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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Oct 15. 2019

글쓰기 좋은 시간

아무리 생각해도 카프카는 참 대단한 사람이다.

낮에는 보험을 팔고 밤에는 다시 정력을 다해서 그런 대작들을 써내려 갔다니..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각오를 다지고 에세이든 단편이든 열심히 써보자고 결심했지만 역시나 지지부진하다.

무엇보다도 크게 일도 없는데도 9시간을 회사에서 버티다가 정작 집에 돌아와 밤시간이 되면 그대로 퍼져버린다는 게 문제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저녁에 무언가를 했었다. 운동이든 일기든.

그런데 올해는 정말 무서울 정도로 그저 퍼져버리기만 하고 있다. 낮 시간에 어떠한 생산성도 발휘하지 못한 채 보내고 오는데도 이미 저녁이 되면 고갈이 되는 것이다. 무엇에 고갈된 것일까. 억지스럽게 버티고 온 9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지쳐서 돌아온다는 건 참 생각할수록 아이러니다.

친구가 얼마 전 댓글을 달았다. 역시나 글이 잘 써지는건 회사에서 짬이 날 때 몰래 쓰는 그 때라고.

신기하게도 나도 그랬다. 그래서 예전에는 몇 번씩 시간이 날 때 글도 쓰고 그랬다. 이미 회사생활을 십년 가까이 하면서 나의 뇌도 몸도 낮 시간에 뭔가에 집중하는 패턴으로 고착이 되었나보다. 그때가 좀 더 깨어있고 뭔가에 집중하려고 하고 그런가보다. 해가 지면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며 쉬는 모드로.

몸과 마음이 이렇게 지치는 시기도 없었다. 사실 글은 우울할 때 잘 써지는 경향도 있다. 그래서 뭔가 쓸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말 그대로 살짝 말라 비틀어져 버렸나보다. 

낮 시간, 그나마 내가 깨어있을 때 무언가 생산적인 활동에 몰두하고 싶다.

세상과 사람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새롭게 배울 수 있는 어떤 일을 하든지- 그게 아니라면 창조적인 활동이라도 무언가 하고 싶다. 

다만 이 와중에도 전업작가는 참 힘들겠다는 생각은 든다.

하루종일 무언가를 토해내야 한다는 그 압박감 속에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원래부터 압박과 구속에 과민반응하는 나이기에 더욱 그렇겠지만) 조르주 심농과 같은 다작의 재능을 타고난 작가라면 모를까, 난 아무래도 전업이 아닌 글과 가까이 있는 활동적 직업을 가져야 하나보다. 

그건 그렇고 브런치는 좋은 플랫폼이지만 인터페이스가 묘하게 불편하다.

내 맘대로 메뉴를 구성할 수도 없고.. 대자로 큰 제목 포맷하며 스크롤을 내려 가릴수도 없고.

글쓰기 좋은 시간에 몰래 짬을 내어 글을 쓰기엔 상당히 눈치가 보인다는 것 ㅎㅎ

오늘도 이렇게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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