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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은정쇼호스트 Aug 17. 2017

고객의 3가지 특징

홈쇼핑 고객은 누구인가?

사실,  

굳이 안 보면 안 사도 될 물건이었다. 

그날, 

우연히 리모컨을 돌렸던 내 손가락과

오늘이 지나면 다시는 못 본다는, '이구성 마지막'이라는 호스트의 멘트....

때마침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 는 지름신의 계시...

이 모든 것이 삼위일체가 되어, 

내 마음을 쥐고 흔들며, 오늘도 부름에 응답하는 어린양은

홈쇼핑에 피 같은 돈을 아낌없이 헌금하시었다. 


괜히 봤어

안 봤으면 안 살 물건인데...... '빙고 ' 

사실, 참으면, 참을 만했는데, 그래,  참아도 됐었다. 

안 산다고 지금 당장 죽는 것도 아니고, 없다고 천지가 어떻게 될 것 도 아니었다. 

왜 없어도 될 물건을 ' 꼭 있어야 만 하는 물건'으로 보이게 만들까? 

대체 그들이 나에게 어찌했길래...... 

홈쇼핑 쇼핑 호스트들의 설득 비법 중 

가장 많은 시간 할애해서, 고민하는 부분은 고객 분석이다. 

14년 홈쇼핑 호스트로 고객을 만나면서, 느끼는 공통적인 3가지 특징이 있다. 

 

 

고객은..... 

 


1. 고객은 방어적이다. 

 

 ' 네가 뭔 말을 하는지 어디 한 번 들어보겠다.'

 

처음부터 믿고 신뢰하는 고객은 한 명도 없다. 일단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드러나 보자는 식이다. 호스트가 어느 정도 연차가 되면,  화면 너머로 느껴지는 고객의 미묘한 감정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내가 어떤 멘트를 할 때, 고객이 도망 가는지 고객이 듣고 있는지를 감지하며, 고객과 함께 감정을 교류한다. 

또한, 프롬프트를 통해, 스튜디오에서 고객의 구입여부를 초 단위 분 단위로 볼 수 있는 곳이 홈쇼핑이다. 눈으로는 실시간 콜수( 주문 현황: 인터넷, 모바일, 전화 주문 총 수 )를 보면서 입으로는 멘트를 해가며, 고객의 눈치를 살피며 보이지 않는 기싸움(?)도 능숙하게 잘 해야 하는 사람이 쇼핑호스트다. 

마치 심장박동기의 그래프처럼 생긴 콜그레프가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쉴틈 없이 반복한다 .

콜 수가 절벽에서 떨어지듯 곤두박질 칠 때는 우리의 심장도  얼어붙는다. 


 

고객 마음의 빗장을 푸는 것부터가 먼저다. 

부드러우면서, 카리스마는 있어야 한다. 고객과의 보이지 않는 기싸움(?)에서, 고객을 내 편으로 끌어당겨, 앉아서 듣게 해야 한다. 고객은 마음의 빗장을 쉽게 풀지 않는다.  

 

 

 

2. 고객은 친구 따라 강남 간다. 

 

 평을 중시한다. 다른 소비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써본 사람의 이야기, 옆집 엄마 이야기, 뒷집 엄마 이야기, 심지어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인터넷 댓글 한마디에 구입 여부가 결정된다. 사고는 싶은데, 과연 내가 하는 소비가 잘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확답'을 받고 싶어 한다. 

 

내가 지금 몇십만 원짜리 저 썬그리를 사는 게 미친 짓인지 아닌지, 미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스스로를 '안심' 시키고 싶어 한다. 

그래서, 요즘 홈쇼핑에서는 하단에 라이브톡을 통해 고객 참여를 유도한다.  상품을 이미 구입한 고객이 댓글을 달거나, 실시간 궁금한 내용을 피디나 호스트가 풀어준다. 방송 중간중간 고객 평들을 자주 읽어 주는 것도, 안심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대의 친구들도 그렇게 하고 있으니, 결코 당신의 소비가 잘못된 게 아니라는 마음의 위로를 주기 위한 장치이다. 

 ( 초창기에는 카카오톡과 제휴해서, 카톡으로 친구 가입을 해서, 방송 중 댓글을 달 수 있게 했는데, 요즘은 홈쇼핑 사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해서, 모바일로 댓글을 남기면, 티브이 화면에 송출되도록 하고 있다. - 나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한다. ) 

 

 

3. 고객은 이성적이다

 

텍스트가 전하는 객관적 정보보다는 이미지와 소리 장치에 비중을 높여 화면을 채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객은 이성적이다. 아니다... 고객은 아무리 생각해도 감성적이다. 

 

스타일 죽이는 모델, 로맨틱한 음악, 사랑스러운 분위기, 따뜻한 말 한마디.... 이 모든 것들이 쇼핑 욕구를 자극한다.  

심지어, '정이 가는 호스트' 도 구입 결정의 큰 이유 중 하나다. 

왠지 저 호스트가 하는 말은 뭐든 마음이 가....., 또는 저 호스트 목소리가 듣기 싫어서, 이건 안 사~~!! 등등 

 

결코, 객관적으로 물건을 산다고 할 수 없는 소비 행태가 아주 빈번히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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