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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크 Feb 22. 2020

신천지, 그리고 종교

예산 관련 업무를 하고 있어서 1월부터 코로나 때문에 계속 일이 있었다. 마스크랑 손소독제 지원도 하고 대응방안도 작성하고. 사실 업무는 업무고 내 현실에 전염병이 퍼지고 있단 생각은 잘 와닿지 않았었는데 이번주에 갑자기 신천지 교회를 통한 확산자가 퍼져나가면서 지역사회 감염이 조금 현실감 있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대구의 교회에서 와르르 옮긴 뒤에 그 많은 신자들이 다시 전국의 자기 집으로 돌아갔을 테니 이건 꼭 영화 같은 전개다. 왠지 이번 주말이 분수령이 될거 같아 시댁 방문까지 전격 보류했다.

그건 그렇고 내 흥미를 끌었던 건 그 신천지라는 종교였다. 뭐랄까. '사이비종교'라는 것도 한참 들려오던 게 너무 오래전이다. 그 이후론 식상하고 닳아빠진 느낌이라 뉴스를 들어도 들어오질 않았다. 신천지가 워낙 유명한 이단종교라 심층취재 프로그램 등 매스컴도 타는 등 대단히 유명하다는데 정작 나는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곳이라 무슨 듣보잡인가 하고 있다가 광주에서만 신자 5만명 등 뉴스를 보고 너무 놀랐다. 

사람들의 행위와 관련된 것은 확실히 흥미를 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종교는 매우 적나라하고 극단적인 경우가 많아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 이름도 극적인 이 종교를 여기저기 찾아보았다. 나무위키 페이지에 너무나 친절하고 자세하고 시니컬하게 정리를 해놔서 그걸 읽으면서 엄청 웃었다.

내용상 신선하거나 눈을 끄는 것은 단 한개도 없었다. 아주 전형적이고 평범한(?) 종교였다. 저자들이 지적해 놓은 포인트가 웃기고 슬펐다. 포교활동 기준에 경제력이 포함돼있다는 것부터가 넌센스라는 것, 따라서 전도세력을 끊고 싶으면 사채를 썼다거나 나는 경제적으로 심각하게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면 된단다. 그러면 얻어낼 게 없기 때문에 바로 떠나간다고..

예전 읽었던 몇몇의 글들을 보면 왜 경제적 착취가 목적인 이런 집단들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하물며 엘리트 계층의 사람들이 다수 포함되어 모든 것을 바쳐가며 속고 있느냐는 의문들이 있었다. 이 종교단체들의 본질은 철저한 비즈니스가 맞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그래서 사람들한테 사기쳐서 경제적으로 이용해먹는 범죄집단이다, 했는데 요샌 또 생각이 좀 달라졌다. 어찌 보면 그런 곳들은 신도들에게 돈을 받고 그에 상응하는 위안과 희망을 주는 곳이 아닐까 하고. 사기임을 깨닫고 뒤집어엎는 사람들도 있으나, 가만 보니 그건 다수의 경우가 아닌거 같아서 말이다.

이단이 아니더라도 세계의 모든 종교들은 교리와 함께 다음 세상과 구원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가지고 있다. 삶에 대한 가치관과 믿음, 철학이 굳건하다면 사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것을 도와주고 받침해주는 게 교리의 영역인거 같다. 그러나 그건 형이상학적이고 완성하기가 참 어렵고 개개인은 너무나 나약하다. 그때는 사후의 세상과 심판의 날과 구원에 대한 믿음이 매우 직접적인 위안을 준다. 당장 현실이 비참해도 그 구체적인 믿음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기가 쉽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좀 더 쉽게 파고들 수 있는 부분이다.

아니 멍청하게 왜 저기 가서 재산 목숨 다 바치고 있어, 하는 대다수의 사이비 종교 신도들은 아마 현실과 일상에서 얻지 못한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얻으려고 그 수순을 밟았을 것이다. 심지어 그 중 여럿은 그 생활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인셉션과 매트릭스를 오랜만에 다시 보고 감탄했었는데 다 같은 이야기 아닐까. 비참한 현실보다는 주사를 맞고 꿈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그들에겐 여기가 아닌 그곳이 현실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세속적인 기준으로 상당히 성취한 엘리트임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끼어든 사람들은 아마도 마음의 공허함을 채우려는 의도가 아니었나 싶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 이 세상이라지만 점점 본질적인 가치나 즐거움, 인간미는 사라지고 있으니 말이다. 신천지에 대한 설명 중에 재미있는 부분이 바로 그거였다. 이 종교는 많은 부분 기독교와 성경의 내용을 바탕에 깔고 있어서 처음 접근시에도 제대로 된 성경공부와 종교생활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꺼낸다고 하며, 이에 물질적 세속적으로 굴러가는 기존 교회에 염증을 느낀, 신앙과 철학에 대한 갈증이 있는 사람들이 덜컥 잘 걸려든다는 것이다.

종교는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공동체이고 사람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을 반영한 산물이다. 문명사회가 발달할수록 몸보다는 정신질환이 늘어날 거라고들 하는데 신흥종교가 기승을 부리게 되는 것도 같은 이치일 것이다. 물질과 산업은 발달하지만 자연과 인간성은 점점 희미해지면서 본질적인 행복을 찾으려는 욕구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게 되지 않을까. 앞으로는 가면 갈수록 감성과 치유의 분야들이 커질 거라는 생각이 강해지는데 그게 한편에서는 상담과 운동, 문화 생활 같은 것들이라고 한다면 한 편 음지에서는 극단적인 쾌락 추구나 가상현실, 마약 등도 기승을 부릴거 같다. 그 회색지대에 이런 알 수 없는 종교집단들도 함께 늘어나겠지. 아니 이건 사실 미래가 아니고 현재 진행형인거 같다. 어릴 땐 이상한 괴물 놀리듯 웃음거리로 회자되던 사이비 종교가 이제는 너무 현실적이고,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연관된 이 시대의 단면으로 다가오니 묘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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