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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Sep 25. 2021

명상살인

스토리보다 생활 속 명상 지침이 핵심


얼마전 책 추천목록을 보다가 여러 곳에서 극찬을 하는 명상살인을 보게 됐다. 스토리가 너무나 참신하다고 하고 추리소설인데다가 뭔가 모순적으로 보이는 특이한 제목까지 매우 끌려서 바로 도서관에서 대여-

독일의 변호사가 썼다고 한다. 읽어보니 어딘지 만화처럼 엉뚱하고 독특한 이야기이다. 일반적인 추리소설과는 아예 느낌이 다르고 왠지 모르지만 이공계 상상력의 느낌이 난달까 ㅎ 독일스럽다는 생각도 들고.

명상과 살인은 정말 이어지지 않는 두 개의 키워드인데 이걸 묘하게 엮어서 이야기를 풀었다. 그런데 저 이공계적 상상력이 내 코드가 아니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그다지 이야기에 끌리지는 않았는데 의외로 챕터마다 등장하는 명상 관련 짧은 가이드가 그렇게 맘에 쏙쏙 와닿는 것이었다. 평범한 일상에서 바로 실천해보기 너무 좋은 내용들이었다. 그래서 기록 겸 몇 개 적어놓으려고 한다.


1. 순간에 몰두하라

- 답답하거나 불안하거나 순간적으로 상황에 짓눌리는 느낌이 올 때 상당히 유용한 방법이다. 다른 건 다 지워버리고 내가 이 순간 어느 장소에 어떻게 있다는 것만 남기는 것이다. 나도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 편하게 가만히 휴식하는 동안에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괴로울 때가 있는데 바로 이게 나에게 필요한 거였다. 그 상황이 분쟁상황이라도 그냥 그거 하나만 생각. 나머진 다 지울 것.


2. 하고 싶지 않은 것은 하지 말자

- 나이들어서 이건 쉽지 않은 지침이긴 하다. 당장 회사를 포함한 사회/인간관계 활동에서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하는 일들은 너무 많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사소한 것들 중에도 당장 안 해도 되는데 일련의 계획 속에서, 의무감에서 억지로 댕겨서 하고 있는 일들도 꽤 있다. 결국 큰 틀에서는 우선순위를 세워놓고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닌 것은 가지치기 하라는 말도 된다. 삶을 단순하게 만들자는 얘기다. 이거저거 계산을 많이 해야 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여러가지가 복잡해진다. 꼭 필요한 걸 선명하게 만들려면 일단 나의 삶과 가치관도 단순 명쾌하게 다듬어야 한다. 명상은 어쩌면 심플 라이프 인지도.


3. 호흡

- 이건 뭐. 요가도 그렇고 너무 많은 곳들에서 강조하는 것. 패닉에 빠질 때 1번 처방은 심호흡이다. 육체적 정신적 건강과 모두 직결되어 있다. 가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숨이 짧아져 있거나 혹은 멈추는 경우도 발견한다. 긴장에 눌려 사는 현대의 삶이 서글플 뿐. 특히 폐활량이 약한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깊고 길게 호흡하는 걸 연습하자.


4. 싱글태스킹

- 역시나 심플 라이프. 난 원래부터 멀티태스킹에 강한 편인데 회사 들어가고 또 결혼 생활을 시작하면서는 더욱 고도의 멀티태스커로 거듭났다. 항상 시간에 쫓기기도 하고 또 이거저거 챙겨야 할게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갔다. 너무 당연하지만 여러가지를 신경쓰고 챙기다보니 머리는 과부하 상태가 되어 이완이 힘들고 생각의 증폭 속도는 실제 멀티태스킹의 세제곱 정도 되어서 정작 편히 쉬어야 할 때조차 머리는 쉬지 못하게 되었다. 글로 쓰다보니 참 당연한 얘기인데 지금 다시 옛날로 돌아가자니 그게 그렇게 힘들다. 어쨌든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역시 심플 라이프. 뭔가를 할 때는 한가지 씩만 하자. 하나씩 천천히. 일이 몰아닥칠 때는 패닉이 왔다가 정작 부딪쳐서 처리해보면 생각보다 시간이 덜 소요되는 경험은 회사에서도 많이 해봤다. 이젠 의식적으로 뭐든 하나씩 천천히 해보는 것으로. 여기서도 우선순위와 가지치기가 당연히 적용된다.


5. 고마움, 그리고 웃음

- 긴장과 불안을 빠르게 완화시켜 주는 것에는 고마워하는 마음과 웃음이 있다. 전자는 정신적인 측면일 것인데, 삶은 그대로이나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와도 비슷한 맥락인거 같다. 내가 지금 고마워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천천히 꼽아본다. 적거나 말해본다. 그것만으로도 마음 상태가 좀 달라질 수 있다. 미소를 짓거나 소리내어 웃는 것은 실제로 긴장된 근육을 가장 빠르게 풀어주는 행위라고 한다. 그래서 옛날에 웃음치료 같은 것이 유행했었나? 어쨌든 사람에게 매우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 소소한 얘기라도 나누며 웃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같은 팀, 부서에 웃기는 사람이 하나 있는 것은 참 고맙다. 하루에 절대적인 시간을 보내는 곳이 회사이니만큼, 거기에 잘 맞는 사람이 한 둘이라도 있는 것은 무척 소중하다.


소설의 주인공 또한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파국을 피하기 위해 명상 클래스를 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실존 인물인지 책인지는 모르나, 요쉬카 브라이트너의 '추월차선에서 감속하기- 명상의 매력'이라는 명상 가이드북이 등장하면서 37개의 작은 챕터마다 짤막한 명상 세부지침이 소개되고 이 내용과 함께 이야기가 전개된다. 기발한 발상이다. 그런데 난 아무리 읽어도 스토리보다 이 명상 지침들이 더욱 좋았다. 

작가는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기발한 소설을 쓰게 된 것일까? 스트레스가 심한 현대 직장인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게 끝이 아니고 2권도 집필할 예정인 모양인데 상당히 기대가 된다. 확실한 것은 앞으로 가면 갈수록 세계인의 핫 키워드 중 하나는 건강(육체적 정신적 모두)이 될 거라는 것. 흥미로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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