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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Aug 15. 2019

작가와 시대정신

시대정신이라 하면 이 시대를 관통하는 사회철학적인 좀 큰 의미의 사조를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쓴 것은 정확히 말해서 정신은 아니고 이 시대의 색깔이랄까 문화라고 하는게 더 맞겠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옛날 이야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었다. 동화와 민담에서 시작해서 커서 읽은 것들도 대부분 고전 문학작품 혹은 옛날을 배경으로 한 소설들이었다. 이유는 없고 편하고 재미있으니까 그런 작품들만 골라서 읽었던 건데 그래서인지 나는 약간 이 시대와는 좀 동떨어진 마이너라는 느낌을 가지고 살게 되었다. 사소하게는 옷 입는 취향에서부터 여러가지 라이프 스타일에서 내가 원하는 것들은 미묘하게 구하기가 쉽지 않고 그나마 유럽이나 일본 쪽으로 가면 조금 컨텐츠가 있어 보이는데 우리나라는 더 잘 없고 그런 식이었다. 그것도 잘 생각해보면 현재 이 시대의 문화와 내가 약간 거리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나중에서야 들게 되었다.

왜 옛날 이야기가 좋을까? 그건 다시 책을 읽으면서도 떠오르는 생각이었다.

최근에 난 미야베 미유키의 책에 빠지게 되었는데 글 쓰는 방식이나 여러가지가 너무나 맘에 드는 작가였다.

마침 내가 입문한 시리즈는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물 편이었다. 그녀는 여러 유형의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풀어놓는 스타일인데 특히 에도시대는 사람들이 쉽게 목숨을 잃을 수 있기에 사람들간의 연대가 더 강했던 시대였다고 적고 있다.

그렇다. 사람과 삶에 관심이 많아서 특히나 여성 특유의 섬세하게 집어내는 풍성한 시대상의 묘사가 좋았던 것이다. 그래서 여세를 몰아 모방범을 비롯한 그녀의 현대물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같은 작가가 쓴 같은 장르인데 재미는 상당히 떨어졌다. 역시 현대의 일본은 나랑 정서나 문화가 잘 안 맞나 하다가 말았다.

최근 진로고민... 이라고 하긴 거창하지만 아무튼 읽기에 지쳐 나도 쓰고싶다고 발버둥을 치던 차에 역시나

현실이 작가가 되기 위해서 가장 가까이 보이는 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단편을 다시 또 보았다.

사실 한참 전부터도 그건 관심이 많았다. 신춘문예나 황순원, 이상문학상 등은 당연히 관심이 가서 읽었었다.

하지만 미미여사의 현대물을 읽었던 것 이상으로 난 이질감을 느끼고 그 이상 나도 뭔가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았었다.

왜일까. 옛날 이야기들을 읽으면 나와 사는 시대가 다른데도 보편적인 사람들이 나오고 그 사람들의 행위와

생각이 공감이 가는데, 요즘 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은 등장인물과 그려지는 사건과 풍경이 동시대임에도

공감이 가지 않는다. 당연히 재미도 없다. 현대인과 이 시대의 특징을 반영해서일까?

읽었을 때의 느낌은 주로 차갑고 삭막하고 외롭고 자극적이고 투쟁적이고 억척스럽고 뭐 이런 것들이었다.

문학작품은 사람을 주제로 하고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루면서 근원적인 감동을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옛날에 비해 이 시대가 삭막하고 외로워진건 맞지만. 그래도 인간성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사람이 즐거워하고 감동을 느끼는 순간도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고 믿고 싶다.

요새 내가 더 공감을 느끼고 좋은 글이라고 느껴지는 건 오히려 에세이들이다.

소설은 어딘지 모르게 어렵고 상징적이고 강해 보여야 하는(?) 좀 극단적 느낌이 들고. 마치 추상적인 현대미술처럼... 도리어 일상의 모습들을 진솔한 생각이나 위트로 풀어내는 에세이들 중에 예전 고전문학을 읽을 때 느끼던 재미와 감동을 발견하게 해주는 경우가 있다.

사실 직접 하지 못한다면 비평을 늘어놓고 싶지도 않다. 꾸준히 포스팅조차도 못하는 나지만 만일에 짧은 글이라도 쓰게 된다면 난 이 시대가 아무리 삭막하더라도, 문명의 이기 때문에 인간성이 왜곡된 시대라고 하더라도 따뜻하게 가장 평범한 인간성에 대한 얘기를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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