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라고 쓰고, 스트레스라 읽는다.
"은정, 땜빵으로 두 번만 들어가라."
내가?
내가?
지금, 나 보고 들어가라고?
영어 방송 들어가라고?
이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저, 영어 못하는데요.
어, 알어. 그냥 선생님 옆에서 보조 맞춰 드리기만 하면 돼.
오..................신이여, 저에게 왜 이런 고통을........
그랬다.
그 상품은 처음부터 내 새끼가 아니었다.
잉태하고, 키우고 가꾼 어미 따로있었으니, 난 그저, 일종의 보모(?) 역할을 하는 것 만으로도 벅찬 아이였다.
원래 친엄마는 스캐쥴이 어찌어찌 꼬여서 한달정도 일단 니가 맡아서,잘, 키워 보라는거였다.
이 놈의 영어는 나에게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이었기에....방송 편성표를 보면서, 머리카락 백 개는 빠지는 기분이었다.
도통 아는게 없으니, 뭔 말을 해야 될지도, 어떻게 팔아야 할 지 감이 안 잡혔다.
1. 한계를 두지 마라.
잘 해야 될 것 만 같았다. 영어에 손뗀지 15년도 넘었는데, 무슨 영어 상품을 팔라고 하는지, 300개 가까이 되는 강의를 며칠만에 다 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진짜 난 정말 방송 사고만 안내고 무사히 끝냈으면 하는 소망으로 들어갔다. 첫 방송은 그런대로 무난히(?) 끝냈다. 그런데 두 번의 방송을 그럭저럭 마치고 나니, 내 양심과 자존심에 스크레치가 생겼다. '이건,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상품을 아는 것도 아니고, 이도 저도 아니야.' '대체, 난 뭘 팔고 나온거지?' 내 장사철학과는 너무 다르게, 정말 너무 성의 없이 방송을 하고 나온 거였다.
창피하고, 속상하고, 아니, 짜증에 가까운 불쾌한 감정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냥 강의를 열어봤다. 뭔대, 까짓껏 그냥 보자. 보기나 하자란 마음으로 강의를 들었다. 오, 오호, 오~~~ 재밌었다. 신기했다. 영어가 입에 붙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에 하나씩, 두개씩 그게 쌓이고 쌓여서, 방송 에서 배운 걸 한 마디씩 써가면서 영어로 나의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Hi, How are you? Fine Thank you, and you? 가 대화의 전부였는데, 내 영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첫 걸음을 떼는게 어려워서 그렇지 하다 보니 재밌었다. 그렇게 공부를 시작했다. 집이 무진장 먼 관계로 출퇴근 시간이 2-3시간씩 걸렸는데, 오히려 나만의 공부 시간이라 생각하고 꾸준하게 공부했다. 오늘 배운 내용 중 나온 영어 예문은 달달 외웠다.
그렇게 한 달, 두달, 석달, 6개월 1년...... 난 왕초보 탈출의 기쁨을 맛봤다.
그리고 내 방송은 영어가 좋아지는 모습을 시작부터 끝까지 보여주면서 어찌하다 보니, 시원스쿨 방송이 '유은정 왕초보 탈출 프로젝트'가 되어버렸다.
시원 스쿨 방송 준비 중
2. 자신을 믿어라.
승리하는 사람은 자기가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 아놀드 파머-
영어 컨텐츠 방송을 하면서, 영어를 섞어가며 방송하는 호스트는 단 한명도 없었다. 내가 새로운 방송 포맷을 만든거다. 새로운 걸 만들었다기 보다는, 진짜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리고, '시원스쿨'이 진짜 효과 있는 상품인지 내가 샘플이 되어 스스로 증명해 보고 싶었다.
장사에 한계란 없다. 내 방송에 한계를 두지 말자. 그리고, 아무리 까다로운 상품, 어려운 상품도 죽으라는 법은 없다. 하다보면 길이 나오고, 그 길이 비포장 도로라도 달리다 보면 잘 닦인 길도 만난다. 그냥 하자. 부딪히자.
3. 희망을 팔아라.
지금의 내 모습이 안스러워서,
지금의 내 모습이 싫어서,
지금의 내 모습을 바꾸고 싶어서
우린 배운다. 교육 문화 상품들은 '배움'이다.
우리가 배우고자 하는 근본 이유는 지금의 삶을 바꾸고 싶어서, 더 멋진 미래를 만들고 싶어서다.
그런 깊은 니즈를 잘 자극해줘야 한다. 나 또한 주부로 8년 넘게 살면서, '자기개발'에 대한 목마름이 컸던 만큼, 시원스쿨을 판매했던 마음이 남달랐던 것 같다. 쇼핑호스트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품 덕분에 나도 더 나은 내가 되는..... 일석이조 파트가 교육문화 카테고리다.
일을 하면서 나에게도 배움과 도전이 있는.... 내가 상품을 키운다고 생각하지만, 상품이 나를 키우기도 한다.
우린 같이 성장하는 거다.
오프닝을 재밌게 찍자며 말도 안되는 ㅋㅋㅋ 샷으로
나, 류현진 닮은 회사 후배, 그리고 이시원 선생님
4. 함께 걸어야 멀리 간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말의 근본이다. -순자-
왜 못하는 것을 부끄럽다고 생각했을까? 부족한 걸 인정하기 싫었던 걸까? 이것밖에 안 된 내 모습을 들키기 싫었던 걸까.
고상한 척, 잘난 척, 다 아는 척 하고 있었으니, 당연히 막히지. 안풀리는 실타래 붙잡고 언제까지 싸울건가.
타켓은 왕초보들을 위한 영어인데, 난 내가 왕초보임을 왜 인정하지 못했던 걸까?
"고객님은 왕초보죠? 그럼 이거 쓰세요. 영어가 안되면 시원스쿨 이니깐요." 귀신 방귀 끼는 소리나 하고 있으니, 영 '통'할 리가 있나.
같이 걷는 거다. 동병상련이다. 우린 함께 힘들었던 거다. 그리고 같이 이겨 내는 거다. 그리고 난 좀 더 솔직해 지기로 했다 저 그냥 못해도 해볼께요 라고
그러면서 같이 변화를 맛보는 거다. 마라톤과 같은 영어를 함께 달리면서 물도 나눠먹고, 서로 응원하는 그런 사이.
고객은 친구다. 좋은 친구 . 난 그들이 쉴 수 있는 어깨가 되어 주고 싶다. 함께 걷는 이 길이 난 늘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