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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Oct 16. 2019

스테이폴리오, 공간에 대한 이야기

작년 제주도 여행을 위해 숙소를 검색하다가 스테이폴리오라는 숙소 소개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에어비앤비랑은 다르게 이곳은 이야기와 컨셉과 철학이 있는 숙소를 좀 더 심도있게 골라서 소개해주는

그런 사이트였다. 매거진이면서 사이트면서. 그런데 소개된 숙소도 내용도 그렇게 멋질 수가 없었다.

위시리스트가 늘어났을 뿐 아니라 그냥 이 컨텐츠를 가끔 보고 읽는게 좋아서 애독자가 되었다.

내가 식당을 찾아다닐 때 보는 기준과 매우 흡사한 방식으로 숙소를 소개하는 느낌이라 더 반갑고 좋았던 것 같다. 의식주 등 사람이 살아갈 때 가장 기본적인 것들에 가치와 철학을 부여하고 좀 더 알맹이 있는 것들을 엄선해 낸달까. 프랜차이즈보다 주인의 철학과 이야기가 담긴 식당이 더 즐겁고 맛이 있듯, 이곳에서는 공간 그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는 숙소들을 소개하고 있다. 숙소 자체가 개성있고 훌륭한 것은 물론이고 주인이 그곳을 짓고 운영하게 된 이야기도 흥미롭다. 그런 주인이 추천하는 주변의 여행 컨텐츠 또한 믿을만하다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2000년 가까울 무렵에 인터넷은 쓸데없는 정보들이 범람하게 되어 지식인들은 슬슬 떠나기 시작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야 그 이후로 더 본격적으로 인터넷을 생활로 접하게 된 세대라 별 생각이 없었지만 최근에는 어쩔 수 없는 상업논리로 인터넷은 온갖 종류의 정보들이 다 뒤섞인 바다처럼 되어 버렸다. 

조금 수준이 있거나 취향에 맞춘 고급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이미 어떤 류의 경로를 통해야만 가능하게 된 것이다. 나의 필터는 처음에는 특정 단어를 포함한 검색이었는데 점차 믿을 만한 사람이 운영하는 매체가 되었다. 

아마 스테이폴리오도 딱 그런 종류의 사이트가 아닐까 싶다. 

최근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북토크 모임이 서촌에서 열리는 걸 알게 되었다. 서촌도감이라는 공간에서 진행된다고 하여 우연히 거길 찾아보았더니 신기하게도 스테이폴리오 대표가 연 또 하나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연이은 검색물을 보다가 예전 내가 신혼가구 및 다른 컨텐츠를 찾아볼 때 들어갔던 한 블로그가 스테이폴리오 대표의 블로그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관심사들이 고리처럼 이렇게 연결되는 걸 보니 신기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특수한 직장 안에서 비슷비슷한 사람들만 만나고 사는 나의 일상 바깥에서는 또다른 문화 컨텐츠와 관련된 사람들이 커다란 세계를 이루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난 처음에는 책과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보니 사람에게, 그리고 사람이 사는 삶과 일상에 관련된 여러가지 문화와 풍습에 관심이 많아졌다. 사는 데에 제일 기본이 되는건 역시나 먹을거리, 사는 곳, 활동하는 공간들. 사는 지역과 기후에 따라 천가지 만가지로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가장 자연스러운 대상들이다. 그런 걸 다루는 직업을 가지고 싶다고 아주 막연하게만 생각했었는데 이미 그걸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스테이폴리오 이상묵 대표님은 건축 쪽 직업을 가지고 있다가 이어서 이런 공간 소개의 컨텐츠를 창작하는 쪽으로 확장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분야다. 일단은 서촌도감에 한번 가봐야겠다. 나도 나만의 이야기와 공간을 만들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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