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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정쇼호스트 Aug 11. 2017

적당한 거리는 관계를 깊이 만든다

결국, 고객은 그들의 시간이 필요하다.

관계의 거리 두기


뭣도 모를 때는 일단 무조건 들이대고 보는 거였다.

신입 시절 아는 게 없는 데다 목소리만 컸던 나는 '시끄러운 쇼핑호스트'였다.


많이 팔려면 많이 말해야 할 것 같고, 많이 팔려면 많이 적극적이어야 할 것 같은 시절이었다.

이십 대 장사가 뭐 하는 건지도 몰랐던 애송이 쇼핑호스트에게

'빨리 수화기 들어주세요.'

'매진되면 못 삽니다.' 다른 데 가지 마시고 오늘 사세요.'는 늘 내가 하는 18번 멘트였다.


연애도 많이 해 본 놈이 더 잘 한다고, 난 연애 잼뱅이.

싫다는 사람 끈질기게 그것도 시끄럽게, 계속 '들이대는' 맘에 안 드는 대시녀 같은 존재였으리라.


일단 팔아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 차서,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를 도통 알지 못했다.





고객 관점으로 돌아가자.

내가 고객이라면, 어떤 점원이 싫을까?

천천히 구경하고 싶은데 옆에 딱 달라 붙어서 고객님 이것도 괜찮고, 저것도 괜찮으니깐..... 이건 이러쿵저러쿵 끊임없이 재잘대는 점원, 또는 난 조용히 생각 좀 하고 싶은데 자기 집 옷은 어떻고, 우리 물건은 어떻고..... 그래서 이거 아니면 안 되고, ~~~ 본인 할 말만 늘어놓는 점원, 또는.... 손님이 왔는데도 그저 그냥 반기는 둥 마는 둥 심지어 먹던 밥 끝까지 먹고 앉아 있는 점원.... 우리가 쇼핑하면서 겪어 봤던 물건 사기 싫은 집의 유형은 여러 가지다.


내가 고객일 때는 싫었던 모습을 내가 판매자가 된 후로 하고 있지는 않았던 건지....

내가 고객이라면? 어떤 기분일지를 먼저 생각하자.

그리고, 불편한 요소들을 제거하자. 마인드 세팅을 다시 하자.


그리고

적당한 거리 두기


쇼핑 호스트들의 말하는 모습들을 잘 관찰하다 보면, 들리는 멘트와 그렇지 않은 멘트의 차이를 알 수 있다.

특히, 마음의 여유 말하자면 고객을 염두에 두지 않고, 지 할 말만 하는 호스트는 말의 '쉼표'가 없다. 어차피 내가 준비한 멘트 빨리 쏟아내고 빨리 주문할 시간 가지고 또 빨리 다른 거 보여줘야 하고.... 뭐 그런 식이다.


정말, 지 얘기만 한다. 엄청나게 '들이댄다.' 고객의 처지에서 보고 있노라면 불편할 정도로 들이대는 점원이 되는 셈이다

말의 '쉼표'가 생기려면,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상품을 설명하다가도 고객의 반응을 살펴야 한다. 그게 카메라 앞에 서서 멘트를 한다고 할지라도 마음속에 고객의 자리를 비워두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

모든 사람과의 관계도 그러하듯, 적당한 거리 두기.... 나 혼자 일방독주로 달려가서는 안 된다.

상대가 내 쪽으로 걸어올 수 있게 시간과 공간을 비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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