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누크 Oct 15. 2019

선유도 공원

난 평생을 서울 동쪽에서 살았다.

그래서 항상 올림픽공원이나 석촌호수, 잠실 고수부지 쪽이 맘 한켠에 남아있다.

어쩌다가 직장이 서쪽으로 정해지면서 그때부턴 북악산이나 남산을 주로 가며 지냈다.

여의도는 직장이라 그런가 주말이든 휴일이든 거의 온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한글날에 날씨도 좋고 갑자기 자전거가 타고싶다는 생각에 여의도 고수부지로 향했다.

예전 부서 행사 때 생각이 나서 자전거를 타고 선유도 공원까지 돌고 오자는 계획이었다.

그땐 별 기억이 없었는데 이번에 자전거를 타보니 이쪽 고수부지 공원이 참 잘 돼 있더라.

사실 잠실 고수부지는 5단지 쪽이 잘 정비돼있고 그 다음부터는 갑자기 황량해지면서 자동차들과 함께 자전거를 달리는 것밖에 없다. 잠원까지 가야한다. 게다가 잠실나루 쪽은 몇년 전인가 생뚱맞은 숲 컨셉으로 다 뒤집어 엎고 공사를 했는데 오히려 더 어설퍼졌다. 

그런데 여의도부터 국회, 양화 선유도 지구까지 고수부지는 참 적절하게 정비가 잘 돼 있었다.

야트막한 잔디밭과 녹지 위주로 가끔 꽃밭도 나오고 운동하는 사람, 걷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적절히 섞여서. 게다가 더 좋았던 것은 선유도 공원에 다다라서였다.

오 나는 선유도 공원이 처음이었는데 높직한 구름다리로 이어진 섬을 보고 좀 놀랐다. ㅎ

게다가 공원가기 전 고수부지는 낮은 언덕처럼 생긴 고수부지가 쭉 이어지고 나무가 적당히 우거진 사이사이로 사람들이 돗자리를 펴고 삼삼오오 누워 있어서 꼭 영국에서 봤던 공원 풍경 같았다. 강아지들 뛰어다니고 그저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 너무 좋아서 거기서 한참을 앉아 있다가 다시 여의도로 복귀했다.

생각보다 좋았던 기억에 지난 주말에 다시 갔다. 이번에는 선유도공원을 걸어보려고.

참 평화롭고 좋았다. 고수부지를 바라보는 쪽으로 벤치에 앉아 있으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

이렇게 좋은 날씨는 일년에 며칠 없으니 즐기자는 맘으로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서울도 알게 모르게 계속 확장하고 예뻐지는 거 같다. 자주 가는 홍대와 연남동도 갈때마다 또 바뀌고 좋아지고.

그러나 하나 아쉬운건 이쪽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다.

송파 사람들이 유독 동네에 애착이 많아서 거길 떠나질 않는다더니. 진짜인가. 아직도 가족과 친구들은 전부 동쪽에 있다. 원래 서쪽 살던 친구까지 결혼 후 그쪽에 자리를 잡았다. 

인생은 일과 사람 양대 축으로 버티며 살아가는 듯한데, 간단한 거 같은 그 두 개를 잘 갖추며 사는게 참 어렵다.

난 아직 둘 중 하나도 잘 정비하지 못했다. 그리고 고민만 하고 있다. 여행 계획 짜듯이 내가 혼자 고민하고 설계해서 척척 되면 얼마나 좋으랴만은 그렇진 않은거 같다. 십년 후에는 조금은 만족스러운 상태가 돼 있기를.

작가의 이전글 가을 휴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