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양수 속을 헤엄 치던 그 때부터였다.
아이에게 엄마의 이야기는 모유처럼 달콤하고 따뜻하다.
우린 맛있는 이야기를 먹으면서 자란다. 죽을 때까지 말이다.
뭐 그리 못다한 이야기가 많은지....심지어 죽기 전에 '자서전'이라도 하나 남기고 싶은 소망은 누구나 한 번 쯤 꿈꿔 봤으리라.
글이 없던 그 옛날 고대 수렵채집 시절에도 이야기는 있었다. 동굴 벽화에 온갖 금수들의 향연을 구경하면서, 우린 옛 이야기에 젖어 볼 수 있다.
'이야기'의 욕구는 빨래터에 아낙네들을 옹기 종기 모여들게 했고, 옆집 아이 오줌 싼 이야기 부터, 뒷 집 부부싸움 이야기 까지 뭐, 그닥 영양가라곤 1도 없을 이야기라도 심지어 '불량식품' 같은 이야기도 ( 오히려 질 떨어지는 이야기가 더 솔깃할 때가 많다. )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고 말하고 있으니,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오늘 날엔 지구촌 빨래터 face book이 욕망의 해우소가 되어 준다.
모든 제품에는 '이야기'가 있다.
제품이 세상에 잉태하기 까지는 출산의 고통이 분명히 있고, 만들어진 제품도 '키워내는' 수고로움이 반드시 존재한다.
아이의 전 생애를 같이 하면서, 삶이 이야기가 되듯이, 제품이 세상에 존재할 때에는 상품만의 '스토리'가 반드시 존재한다.
시원스쿨의 이시원 대표의 이야기다.
학원 강사로 수업을 하는데,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었다는 거다. 출근 전에 고통 스럽게 졸린 눈을 비비며 학원에 앉아서, 수업을 듣는 이들도 딱하고, 가르치는 나도 힘들고, 어떻게 하면 이 고생을 안하고, 편하게 공부할 수 없을까? 그래서 탄생한 것이 '시원스쿨'이라 했다. 인터넷으로, 또는 테블릿으로 편하게 장소, 시간 구애 받지 않고 '누구나' 들을 수 있게말이다.
시원스쿨의 광고음악은 시원스쿨을 모르는 사람이 없게 만들었다. "영~~어~~가 , 안 되~~면, 시~원~스~쿨~ 닷 컴~~!!" 건반 두개로 거의 음을 다 낼 수 있는 이 심플하고 단순한 멜로디도 선생님의 아이디어다. 사람들의 기억에 오랜 남으려면 심플하고, 단순해야 된다는 기본 철학을 고수한거다.
보이는 사양에 대해서만 주구장창 늘어 놓을 때 보다, 이 제품의 탄생 배경이나 제품을 만들기 까지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는지를 적절히 섞어가며 말하면, 듣는 이들을 훨씬 흥미를 가지고 집중해서 듣는다.
결국 연애 스토리다.
홈쇼핑 방송은 상품과 나의 연애 스토리다.
예를 들어 시원스쿨을 팔 때, 제품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난 여기에 제품과 나의 이야기를 더한다.
남편이 저보고 왜 안 하던 짓을 하냐고 그래요. 원래 제가 공부를 이렇게 꾸준히 할 애가 아니었거든요. 학교 다닐 때는 야자 시간 땡땡이도 밥먹듯이 하던 애였어요........전 애기 엄마잖아요. 전 집에 가면 빨래도 해야 되고, 설거지도 해야되고 7살 딸아이랑 놀아줘야 되고 ,거의 시간이라는게 따로 없어요. 그래서 청소기 돌릴 때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고 청소 하면서 그냥 들었어요. 출근길에 그냥 핸드폰 보면서 대충 버릴 수 있는 시간을 전 시원스쿨을 들었어요. 그랬더니...제가 어떻게 되었냐며......
이런 식으로 나와 제품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품과의 연애는 연애 초기일 때, 중기 일때 1년 뒤, 2년 뒤 할 말이 다 다르다.
"헹켈을 알게 된 건 순전히 엄마 때문이었어요.
제가 스물 두살 때, 알바로 200만원 모아 한 달간 유럽 배낭 여행을 갔었거든요. 10개국 20개 도시를 한 달에 돌았는데, 그 때 처음 도착한 나라가 독일이었어요. 엄마가 "독일 가면 헹켈 칼 한 자루는 꼭 사와야 한다." 라고 신신당부를 하셨기에, 저는 헹켈이 뭐하는 브랜드인지도 모를 때 식칼 한자루를 어찌어찌 사서, 배낭에 넣고 다녔어요. 한 달 동안 얼마나 짐이였겠어요. 첫 국가가 독일이었으니 한 달 내내 여행 하는 동안 가방에 칼을 넣고 다녔던 '무서운 여자'가 바로 저였답니다. 그렇게 사드렸던 칼이 지금 제가 서른 여덜이 되었으니 16년이 되었네요. 지금도 친정에 가면 제가 사드렸던 그 칼이 아직도 있어요. 아주 멀쩡합니다.
16년 넘게 써도 예리해서 손 벨까봐 조심해야 되는 칼이 헹켈입니다. 이 정도라면 돈 값 이상 하겠지요?
난 제품을 판매할 때, 사양을 자세히 얘기하지 않는다. 헹켈은 절삭력이 좋아요. 라고 얘기 하지 않는다. 다만 그와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제품에 '나의 경험', '나의 이야기'를 같이 녹여서 말해보자. 스토리텔링이란 거창한게 아니다. '진짜' 이야기를 하면 되는 것이다.
마음에 호소하는 것은 머리에 호소하는 것보다 강하다.
머리에 호소하면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수 있지만, 마음에 호소하면 사람들을 당장 움직일 수 있게 만든다.
- 아리스토텔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