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제쯤 헤어질 수 있을까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질환 중 하나인 두통.
원인도 양상도 너무나 다양하고 근원이 되는 머리와 뇌가 워낙 넓고 깊다보니 아직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그런가하면 역사도 길고 아직까지 앓고 있는 환자 수는 너무나 많아 일상에 친근하게 걸쳐져 있는 두통.
보통 생각 많고 예민하고 뭐 그런 사람들이 친구처럼 함께하는 질환인데 나 또한 두통족이다. 꽤 어릴 때부터 두통과 함께 했던 하이레벨 두통족. ㅜ
하도 이런저런 상황에 두통이 왔다 가니 점차 익숙해졌고, 진통제 자꾸 먹는 게 싫어서 왠만하면 참고 원인을 분석해서 피해보려고 노력하며 살았다. 회사생활이 계속되면서 스트레스와 기초체력 저하가 약한 부분으로 쌓이고 터지게 됐는데 난 그 중 하나가 두통이었던 것 같다. 일반적인 긴장성 두통도 있겠지만 언제부턴가는 생리 기간에 찾아오는 극심한 두통으로 너무 고생을 했다.
두통에 대한 자료나 글을 그렇게 많이 보면서 왜 난 편두통을 나랑 상관없는 질환이라고 선을 긋고 지냈었는지? 몇 년을 그렇게 고통스럽게 지내고 이번에 우연히 내 특수한 두통이 바로 편두통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이건 정말 새삼스러운 발견이라 좀 황당했다. 항상 편두통은 한 쪽만 아픈 거라고 단정짓고 있었는데 실은 여기저기 다 아플 수 있고 고통의 강도나 제반 증상이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는 것.
동네 카페나 각종 커뮤니티에 보면 두통으로 괴로워하는 수없이 많은 여성 동지들의 글과 댓글이 도배되어 있다. 그걸 보면 그래, 나만 이상한 건 아니구나 하며 위로를 받긴 하지만 정작 내 일상과 직장에선 그런 사람이 눈에 띄지는 않는다. 어쨌든 계속된 통증으로 정신이 너덜너덜해진 어느 날, 인터넷 경험자들의 조언에 따라 자리를 박차고 내과에 가서 편두통 약을 처방받아서 먹어보았다. 아 신기하다... 유독 일반 진통제가 전혀 안 듣던 이 두통이 그제서야 사라졌다. 남들은 혈관주사로 진통제를 넣어 가라앉힌다는 그 심한 통증을 그간 곰처럼 참으며 지냈으니... 흑.
암튼 또 한 분야 넓어졌다. 오랜 친구같은 두통과 영원히 헤어지기 위한 나의 노력은 계속된다. 이번에 탐독한 각종 잡다구리 자료를 바탕으로 또다시 다음 목표를 세워보았다.
1. 마그네슘과 코큐텐을 꾸준히 먹어본다 : 정말 이거저거 영양제 엄청 먹어봤는데 유일하게 효과 좀 느낀게 마그네슘이었다. 분명 두통하고도 관련이 있을 거라는 생각? 오메가 계열도 좋다하니 가끔씩 먹어봐야겠다.
2. 요가와 명상 : 이게 신경, 순환계통 질환인건 분명하다. 근본적 원인을 잡으려면 내 마음이 평안해지는 게 제일. 일상의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들이 산적해있지만 한번 극복해 봐야지.
3. 달리기 30분 : 오 이거 신기했다. 심장 관련해서 찾아봤을 때 나왔던 의사의 베스트 권고가 여기에도 등장한다. 편두통에 가장 좋은 처방은 하루 달리기 30분이란다. 걷는 거 말고 숨이 차도록 뛰는 것. 하긴 결국 순환계는 심폐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테니까... 이것도 꼭 도전해봐야겠다.
4. 이건 목표는 아니고 나무위키 보다가 웃겨서.. 조조가 고생하던 두풍이 바로 이 편두통일 가능성이 높단 내용에 웃음이 팡. 웃으면 안되는데 넘 웃겼다. 생각해보니 난 특이하게 삼국지에서 조조를 젤 좋아했었는데 그가 문학적 감성도 뛰어나고 여러모로 똑똑한 사람이었다는 것 외에 두통 환자였다는 거 자체가 지적이고 예민한 인물이라는걸 확실하게 전해줬던 게 아니었나 싶다. 공감/호감도 상승.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얼마나 죽도록 아파서 화타를 불렀겠나 싶은데 대뜸 머리를 도끼로 쪼개서 바람기를 다 걷어내야 한다고 했다니... 이 시대에도 개두술이 얼마나 무섭고 어려운 수술인데 ㅠ 그때 조조가 발광했던 그 심정, 매우 이해한다.
두통으로 고생하는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조만간 두통과 완전히 이별할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