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누크 Oct 30. 2019

요가

한 해를 넘기기가 참 힘든 올해, 나에게 유일하게 활력소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은 요가다.

지금 생각하면 긴 20대며 아직 어린 30대 초반일 때에 괜히 남지도 않을 사람한테 쏟은 시간이 너무 아쉽다. 그때 조금만 나에게 시선을 돌려서 운동을 시작했더라면- 요가를 몇 년만이라도 먼저 시작해서 꾸준히 해왔더라면 지금 내 건강은 많이 다른 상태일텐데. 이건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후회일테니 접기로 하지만 어찌됐든 지금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픈 곳 투성이인 나로서는 가장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나에게 맞는 종목을 찾는 것도 힘들고, 같은 종목이라도 누구에게 어디서 어떻게 배우냐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 요가를 그동안 안해봤던 것도 아니고 그 외에 PT를 비롯해서 몇 가지 운동에 입문을 해본 적은 있었다. 그런데 이것도 인연인 걸까. 이렇게 늦게서야 그것도 직장 근처인 여의도에 괜찮은 학원을 알게 되어 인대 부상까지 겪고 난 이 상태로 고군분투하며 다니는 중이다.

고관절 후유증으로 양반다리조차 안 되는 답답한 상태지만 그래도 요가를 한 시간 하고 났을 때의 기분은 확실히 다르다. 무조건 아프고 쑤시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운동이든 치료든 나에게 맞는 것은 해봤을 때 몸의 느낌으로 바로 알 수 있다. 시원하고 개운한 그 느낌이 다르다.

내가 다니는 이 요가원에서는 시간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영을 하고 있는데 초보인 내가 주로 참여하는 것은 전통 하타요가와 치유요가에 가깝다는 레스토레이티브 요가 정도이다. 지금은 하타요가의 기본동작도 어설프게 하고 있지만 나중에 몸이 좋아지고 능숙해지면 아쉬탕가나 빈야사 등 다른 반도 다양하게 참여하고 싶다.

인대 부상과 부서 이동으로 올해는 몸도 마음도 늪으로 빠졌었는데 그 와중에 날 치유해 주는 것이 바로 요가다. 낮 시간에 일에서 생산성이나 성취를 낼 수 없지만 그래도 퇴근 후에 조금씩 배우고 또 몸이 좋아지는 걸 느끼니 무척 위안이 된다. 어차피 단기간에 무언가를 이루는 것은 힘드니 꾸준히 오래 해서 가르칠 수 있을 정도까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몸을 자연스럽게 치유하고 강하게 만드는 동양식 컨셉이 맘에 드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요가의 매력은 사실 그 배경인 인도 철학에 있지 않나 싶다. 예전 친정에는 스와미 시바난다라는 요기가 집필한 두꺼운 요가책이 하나 있었다. 초급부터 고급까지의 요가 동작은 물론 명상과 섭생, 여러가지 수행 배경과 철학에 대해서도 써놓은 책이었다. 어릴 때 그 책을 보면서 요가에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무엇이든 그냥 하는 것보다는 그 안에 깔린 이야기가 있을 때 더 빠지는 법이다. 내 몸에 대해서도, 그리고 주위의 자연과 섭리를 맞추면서 살아가는 이야기가 나에게는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의외로 주위에 그렇게 요가를 정통으로 다루는 학원은 잘 없었다. 지금 이 요가원 전에 거의 5개 정도 요가학원을 가봤던 거 같은데 난 지금에서야 오래 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면 모든 것이 인연이고 때인지도 모르겠다. 올해가 무척 힘들지만 그 가운데 내가 평생 운동을 찾은거라면 이게 다른 모든 것들을 상쇄한 건지도 모른다. 

아직 명상은 어려워서 도전을 못하겠다. 심한 잡생각으로 채 5분을 유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요가를 하는 중에 눈을 감고 몸동작에 집중하는 것만도 지금의 나에게는 좋은 영향을 준다. 진심으로 건강해지고 싶다. 몸도 마음도. 갈수록 경쟁적이고 물질 만능에 인간성이 사라져가는 이 시대 속에서 진짜로 강한 사람, 따뜻하고 부드럽고 내면이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마음의 강함은 몸의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이제는 잘 알고 있다. 많이 아픈 끝에 건강해진다면 그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나름의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무엇이 됐든 이 목표는 끝까지 한번 가져가 볼 생각이다.


작가의 이전글 애호박찌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