 그러했다. 아무도 영어로 말을 하지 않았다. 이상했다. 영어 컨텐츠를 판매하는데, 영어가 되는지 안되는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그리고 난 시원스쿨을 맡았을 때, 영어 공부를 했다. 그리고 내가 영어실력이 좋아지는 모습을 생방송에서 1년 넘게 꾸준히 보여주었다. 


저 놈 저, 미친.... 

왜 자꾸 귀찮게 새로운 걸 하려고 해. 

야, 그래서 되겠어? 

하지마 하지마 됐고 하던대로 해. 돈들어. 


난 이런 파트너들을 만나면, 설득욕구가 더 강렬해진다. 승부욕이 올라온다. 더 혁신적인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이런 발목잡는 이들에게 시원하게 한 방 날려주고 싶다. 니네 그렇게 하던 짓만 하다가 골로 간다고...... 



살면서 미쳤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면
너는 단 한번도 목숨걸고
도전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 w볼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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