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누크 Oct 31. 2019

인생은 드라마

밥 먹고 잠시 공원을 돌고 다시 들어오는 길이었다.

회사로 들어가기 전 횡단보도에 서 있는데 내 옆에 아저씨 둘이 걸어오더니 섰다. 그들도 한참 이야기중이었다.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같은 팀원 혹은 부서원으로 추정되는) A가 머리를 잘랐다. 심경의 변화라도 있는 것인지? 그러게 말이다. 그거 알고 있느냐. 그 같이 일하는 B와 C가 A를 그렇게 왕따를 시킨다고 하더라. 그러게 말이야. 아무래도 내가 좀 불러다가 뭐라도 말을 해야 할까. 그런데 그건 좀 조심스러운 문제이긴 하다...

이어서 대화는 진행 중인 다른 업무 얘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녹색 불이 켜지기까지 한 1~2분 정도 함께 서 있는 시간이었는데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얘기라 본의 아니게 대화 참여자처럼 듣게 되었다. 물론 우리 회사 분들은 아니었지만 대강의 정황이 다 파악이 될 정도로 재미있게 들었다. 사실 처음에는 나이 지긋한 부장님 정도 되는 분들이 머리를 잘랐는데 심경의 변화라도 있는 것이냐고 매우 진지하게 이야기를 꺼내길래 왠일인지 드라마처럼 느껴져서 웃음이 나서 더 얘기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런데 참 어디서나 들을 법한 평범한 이야기지만 역시 이런 게 제일 재미나구나 싶어 혼자 웃다가 녹색 불이 드디어 들어와서 회사로 다시 들어왔다.

생각해보니 가끔 버스에서 회사 사람을 만나면 어쩔 수 없이 회사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러다보면 의외로 조용한 버스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쏟아내게 되는데 아마 그럴 때마다 우리를 제외한 다른 모든 사람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드라마 중계하듯 이야기를 들으며 속으로 여러 생각들을 했겠지?

역시 인생의 재미는 이런 평범한 일상 속에 있다. 

다만 한 번은 9호선 지하철에 꽉 껴서 가고 있는데 바로 앞에 서서 가는 남자 둘이 회사 얘기를 열띤 목소리로 주고받는데 (바로 앞에 앉아 있는 내가 같은 회사 사람인지도 모른채) 내용이 썩 듣기 좋은 내용은 아니어서 한숨이 나왔던 적이 있다. 이런 경우는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