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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정쇼호스트 Aug 11. 2017

눈으로 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마음의 눈을 키워라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두 사람이 산책을 나간다. 한 사람은 스케치를 잘 하는 사람이고, 또 한 사람은 그런 데는 취미가 없는 사람이다. 두 사람이 지각하는 경치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한 사람은 길과 나무를 본다. 그는 나무가 녹색임을 지각하지만, 그것에 대해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는 태양이 빛나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다! 반면, 스케치를 하는 사람은 무엇을 볼까? 그의 눈은 아름다움의 원인을 찾고, 예쁜 것의 가장 세밀한 부분까지 꿰뚫어 보는데 익숙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햇빛이 소나기처럼 잘게 나뉘어 머리 위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는 잎들 사이로 흩어지고, 마침내 공기가 에메랄드빛으로 가득 차는 모습을 관찰한다. 그는 여기저기에서 가지들이 잎들의 베일을 헤치고 나온 모습을 볼 것이다.

보석처럼 빛나는 에메랄드색 이끼와 하얀색과 파란색, 자주색과 빨간색으로 얼룩덜룩한 환상적인 지의류가 부드럽게 하나로 섞여 아름다운 옷 한 벌을 이루는 것을 볼 것이다.


이어 동굴처럼 속이 빈 줄기와 뱀처럼 똬리를 틀고 가파른 둑을 움켜쥐고 있는 뒤틀린 뿌리들이 나타난다. 잔디가 덮인 비탈에는 수많은 색깔의 꽃들이 상감 세공처럼 새겨져 있다. 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스케치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집에 돌아왔을 때 할 말도 없고, 생각할 것도 없다.

그저 이러저러한 길을 따라 걸어갔다 왔을 뿐이다.


- <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정영목


같은 회의 시간, 같은 자리에 똑같은 시간을 함께 보낸 팀원들도, 하나의 상품을 바라보는 눈은 제 각각이다. 상품이 상징하는 하나의 메시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상품을 깊이 이해해야 된다.


보이는 부분만 봐서는 안된다.

상품이 주는 느낌을 여러 가닥으로 적어 보고, 이미지로 그려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면서' 봐야 한다. 일종의 마인드 맵을 만들어 보는 거다.

사물이 주는 '느낌'에 온 감각을 집중하다 보면, 눈으로 보이지 않는 내면의 상품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이면을 보게 된다.




창의적인 상품 홍보라는 것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하니 떨어지는 게 아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답해보자. 난 얼마나 진지하고 얼마나 오래 얼마나 깊이  상품을 관찰하고, 사용하며, 진정 상품에 빠져있었던가??

연상되는 이미지를 작은 그림이나 단어로 압축해서 가지치기를 해보자.


오늘 판매할 상품이 채리다.

채리 --> 빨갛다. --> 빨강 --> 열정 ---> 뜨거움---> 에너지 ---> 젊음 ---> 예쁜 아가씨 --->.....


그걸 그림으로, 은유로 가지를 치면서 중심에는 상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넣자.


홈쇼핑에 평균 시청 시간은 평균 5분을 넘기 힘들다. 멘트는 압축적이면서 강렬해야 한다. 한 편의 시와 같아야 한다. 단, 생활 밀착형 시여야 한다.


아이디어는 지천에 널려있다. 힌트는 생활 속 사람에게 있다. 하나의 상품을 분석할 때,  보이는 면 외의 면을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 연습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걸 압축된 언어와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멘트가 모호하거나, 감상에 젖지 않으려면 표현하는 언어는 생활 밀착형이어야 한다.


가령 무게감이 어떻고, 길이감이 어떻고.... 이런 말은 평소에 쓰지 않는 말이다.

평소에 엄마에게 평소에 남편에게 평소 아이에게 쓰는 말이 실제 '말'이다.

"엄마 내가 이 옷을 샀는데 무게감이 적당하고, 길이감이 길어서 다리를 가려줘." 따위의 말은 하지 않는다.

그냥 "엄마 이게 좀 묵직하긴 한데, 길어서 무릎 살 가려주니 딱이네...."

평소 쓰는 말로 바꾸어 표현해야 한다. 그게 고객에게 더 와 닿는다. 상품 표현은 너무 과하거나, 너무 앞서 거나, 생활과 동떨어져서는 공감을 얻기 힘들다.


멋져 보이게 너무 꾸며된 말이나, 그야말로 '방송용어' 인가 싶은 말은 '진짜 말'이라고 할 수 없다.


한 걸음 더 들어간 시선으로,  압축된 이미지를 만들어, 생활 밀착형 언어로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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